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여파 기능성 베개 협상 中 바이어 연락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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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사드여파 기능성 베개 협상 中 바이어 연락 뚝” 기술력 확보했지만 고군분투…베개 통째 세탁 가온힐㈜ 이상혁 대표

기사입력2017-07-15 12:00

“살아있는 시간의 3분의 1은 수면시간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소비하는 활동인 것이죠. 그러니 수면시간이 중요한 게 당연하죠. 좋은 베개를 사용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그런데 좋다는 베개는 대개 세탁이 불가능해요. 베개커버는 세탁을 하고, 베갯속은 그대로 둔다? 옷은 매일매일 갈아입으면서, 샤워는 일년에 한번 하는거랑 똑같은 것입니다. 세탁이 가능한 기능성 베개를 만들어 보자는 게 그 시작이었습니다.”

기능성 베개 전문업체 가온힐㈜ 이상혁 대표 ©중기이코노미

기능성 베개 전문업체 가온힐㈜ 이상혁 대표는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버린 베개만 1000여개…가족도 미쳤다며 말렸습니다”

이 대표는 IT업계 출신으로 48세에 창업전선에 뛰어든 늦깎이 CEO다. 지난해 11월 ‘한국스타트업 생태계포럼’이 발표한 국내 스타트업 창업연령(35.8세, 서울기준)보다 10살이상 많다. 늦은 나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의 창업은 결코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주변의 지인, 심지어 가족도 만류했다.

“시작할 때는 미쳤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다니던 IT 회사에서는 제품을 개발·관리하는 일을 했거든요. 직접 협력회사를 돌다보니 부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자연스레 금형이나 제조쪽에 관심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LED를 이용한 디퓨저(향수와 같은 액체를 담아서 향기를 퍼지게 하는 인테리어 소품)가 시작이었죠.”

그는 아로마 디퓨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베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최근 증가하는 거북목, 디스크 질환 등을 교정할 수 있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땀이 많아 베개를 자주 세탁한다는 한 직원의 말을 듣고, 세탁이 가능한 기능성 베개의 필요성을 체감했다.

‘코튼샤워’는 섬유융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기술을 적용해 세탁이 가능하고, 높낮이를 사용자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사진=가온힐 홈페이지>

베개는 인체에 직접 닿는 침구류다. 그러다 보니 다른 것보다 훨씬 오염되기 쉽다. 자는 동안 피부각질이나 유분 등이 쌓이게 되고, 각종 세균이나 곰팡이 등이 번식하기 쉽다. 이는 알레르기나 피부 트러블 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그래서 청결하게 관리하는게 중요하다.

하지만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능성 베개는 대부분 세탁이 어렵다. 라텍스나 메모리폼으로 만들어진 베개의 경우 세탁하면 모양이 변형돼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주 교체하기에는 비용이 만만찮다. 그러다 보니 베개커버만 빨고, 속은 햇볕에 소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탁이 가능한 기능성 베개를 만드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개발과정에서 1000여개의 베개를 버린 결과, 기능성 베개인 ‘코튼샤워’를 만들 수 있었다. 국산솜으로 만들어져 친환경적인데다, 통째 세탁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강점이다. 또 섬유융합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한 기술을 적용해 체형에 따라 높낮이도 조절할 수 있다. 어떠한 자세로 자더라도 수면습관에 맞는 베개모양을 잡을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예컨대 베개가 높으면 가운데 부분을 누르고, 문지르면 경추가 닿는 부분이 낮아진다. 베개가 낮을 경우에는 양쪽 가장자리를 누르고, 문지르면 경추에 닿는 부분이 높아진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벤처기업으로도 인정받았다.

지난달 일산 킨텍스에서 개최된 ‘중소기업 마케팅 대전’에 참여한 가온힐. ©중기이코노미

유지비도 저렴하다. 코튼샤워는 보통의 솜베개와 마찬가지로 교체주기가 1년이다. 일반 라텍스나 메모리폼 베개의 교체주기가 3~4년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짧다. 그러나 코튼샤워의 가격은 여타 기능성 베개의 5분의1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도 있다. 무엇보다 코튼샤워는 베갯속을 빨아서 사용할 수 있어 청결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베갯속을 교체할 수도 있다.

“제품만 개발하면 끝일 줄 알았는데” …사드 등 첩첩산중

개발자로서 경력이 있어 상대적으로 제품개발은 쉬웠다는 게 이 대표의 말이다. 그러나 사업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다.

“제품에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품을 개발하는 것과 상품을 팔아서 매출을 낸다는 것은 전혀 달랐습니다. 실적이 없으니 판로를 뚫는 것도 어려웠고, 매출이 없으니 기업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기회는 국내가 아닌 국외에서 시작됐다. 기존 실적보다 기술력을 우선하는 해외시장,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코튼샤워는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다카시마야 백화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중국 바이어도 지난해 주문요구를 해, 시제품을 보낸 이후 납품협상을 진행했지만 지금은 중단됐다. 제품의 하자 때문이 아니라 ‘사드’ 때문이다. 사드 후폭풍이 커지면서 중국 바이어와의 연락이 끊겼다는 것이 이 대표의 말이다.

가온힐은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지난해 10월 중국 심천에서 열린 ‘2016 Maker Faire’에 참여했다.<사진=가온힐㈜>

“예전에는 바이어의 반응이 좋았어요. 중국 인터넷 사이트에 글을 올리면, 댓글도 많이 달리고 관심도 높았죠. 그런데 요즘에는 분위기 자체가 다릅니다. ‘왜 한국제품을 사야 되느냐’는 반응입니다. 결국 연락을 주고받던 바이어는 소식이 끊겼죠. 지금요? 일부 바이어가 상황이 나아졌다고는 하는데, 기다리라는 말만 해요. 답답합니다.”

이 대표는 영세 중소기업이 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특허비용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제안도 했다. 특허출원 및 등록 비용은 나라별로 다르지만 통상 1200만원정도 드는데, 마음먹고 4~5개 국가에 출원등록하려면 5000~60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지원하는 비용은 특허출원과 등록 그 자체에 필요한 450만원 수준이다. 특허출원 및 등록을 위해 필요한 수수료, 번역비, 제품이 반려되는 경우 재신청비 지원 등도 필요하다고 했다. 물론 예산의 한계가 있겠지만, 선별과정을 거치더라도 추가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이 확보한 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한다는 얘기다.

가온힐은 최근 국내 판로를 만들어 가고 있다.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조금씩 반응이 온다고 했다. PPL 등 다양한 채널도 이용하고 있다. 국내 유명 백화점 입점도 협의중이다. 오는 24일부터는 ‘카카오 메이커스’를 통해 제품을 판매한다. 제품을 보고 카카오측에서 먼저 판매를 제안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