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통상전략 주시…한·미 FTA 개정요구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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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美 통상전략 주시…한·미 FTA 개정요구 대비 발효된 FTA를 개정·종료한 적은 없지만, 대비책은 강구해야

기사입력2017-06-14 19:02

김진규 객원 기자 (jk.kim@jpglobal.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평관세법인 김진규 대표관세사

미국 트럼프 대통령 집권으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되고 경제 불확실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인프라 투자 등 재정지출 확대를 천명하고 있어, 기존 양적완화 통화정책에서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기부양정책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통상분야에서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뿐만 아니라 한·미 FTA 재협상 내지 폐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 정책을 내세우면서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한·미 FTA 재검토를 추진하는 모양새인데, 우리 정부와 기업의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한·미 FTA를 돌아보면, 한국과 미국은 2007년 FTA 협정문(안)을 확정한 후 2010년 그 일부를 수정하기 위해 추가 협상을 타결했다. 이같은 두 차례 진통 끝에 한·미 FTA가 체결됐으며, 2011년 10월12일 미국 의회의 승인과 2011년 11월22일 한국 국회의 동의를 거쳐 2012년 3월15일 발효됐다.

그러나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내놓은 ‘대통령의 2017년 무역정책 의제’ 보고서는 한·미 FTA로 대한(對韓) 무역적자가 두 배 이상 늘었다고 지적하며, 재협상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의 한·미 FTA 재협상 추진이 우려로 그칠지, 아니면 향후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를 예측하기 위해 한·미 FTA의 개정 및 종료와 관련된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한·미 FTA 재협상 거론하는데 현실화될까

국회입법조사처의 ‘트럼프의 통상 정책과 한·미 FTA의 향방’에 따르면, 한·미 FTA의 개정 및 종료에 관한 국제법으로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Vienna Convention on the Law of Treaties, 이하 ‘비엔나 조약법 협약’)과 한·미 FTA가 있고, 국내법으로는 양국의 헌법과 통상절차법이 있다. 조약(Treaty)이란 그 특정 명칭에 관계없이, 서면 형식으로 국가간에 체결되며 또한 국제법에 의해 규율되는 국제적 합의를 의미한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를 보면 첫째, 한·미 FTA는 ‘비엔나 조약법 협약’의 적용대상이 되는 ‘조약’에 해당(동 협약 제2조 제1항 ⒜호)하기 때문에, 동 협약의 개정과 종료에 관한 규정의 적용을 받는다. 동 협약 제39조에 따르면, 조약은 당사국간의 합의에 의해 개정될 수 있다고 규정돼 있고, 이를 근거로 한·미 FTA는 개정조항 방식에 따라 개정할 수 있다. 또 동 협약 제54조에 따르면, 조약은 그 조약의 규정에 의거하는 경우 그 효력이 종료될 수 있다. 한·미 FTA는 조약 스스로가 개정과 종료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어 그 규정에 따르면 된다.

2014년 기준<자료=WTO>

둘째, 한국과 미국은 한·미 FTA 개정조항에 따라 서면으로 개정을 합의할 수 있다. 한·미 FTA에서는 특히 양국간 통상장관을 의장으로 하는 ‘공동위원회’를 설치해, 협정의 개정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제22.3조 제3항 다호). 또 한·미 FTA는 일방적인 종료 통고와 일정한 기간(180일)의 경과로 종료될 수 있다(제24.5조 제2항). 다만 미국이 협정 종료 의사를 통보한 후, 한국이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제24.5조 제3항).

이와함께 한·미 FTA의 재협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회 동의를 받은 조약의 일부 내용을 개정하려 할때도 국회 동의를 받아야 하는지 여부가 법률 절차상 이슈다.

지금까지 관행을 보면, 원 조약이 국회의 동의를 받았다고 해도 개정 대상이 되는 개별 조항이 헌법 제60조 제1항에 해당하는 사항인 경우 국회 동의를 받는다. 즉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등이 해당된다. 따라서 이미 발효된 한·미 FTA의 실체적 내용을 변경하는 개정조항이 헌법 제60조 제1항에 해당하면 국내절차(법제처 심사→차관회의→국무회의→대통령 재가), 서명, 국회의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의 개정·종료와 관련해 어떠한 법적 제한도 없고, 이를 가능하게 하는 법적 체제도 갖춘 셈이다. 심지어 한·미 FTA는 어느 한쪽이 협정을 폐기하고 싶다는 의사를 통보하면 180일 이후 자동 종료되도록 규정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미국이 타국과의 FTA를 체결한 사례를 볼 때 이미 발효된 FTA를 개정 또는 종료한 적은 없으며, 이에따라 한·미 FTA 역시 개정 또는 폐지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의 재협상 요구가 계속된다면 마냥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미 FTA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지금부터라도 착실히 준비해 국익을 최대화할 필요가 있다.

개정 가능성 단언하기 어렵지만, 美 통상전략 주시해야

한국의 아세안 국가 수출 품목 현황

1995~2015년<자료=UNCTAD STATISTIC>

그렇다면 우리 기업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기존과는 다른 대미수출 접근방식을 채택하되, 새로운 기회시장을 수출시장으로 만들어 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시장 다변화를 통해 내수시장이 큰 신흥국(인도, 아세안)과 원자재 수출국(브라질, 러시아)의 수입수요를 확대하고 수출을 증대해야 한다. 특히 자본재 수입수요가 지속되는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인도 등을 주목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TPP 협정은 폐기하고, NAFTA 탈퇴는 200일 이내 과제로 선정(Politico 입수 인수위 문건)해, 취임 후 행정명령으로 TPP 탈퇴에 서명했다. 반면 한·미 FTA는 종료(termination)보다는 개정(amendment) 내지 완전한 이행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외교, 안보, 통상을 총체적으로 묶어 접근할 수 있는 산업자원부 산하 국제통상조직을 조속히 구성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관계를 ‘거래’로 상정하고 외교, 정무, 통상 등 양국 관계의 모든 요소를 단일 대차대조표로 만들어 계산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밝혔듯이,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북핵 공조를 이끌어내면서 환율문제 등 경제통상 현안을 중국에 양보한 바 있다.

이런 미국에 대해 우리 정부가 FTA, 안보, 외교 문제를 별개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이슈별로 각개 격파 당하고 국익을 지키기 어려울 수도 있다. 미국 역시 북핵이나 중국 견제 등을 위해 외교, 안보 분야에서 우리와 협력할 사안이 많다. 이를 협상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

한·미 FTA의 재협상 내지 종료는 법적으로 주권국가에 당연히 허용되는 옵션(option)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책은 필요하다. 특히 미국은 자국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협정 종료 대신 개정을 요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기업들은 무역전문가와의 자문 등을 통해 해당 산업과 연관된 미국의 통상 전략 및 방향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