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점포확장전략 유통기업 도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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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4차산업혁명, 점포확장전략 유통기업 도태된다 단순 중개역할 벗어난 유통플랫폼산업 답 “보이지 않는 수요 잡아라”

기사입력2017-07-04 20:0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드론을 활용해 택배(아마존 ‘옥토콥터’)를 하고, 자율주행로봇이 피자를 배달(도미노피자 ‘Dru’)한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물류창고를 관리·통제하며(삼성SDS ‘첼로 VWS’), 온도조절 단말기로 배송품을 보호한다(FeDex ‘Sense Aware’). 유통산업에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이 스며들었다며 거론하는 사례들이다.

4차 산업혁명은 유통산업의 배송·관리 방식뿐만 아니라 유통산업 가치사슬 전 단계에 영향을 미친다. 그 결과 유통산업은 ‘유통플랫폼산업’으로 진화한다. 유통플랫폼산업은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재화나 서비스 또는 정보 공급자와 수요자가 연결되는 경제를 의미한다. 종래의 유통업이 상품 및 서비스의 공급자와 수요자 사이에서 단순한 중개자 역할에 머물렀다면, 유통플랫폼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직접 연결되는 하나의 시공간이다.

김숙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월마트나 이마트와 같은 기존 대형유통업체의 구조가 제조업체의 납품에서 마케팅 그리고 판매로 이어지는 일방적 과정이라면, 유통플랫폼산업은 플랫폼에 공급자가 물품을 등록하면 수요자가 소비를 하는, 또 공급자과 수요자가 플랫폼으로 모이는 구조다. 그렇기에 기존 유통산업보다 규모가 매우 거대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알리바바가 성장하는데 자본력도 있지만, 온라인에 대한 집중투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오프라인 업체의 영향력이 아직 크지만, 앞으로는 유통플랫폼 중심으로 갈 것”이라 전망했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4차 산업혁명 기술 특징…초연결성·초지능성·예측가능성

유통플랫폼산업에서는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거나, 시장의 정보를 독점하는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미국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아마존의 점유율은 2012년 25%, 2015년 33%, 2016년 43%로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다. 2016년 기준 미국 온라인 유통시장 증가분의 53%는 아마존의 몫이다. 아마존의 기업가치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20년전보다 1050배 증가했다.

플랫폼 이외 시장지배력 강화의 원천인 정보수집은 어떻게 가능할까?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특징인 ‘초연결성’, ‘초지능성’, ‘예측가능성’을 통해 실현할 수 있다. 초연결성은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이 연결되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에는 500억개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사람들간의 네트워킹이 가능하며, 인터넷에 연결된 사물은 2015년 182억개에서 2020년 501억개로 3배가까이 늘어난다. 사물과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시장 규모도 같은 기간 5조2000억원에서 16조5000억원까지 3배이상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초연결성’을 통해 수집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은 ‘초지능성’을 통해 유통산업과 기술을 상상 이상의 비약적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 초지능성을 갖춘 인공지능시스템 시장은 2015년 2억달러에서 2024년 111억달러로 급성장한다.

초지능성을 통해 분석된 데이터는 분석으로 끝나지 않고, 인간행동의 일정한 패턴을 파악함으로써 미래행동을 예측하는 것이 가능해진다(예측가능성). 유통산업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가 찾아오길 기다리지 않고, 과거 구매패턴을 통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살지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제품을 제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점포개설, 매출예측, 인사관리, 쇼핑공간…유통플랫폼산업 실현

초연결성과 초지능성, 예측가능성은 실제 유통산업 전반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선 지금까지 발품을 팔았던 점포 입지선정 방법부터 달라진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은 관심 지역의 소비트렌드와 판매액, 인구구조, 경쟁점포와의 거리 등을 분석해 신규점포 개설위치와 시점을 결정하는데 도움을 준다. 신규점포 개설을 통해 또 다시 축적된 정보는 신규점포 성공에 기여하는 중요요인들을 식별함으로써 향후 성공확률도 높인다. 실제로 미국 홈인테리어 유통회사 ‘커클랜드’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점포를 개설하고 있다.

