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평가지표가 ‘친절 수익’…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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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연구기관 평가지표가 ‘친절 수익’…바꿔야 한다 출연硏 기타공공기관 제외 관심…연구인력 비정규직 해결도 과제

기사입력2017-06-20 09:55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줄곧 강조해온 것은 ‘사람중심’의 과학기술진흥이다. 과학기술인력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려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고, 혁신국가로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골자다. ▲청년·여성·신규 과학기술인 육성 ▲연구 지속을 위한 ‘생애 기본연구비 지원사업’ ▲연구자 주도의 연구지원 확대 ▲성과평가방식 혁신 등이 대표적인 공약이다. 개인의 삶이 보장돼야 양질의 연구도 가능하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있다.

◇과학기술인력 사회안전망 강화=비정규직 문제는 과학기술분야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2015년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5년 6월까지 채용된 신규 연구직 인력 5903명 가운데 71.1%인 4197명이 비정규직이다. 연구과제가 늘어나 인력은 필요한데, 지원되는 연구비는 한정돼있으니 임금이 저렴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이다.

또 미래창조과학부가 조사한 25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고용형태를 보면, 2016년말 기준 총 1만5899명 가운데 3714명(23.4%)이 비정규직이다. 특히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국식품연구원 등 8곳은 3명중 1명이상이 비정규직이다.

이에따라 문재인 정부는 과학기술인력의 고용안정성을 확보하는데 집중한다. 우선 비정규직 과학기술인력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20~30대 청년에 대한 지원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국가 연구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학생연구원의 고용계약을 의무화하고 4대보험을 보장하며, 또 적정임금체계를 마련한다. 이밖에 중소기업 R&D부서에 취업하는 청년 과학기술인에게 연금지원을 강화하고, 실무형 R&D 연구기회를 제공해 사회진출역량도 높인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와함께 여성 과학기술인의 권리도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조사에 따르면, 2013년 과학기술 연구개발인력 약 23만명 중 여성과학기술인력은 약 4만3700명(18.9%)에 불과하다. 이에따라 여성전문인력을 양성하고, 경력단절을 막아 기존 인력이 연구활동을 이어갈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일·가정 양립, 일·삶의 균형을 맞춘 연구실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하겠다는 게 대통령의 공언이다.

이밖에 단계별로 구분, 생애 첫 실험실을 여는 젊은 과학자에게는 최초 혁신실험실 구축을 위한 연구비를 지원한다. 또 중견 과학기술인이 오랜 기간 쌓아온 연구를 지속해 갈 수 있도록 ‘생애 기본연구비 지원사업’도 시행한다.

◇정부출연硏 ‘기타공공기관’서 빠질까=연구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강화해 과학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한다. 정부의 지원을 받으면서도 연구의 자율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해,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를 ‘기타공공기관’에서 제외할 것인가 여부가 관심거리다. 현행법상 출연연과 같은 과학기술 공공연구기관은 강원랜드, 국립대병원 등과 같이 ‘기타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그러다보니 기관평가 등에서 일반 공공기관과 동일한 규정을 적용받는다.

연구개발이 주요 목적인 출연연의 특성상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정부예산을 받는 출연연 성격상 예산 낭비와 과다 인력 등에 대한 규제는 분명히 필요하나, 고객친절도나 수익성 등이 아닌 R&D 기관의 특성을 반영한 운영과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출연연의 ‘탈 기타공공기관’은 지속적으로 진행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과거 몇차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 운영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관련 중앙부처의 반대, 국회 임기만료 등의 이유로 폐기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출연연의 ‘연구개발 목적기관’ 분류를 약속함에 따라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이밖에 순수기초분야의 연구지원 예산을 두배로 증액한다. 연구자가 주도하는 자유공모연구비 비율도 기존의 20%에서 두배이상 확대한다. 연구자의 창의력을 가로막는 단기적이고 양에 맞춘 과학기술 성과평가방식도 바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