“심판이 매수된 상황에서 재벌을 이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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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심판이 매수된 상황에서 재벌을 이길 수 없었다” 공정한 시장경쟁…공수처 설치해 권력독점기관 감시·감독해야

기사입력2017-06-12 20:59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대기업에 포획된 관료들이 공정한 경쟁을 배제하면서, 부당한 이익을 대기업에 몰아주는 것은 신자유주의가 아니다.”

유종근 김대중 대통령의 전 경제고문은 12일 국회에서 열린 ‘답답한 한국경제, 돌파구를 찾다’ 세미나에서 공정한 경쟁이 보장되는 시장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을 주장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유종근 전 고문은 "공수처를 설치해, 권력독점 기관들을 감시·감독해 시장질서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는 “2015년 6월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앞두고 엘리엇이 제동을 걸자, 다수 국내 언론들은 외국자본의 경영권 침해라며 민족주의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당시 나는 인터뷰에서 ‘삼성이 어떤 회사인가. 우리나라는 삼성공화국이니 결국 삼성이 원하는 대로 다 될 것’이라고 말했고, 결국 그렇게 됐다”며 “최순실 사태에서 확인했듯이 정권이 나섰고, 국민연금이 손해를 입어가며 부당한 찬성을 한 것이 드러났다”고 했다.

(구)삼성물산 지분 7.12%을 보유하고 있었던 엘리엇은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이 불공정하다며 합병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유 전 고문은 “다르게 보자면, 국내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국내 금융기관이 역할을 못하니, 외국계 자본이 주주권한을 행사하며 역할을 한 것이다. 주주권한을 침해해도 아무도 말을 못했다”라며 “엘리엇이 법원에 두번 제소했지만, 두번 다 패소했다. 바로 잡을 기회를 놓친 것이다. 검찰, 공정위, 심지어 법원까지 대기업에 포획돼 있다. 이 상황을 이대로 놔두면 시장질서를 바로 잡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장경제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해 법과 규칙을 지키는 법치주의 확립이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이며, 이를 위해 유 전 고문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 전 고문은 “검찰과 법원이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 그간 재벌개혁 하겠다고 경제민주화 입법을 추진했지만, 심판이 매수된 상황에서 재벌을 이길 수 없었다. 심판들을 감시·감독할 기관이 필요하며,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구조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