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아까 연극 봤지? 일할 때 꼭 안전모 써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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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아빠 아까 연극 봤지? 일할 때 꼭 안전모 써야 해” 가족이 함께 보고 얘기하는 안전연극 ‘파수꾼’…극단 디딤돌 임대일 대표

기사입력2017-07-03 19:34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9만656명의 산업재해 근로자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사고로 인한 재해자수는 8만2780명으로 전체의 91%에 달한다. 하루도 빠짐없이 평균 227건의 사고가 발생하는 셈이다. 원인을 살펴보면 떨어짐, 넘어짐, 깔림, 절단·베임 등 누구나 ‘아차’하는 순간 겪을 수 있는 사고다. 이런 사고를 줄이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상시 근로자가 5명이상인 산업체를 산업안전보건교육 대상으로 지정하고, 의무적으로 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예방효과를 자신할 수 없다. 교육과정 대부분이 이론을 설명하는 식이어서 지루한데다, 그저 과태료를 물지 않기위한 의무교육 정도로 인식돼 온 탓이다.

“사실 산업현장 근로자들의 안전지식이 가장 뛰어납니다. 어제도 했던 일이고, 오늘도 하는 일인데다, 내일도 해야할 일이거든요. 그런데 안전교육은 딱딱하고 지겹습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지식은 늘지 몰라도 의식은 멀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안전’이라는 추상적이고 어려운 개념을 마음에 와닿게 할 수 있는 무엇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배우 데뷔 30년을 넘긴 임대일 극단 디딤돌 대표가 ‘안전 음악연극’을 만든 이유다.

극단 디딤돌은 ‘안전연극’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어 벌써 네편의 작품을 제작했다. 지난달 30일 광주에서 공연을 마치고 올라온 극단 디딤돌 임대일 대표. ©중기이코노미

“안전, 딱딱하고 지루한 이론교육 대신 효과적인 방법 없을까”

임 대표는 고등학교시절인 1984년 영화 ‘장대를 잡은 여자’로 데뷔한 베테랑 배우다. TV와 연극, 스크린을 넘나들며 다양한 활동을 하던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으로 2010년 극단 디딤돌을 창단했다. 연극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유대감을 형성하는 매개체라 여기는 임대표의 평소 생각을 그대로 반영한 이름이다. 최근에는 재미와 감동을 넘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는데도 적극적이다. 2013년에 만든 안전연극 ‘행복한 선물’이 계기였다.

“처음에는 잘 모르고 막연히 ‘안전교육 형태가 조금 다르게 바뀌면 좋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습니다. 실제 저희 공연을 보면, 안전과 관련된 지식은 5%정도에 불과해요. 나머지는 재미와 감동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관람객들에게 재미·감동과 함께 분명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죠. 공부 정말 많이 했습니다.”

마음이 맞는 신바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극단 디딤돌 이사)를 중심으로 팀을 결성해, 마음에 와 닿는 이야기를 찾아 나섰다. 기존의 안전교육과 사고과정을 모두 분석해,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시놉시스를 새로이 짰다는 게 임대표의 말이다. 단순히 출연진을 변경만 한 것이 아니라 주춧돌부터 다시 쌓아올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쓰겠다’며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힘을 모았다. 안전보건공단과 여러 기업·단체도 후원에 나섰다.

그 결과 두 번째 안전연극인 ‘행복한 동행’이 세상에 빛을 볼 수 있었다. 사람들이 쉽게 따라부를 수 있는 ‘안전송’도 만들었다. 이후 음악연극 ‘밥’을 거쳐 ‘파수꾼’까지 총 4편의 창작연극을 제작했다. 특히 2014년에는 음악연극 ‘밥’이 작품성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가 주관한 안전보건지원공모사업에서 대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극단 디딤돌이 창작한 연극들. 안전연극 외에도 다양한 작품으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파수꾼’…고속성장 한국사회가 잊지말아야 할 노동자 희생 조명

올해 내놓은 ‘파수꾼’은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50주년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작품이다. 지난달 27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을 시작으로 29일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공연을 마쳤다. 오는 7월5일과 6일에는 서울 코엑스에서도 공연한다.

사업주와 근로자, 지역주민의 안전보건의식을 높여 산업재해를 예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 인근소도시에서 2대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허씨가족 삼대가 주인공이다. 노량진에서 공시생 생활을 하던 아들 ‘대성’이 귀향하면서 벌어지는 가족간 갈등이 주 내용이다.

이와함께 ‘성장’ 중심의 한국사회에서 일어난 비극, 예를들어 1970년 경부고속도로 건설사고,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등을 조명하고 아픔을 가진 사람들이 이를 극복해나가는 과정도 담았다. 특히 이번 연극에는 콜센터직원, 배달원 등 주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직업군의 애환도 담았다는 게 임 대표의 설명이다.

“딱딱한 지식을 가만히 앉아서 강사를 통해 듣는 것보다는 연극을 보고난 후 가족끼리 이야기를 하면서 안전의식이 더 생길수 있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애들이 ‘아빠 아까 연극 봤지? 일할 때 꼭 안전모 써야 해~’ 이렇게 말할 수 있죠. 사고를 겪는 산업재해 근로자는 누군가의 아버지 혹은 어머니처럼 가족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기존의 안전교육 방식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을 넘어서 안전의식도 전파하는 ‘디딤돌’이 되고 싶습니다.”

‘파수꾼’은 대한민국 청년연극인상, 신진여성문화인상 등을 수상한 신바람 크리에이티브디렉터가 제작을 맡았고, 임대일 대표가 예술감독 겸 연출을 맡았다. 베테랑 연기파 배우 이문수, 정한용, 김효숙, 홍서준, 구본임 등이 출연한다. 이외에 싱어송라이터이자 음악감독인 SunBee(선비), 김혜나, 윤겸, 이규원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참여했다. 티켓은 전석 무료다. 선착순 사전 예약자에 한해 관람이 가능하다. 극단 디딤돌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예약이 가능하며, 전화(02-766-9793)로도 예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