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로’ 방문객 늘었지만 남대문시장은 냉랭

프린트

Live 중기 ㅣ 소상공인 ‘서울로’ 방문객 늘었지만 남대문시장은 냉랭 상인 “매출증가로 이어지지 않았다” 상인회 “홍보, 편의시설 확충 필요”

기사입력2017-07-06 19:2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총 길이 1.7km, 17개의 보행길이 연결되는 ‘서울로7017’이 지난 5월 개장했다. 노후화로 철거위기에 놓였던 고가도로엔 지금 꽃이 피고 나무가 자란다. 시민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국내 최초의 도심 고가보행로인 서울로7017은 개장 한달 만에 203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등 시민들이 기대와 관심도 커지고 있다.

서울로7017은 남대문시장 5번 게이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때문에 남대문시장은 서울로를 찾은 관광객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옮겨질 수 있는 위치다(사진 위). 남대문시장을 찾은 방문객들 모습. ©중기이코노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6일 한낮, 중기이코노미가 찾은 서울로는 비교적 한산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외국인들과 보행로를 통해 다른 동네로 이동하는 사람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만리동에서 살고 있는 박윤영씨는 “서울로가 생기기 전에는 주로 차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짧은 거리를 복잡하게 돌아가야해서 불편했었다”며 “서울로로 이동이 가능한 거리는 자연스럽게 차를 두고 걸어다니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서울로’ 효과로 남대문시장 띄우기

서울로7017은 조성 당시 인근 상인들과 택시기사들의 반발이 있었다. 고가도로를 폐쇄함으로써 남대문시장 접근이 어려워지고, 주변 교통이 더 복잡해진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서울시는 지난달 20일 서울로7017 개장을 전후해 남대문시장을 찾는 시민이 하루평균 4만800여명이 늘었다며, 서울로7017 효과를 홍보했다. 서울시는 서울로7017 개장일에 맞춰 ‘2017 남대문시장 글로벌 페스티벌’을 개최하고, 지난 1일에는 ‘남대문시장 야간대축제’를 여는 등 남대문시장 띄우기에 나섰다.

서울로7017 시설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관광마케팅 이고은 센터장은 “서울로를 찾는 사람들이 남대문시장을 가는 방법을 묻는 경우도 많고, 이곳을 통해 남대문시장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왔다가 인근에 남대문시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찾아가는 경우도 많다”며 “서울로를 통해 남대문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6일 한낮, 서울로는 비교적 한산했다(사진 위). 서울로를 둘러보고 있는 외국인 관광객 모습. ©중기이코노미

남대문시장 상인들 ‘서울로’ 효과 체감 못해

하지만 아직 남대문시장 상인들에게 서울시의 이러한 노력이 닿아있지 않은 듯 했다.

서울로7017은 남대문시장 5번 게이트에서부터 시작된다. 이 때문에 남대문시장은 서울로를 돌아보는 관광객의 발길이 자연스럽게 옮겨질 수 있는 위치다. 남대문시장에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서울로 개장초기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좀 늘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방문했을 뿐이지, 실제로 시장에 와서 물건을 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관광객들이 시장에 오면 노점에서 군것질이나 하지, 특별히 물건을 사러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시장에서 액세서리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서울로를 개장했다고, 고객 수나 매출에 변동이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최근 ‘사드’ 등으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이 거의 찾지 않아 상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서울시에서 전기료 지원 등 보다 현실적인 대책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대문시장 상인회 한 관계자는 “서울로 개장으로 사람들이 시장으로 유입된다고 서울시는 말하지만, 단순히 사람이 늘었다고 매출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오히려 길이 좁아지고 도로가 복잡해져 도매를 목적으로 오는 사람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장기적으로 서울로를 찾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서울로를 통해 남대문시장에서 쉽게 장을 볼 수 있다는 홍보가 필요하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서울로를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화장실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대해 서울시 경제진흥본부 소상공인지원과 시장활성화팀 조동철 팀장은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서울로 조성 당시 인근 시장상인들이 어려움을 호소해 서울로를 찾는 시민들이 남대문시장을 이용하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며 “개장 이후 시장을 찾는 방문객이 늘고 있어 서울로 효과가 남대문시장에도 미쳤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방문객이 물건을 사도록 하는 것은 서울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변화된 쇼핑패턴이나 선호제품 등에 맞춰 시장상인도 변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