빅데이터는 일상적인 관리에도 활용한다. 정확한 매출예측은 전략을 수립하는데 최상의 성과를 확보하도록 하며, 재고관리 효율화에도 기여해 필요이상의 지출을 줄일 수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국 2600개의 매장의 수주실적, 매장크기와 위치, 계절에 따른 매출을 예측하고 재고수량을 계산함으로써 10~20%의 재고감소 효과를 봤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기업이 우수한 인재를 확정하고 채용하는 과정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 기존 직원들의 판매경험, 배경, 과거직업 등의 정보활용을 통해 잠재력이 큰 신입직원을 선발할 수 있고, 해당 직원에게 적합한 지역이나 점포에 배치하고 업무를 권고할 수도 있다. 일본의 통신·전자기기기업인 ‘NEC’, IT기업인 ‘오라클’은 인공지능을 활용, 사원의 경력이나 근무실적 등에 대한 데이터를 기초로 부서와 직책을 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제조업의 생산공정이나 물류작업 등에 사용되는 로봇이 오프라인 매장에도 진출해, 고객을 직접 응대하며 제품을 추천하는 모습도 상상할 수 있다.

유통플랫폼산업에서는 쇼핑의 개인화와 무노력 쇼핑, 가상현실 쇼핑으로 소비패턴이 진화한다. 쇼핑의 개인화는 지금까지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 또는 브랜드 판매처를 일일이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어줄 수 있다. 예를들어 가을을 앞두고 셔츠를 구입하고 싶다면, 평소 소비하는 패턴을 통해 치수, 색깔, 소재, 디자인을 분석해 원할만한 제품을 추천받을 수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는 자체 쇼핑앱을 통해 이런 기능을 실현하고 있다.

무노력 쇼핑은 아예 고객이 쇼핑행위 자체를 할 필요가 없도록 한다. 아마존의 ‘Dash’ 기기는 버튼을 누른 후 원하는 제품이름을 말하거나, 상품 바코드를 Dash로 스캔하면 주문과 결제, 배송까지 한번에 이뤄진다. 소비자는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찾을 필요도 없고, 온라인 홈페이지를 돌아다니며 아이디와 비밀번호, 결제버튼을 클릭하는 과정도 생략할 수 있다.

가상현실 쇼핑공간도 이미 실현중이다. 이베이 가상현실 백화점은 제품을 보여주고, 일정시간 응시하면 상품을 선택하고 주문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알리바바 또한 전세계 주요 백화점에 가상스토어를 구축해 상품탐색은 물론, 알리페이와 연계해 주문·결제까지 가능하도록 했다. 이케아는 가구를 방이나 사무실에 미리 배치 또는 디자인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점포확장 위주 국내유통업계…“보이지 않는 수요를 잡아라”

김숙경 연구위원은 “아마존은 지난 20년간 매출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지속적으로 감소했음에도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에 꾸준히 투자를 해왔다”며 “외국에서도 4차 산업혁명은 아직 도입단계이지만, 우리나라와 비교하면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대형유통기업들이 온라인 확대를 위한 투자보다는 점포추가 개설, 복합쇼핑몰 입점 등 전통적인 오프라인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나 현대백화점 등에서 가상현실 기술을 시도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는 보이고 있지 않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 유통업계에 4차 산업혁명 도입시도가 늦기도 했지만, 발전전략의 문제도 있다”며 “유통업체의 투자핵심이 아직까지는 점포확장에 치우쳐 있다. 국내시장 범위가 한정적인데, 눈에 띄는 수요를 놓고 벌이는 경쟁은 치열할 수밖에 없다. 보이지 않는 수요를 끌어낼 수 있는 근본적인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