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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도상가 점포 권리금 놓고 상인 서울시 공방

상인 “조례개정으로 권리금 날릴 판” vs 서울시 “권리금 자체가 불법” 

기사입력2017-06-18 17:17

“10여년 전에 1억원이 넘는 권리금을 내고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전재산이고 여기서 나오는 수입으로 식구들이 먹고살고 있죠. 서울시 조례가 통과되면 전재산을 잃게 되는 겁니다. 나라에 돈을 달라고 생떼 쓰는 것도 아닌데, 상인소유의 재산마저 휴지조각으로 만들겠다니, 이게 할 일입니까?”

 

서울 소공지하도상가에서 기념품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 상인은 중기이코노미의 취재과정에서 요즘 통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사드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방문이 끊겨 하루하루 수입없이 보내고 있는데, 임차권 양도양수를 전면금지하는 내용의 서울시 조례개정은 청천벽력 같다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 825개 지하도상가내 2788개 상점의 임차권 양도양수를 금지하는 지하도상가관리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지하도상가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수십년 이상 서울 이외 다른 지자체에서도 손보지 못했던 지하도상가 임차권 양도양수 문제에 대해 서울시가 총대를 메면서 점포주와의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25개 지하도상가내 2788개 상점의 임차권 양도양수를 전면금지하는 ‘지하도상가관리 조례 일부 개정안’을 지난 8일 입법예고함에 따라, 지하도상가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지하도상가.   ©중기이코노미

 

조례개정으로 상가 점포 양도양수 자체가 금지=서울시가 관리하는 지하도상가는 두 부류다. 하나는 1970~80년대 방공대피시설과 시민들의 통행을 위한 보도개념으로 개발된 지하도상가다. 다른 하나는 지하철 개통과 연계해 역구내에 조성된 지하철상가, 영등포뉴타운 지하도상가와 같은 민간자본으로 조성된 상가다. 이 중 시민통행 목적의 지하도상가는 서울시설공단이, 전철역 구내 지하철상가는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기타 민간자본으로 조성된 상가는 해당 개발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다.

 

서울시 조례개정안의 적용대상은 서울시설공단이 관리하는 강남역·영등포역·시청광장 등 25개 지하도상가와 이곳에서 영업중인 2788개 점포다. 현행 서울특별시 지하도상가 관리 조례에 따르면 지하도상가 임차인의 권리로서 양도양수를 허용하지만, 임대보증금 이외의 보상이나 권리를 시장 또는 관리인에게 청구 또는 주장할 수 없다.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조례의 명시적인 규정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지하상가 점포 양수양도시 상인들간 관행적으로 권리금을 주고 받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조례개정으로 상가 점포 양도양수 자체가 금지되고, 계약이 만료된 점포를 서울시가 회수해 경쟁입찰을 통해 새로운 점포주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계약이 만료된 점포주는 서울시 또는 서울시절공단에 권리금을 청구해야 하는데, 현행 조례상 권리금 청구가 인정되지 않아 권리금이 날아가게 생긴 것이다. 조례 개정안은 임차권 양도를 허용하는 11조 제1을 삭제하는 것이 골자다.

 

서울시는 불법적인 전대를 근절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가 내세운 조례 개정이유는 조례상 임차권의 양도·양수 허용조항이 불법 권리금을 발생시키고, 사회적 형평성에 배치된다는 시의회의 지적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서 임차권 양도를 허용하는 것은 상위법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반한다는 행정자치부의 유권해석 서울시 기관운영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조례상 임차권 양도조항을 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사실 등이다.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 정인대 회장은 “지하도상가는 건설부터 상권형성까지 모두 상인들의 힘으로 이룬 것이며, 따라서 상인들은 당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중기이코노미

 

지하도상가 관리 편의위해 임차상인 권익 무시”=이에대해 전국지하도상가상인연합회(이하 연합회) 정인대 회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인터뷰에서 조례 개정은 지하도상가의 형성과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며 명분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조례개정 추진에 대해 임차상인들의 권익을 도외시하고, 서울시의 지하도상가 관리 편의와 서울시 공무원에 대한 징계를 우려해 나온 발상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소공지하도상가에서 39년동안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정 회장은 1976년 소공지하도상가가 생겨나고, 2년 후인 1978년 보증금 1000만원을 지불하고 이곳에 입주했다고 한다. 정 회장은 서울시내 지하도상가는 서울시가 전액 투자한 지하철상가와 달리 1970년대부터 민간자본에 의해 설립됐다. 임차상인들의 임대분양 보증금으로 지하도상가는 건설됐고, 당시 평균 보증금 1000만원은 현재 가치로 환산해도 적지않은 금액이라고 했다.

