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금융차별 여전…개선방안 시급하다

프린트

오피니언 ㅣ 사설 중소기업 금융차별 여전…개선방안 시급하다 금융당국, 미래성장성 반영한 미래가치 평가모형 개발해야

기사입력2017-06-15 19:33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지난 3월 기준금리를 올린 미국 중앙은행이 또 다시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p 인상했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1.00~1.25%)와 한국의 기준금리(1.25%)는 같아졌다. 미국 중앙은행이 연내 한차례 더 금리를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역전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시간의 문제일 뿐 연내 기준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포함한 가계다. 상장기업을 포함 대기업은 주식 및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해 자금수요를 해소할 수 있어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상당기간 달러강세에 힘입어 수출 대기업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지는 보너스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자금조달 시장에서 은행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소상공인과 이미 임계점에 이른 빚을 안고 있는 가계는 금리인상에 따른 직격탄에 온전하게 노출됐다.

미국의 금리인상 발표 직후 14일 서울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가계부문의 경우 최근 가계부채 급증세와 금리 상승추세 등을 감안해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정부 출범 직후부터 정부가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다듬고 있었다는 점에서, 가계의 고민을 덜어줄 수 있는 실효성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문제는 금리인상에 따라 중소기업이 추가적으로 부담해야 자금조달 비용과 함께 더욱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기관의 문턱이다. 지난 연말 이후 금융당국이 기업·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여신심사 강화 등 대출총량을 관리하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면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될 것은 자명하다.

금융권이 중소기업 대출에 고삐를 쥘 경우,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투자·내수 그리고 고용지표 모두가 곤두박질 칠 우려가 있다. 구조화된 저성장 추세 속에서 그나마 반등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발판마저 무너질 수 있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강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이 대기업 대출을 중단하고, 중소기업 전담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중소기업계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대기업 수출 주도 성장전략에서 중소기업 중심의 내수 기반 성장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요구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특히 소득주도 성장전략이 문재인정부의 정책기조이고, 그 배경에는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이 있다는 점에서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다.

아울러 대기업에는 관대하고 중소기업엔 엄격하면서도 고금리로 돈놀이를 하는 금융권의 차별적 관행을 근절할 수 있는 ‘금융개혁’ 수준의 대책도 시급하다. 한국은행의 ‘2016년 12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2014.1~2016.2) 대기업 대출금리는 3.77%에서 3.16%로 0.61%p 떨어졌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4.26%에서 3.77%로, 0.49%p 내리는데 그쳤다. 백번을 양보해 대기업에 비해 중소기업의 금리수준이 높은 것은 낮은 신용도 때문이라고 이해하자. 그러나 지난 3년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금리 인하 폭이 대기업은 16.18%이고, 중소기업은 11.50%라는 차별적인 대출관행은 납득할 수 없다. 문재인정부 뿐만이 아니라 역대 정부 모두 입을 모아 중소기업 육성을 얘기했음에도, 드러난 결과는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차별이었다.

또 금융기관이 신용도를 기준으로 여신심사를 한다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비율 추이를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대우조선 등 조선해운업의 부실을 덜어내 지난해와 올해 대기업여신의 부실채권 비중이 줄었지만, 2015년 상황은 정반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말 기준 대기업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은 3.45%로 전년대비 1.17%p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기업여신의 부실채권비율은 1.63%로 전년 대비 0.31%p 하락했다. 금융기관이 ‘불공정한’ 신용평가지표를 근거로 중소기업을 차별하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차별을 해소하고 중소기업의 금융접근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무엇보다 급한 것은 금융기관 신용평가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개선이다. 현행 신용평가지표가 재무항목 등 과거 실적을 중심으로 평가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미래가치(성장가능성)는 극히 제한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현재의 평가지표로는 잠재력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할 수 없고, 중소기업은 금융기관으로부터 배제될 수밖에 없다.

이같은 폐단의 심각성때문에라도 금융기관 스스로 신용평가시스템을 개선하도록 요구하고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다. 결국 금융당국이 나서 기업의 미래성장성을 반영한 미래가치 평가모형을 개발하고, 금융기관에 배포한 후 실행하도록 하는 방법이 최상책이다. 또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차별 존재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관리감독 또한 철저히 하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의 주역이 중소기업이란 점에서 하루라도 빨리 중소기업에 돈이 들어갈 수 있도록 금융제도 개혁에 나서줄 것을 정부에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