 

그러나 20년간 민간회사가 상가를 운영하고, 1996년 기부채납으로 서울시로 관리권이 이전됐다. 이후 1998년 제정된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조례에 상가 임차권 양도양수 조항이 포함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정 회장은 서울시는 지난 1996년 서울시내 29개 지하도상가의 기부채납이 완료된 상태에서, 서울시 지하도상가 관리행정의 오류로 인해 서울시내 지하도상가의 수많은 상인들은 200여억원에 해당하는 보증금을 민간 관리회사로부터 회수하지 못했다. 결국 이에 대한 책임을 서울시가 절감하고, 1998년 조례 제정시 양도양수 조항을 삽입했다고 주장했다.


이와같은 지하도상가 운영방식은 다른 지자체도 유사하다. 연합회에 따르면 인천, 대전, 광주, 대구, 부평, 수원, 안양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조례나 지하도상가 운영 및 관리규정과 시행내규 등에서 모두 임차권의 양도양수를 허용하고 있다.

 

상가 건설부터 상권형성까지 상인있었다권리 당연”=정 회장은 지하도상가는 건설부터 상권형성까지 모두 상인들의 힘으로 이룬 것이며, 따라서 상인들은 당연한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서울시가 조례에 의해 20여년간 합법적인 양도양수를 허가해왔고, 상인들도 이를 근거로 지하도상가를 양수양도해 왔다하루아침에 양도양수를 금지한다는 것은 선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결과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허용하던 양도양수를 중지시키는 것이 임차상인들의 생존권은 물론 재산권을 박탈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와함께 정 회장은 서울시가 조례개정을 통해 불법전대를 막고자 하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부작용만 더 늘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 소공지하도상가의 경우 15000만원 안팎의 권리금이 형성돼 있다. 상권의 활성화에 따라 지하도상가마다 차이가 있다. 상인간의 양도양수가 금지될 경우 현지 입점해 있는 상인들은 이미 지불한 권리금을 회수하지 못해 건강이나 일신상의 문제로 가게를 그만두려고 해도 그럴 수가 없다. 이 때문에 오히려 더 음성적인 재임대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서울지하도상가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설공단 상가운영처 운영팀 김도준 차장은 “공유재산을 권리금을 가지고 넘기는 것은 권리금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 권리를 시장이나 공단에 주장할 수 없다고 미리 고지를 하고, 상인들도 그에 동의하고 양도양수 계약을 한다”고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연합회는 특히 2015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개정돼 권리금을 법적으로 인정한 상황에서 지하도상가 권리금이 불법이라는 서울시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현행법은 권리금을 정의하고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를 규정하고 있으나, 대규모점포 및 국유재산 등인 상가건물 임대차의 경우에는 권리금 보호를 일률적으로 배제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지난해 12현행법에서 전통시장 및 지하도상가 등 사실상 권리금의 수수가 장기간 벌어졌던 사례를 배제함으로써 영세한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라는 당초의 입법취지가 달성되지 않고 있다며 권리금 적용제외 조항을 삭제하는 내용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정 회장은 지하도상가는 행정재산인 보도와 일반재산으로서 임차권 양도양수의 대상인 점포로 구성돼 있는 만큼, 서울시가 개정 이유로 든 임차권의 양도양수 허용이 상위법령인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에 위배된다는 것도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 조례 개정, 의회 결정만 남았다”=이에대해 서울시 보도환경개선과 지하도상가팀 오성균 주무관은 조례개정에 따른 피해상인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이뤄졌는가 하는 중기이코노미의 질의에 대해 권리금은 서로 주고받고 알려주지 않아 피해실태조사를 할 수가 없다.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한 대책은 조례를 개정하지 않든가, 권리금에 대해 보상을 하는 방법뿐이라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조례개정은 상위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개정을 해야하는 것이고, 권리금의 경우도 법에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고 했다. “2011년에도 해당 조례에 대한 개정 발의를 했었고, 상인들도 다 알고 있다. 이제와서 대화를 한다고 해도 대화로 풀어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며, 입법예고를 하고 개정절차가 진행되고, 향후 의회에서 이것이 부결되느냐 가결되느냐만 남은 상황이라고 답했다.

 

서울지하도상가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설공단 상가운영처 운영팀 김도준 차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공유재산을 권리금을 가지고 넘기는 것은 권리금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 권리를 시장이나 공단에 주장할 수 없다고 미리 고지를 하고, 상인들도 그에 동의하고 양도양수 계약을 한다고 밝혔다.

 

한편 연합회는 오는 28일 오전 10시 전국 상인들 1500여명이 모여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항의집회를 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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