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이 ‘프랜차이즈’ 먹잇감으로 전락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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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자영업이 ‘프랜차이즈’ 먹잇감으로 전락한 현실 골목상권은 자영업자의 무덤…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만이 답

기사입력2017-07-16 15:00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대학교육연구소 안호덕 객원연구원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고 한다. 모퉁이마다 대기업 편의점이 들어서 있다. 치킨집·피자집 역시 골목에서 가맹점본사를 대신해 영토확장 또는 영토고수를 위해 대리전을 치르는 양상이다. 커피숍도 가맹점이고 빵집·제과점도 가맹점이다. 더 이상 ‘동네 빵집’, ‘동네 제과점’은 찾기 어렵다. 더러 이용하던 동네 삼겹살집도 문을 닫았다. 주인은 폐업을 하고 관광버스 기사로 전업했고, 그 자리는 식당간판도 떼지 않은 채 창고로 쓰이고 있다.

이젠 골목장사도 가맹점 간판을 달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분식집을 하더라도 ‘○○ 몇호점’이라고 내세워야 하는 세상이 됐다. 그래서 서울 변두리 골목이라고 하더라도 ‘손맛’ ‘인심’ 이런 것들은 자영업자들에게 더 이상 경쟁력이 아니다. 프랜차이즈 우산으로 들어갈 것인가, 아니면 문을 닫을 것인가라는 두갈래의 선택은 자영업자에게 날마다 던져지는 못다한 숙제 같은 것이다.

프랜차이즈 간판을 내건다고 나아진다는 보장도 없다. 적지 않은 인테리어 비용과 프랜차이즈 가맹비용을 현찰로 마련해야 한다. 거기다가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주재료는 물론이고 부수적인 자재도 거부할 수 없고, 대량 일괄공급임에도 공급가는 시중가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것도 큰 부담이다.

가맹점주 개인 사정에 대한 고려없이 본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할인행사와 광고 비용까지 가맹점주에게 떠넘기고 있다. 문 열고 닫는 시간까지 시시콜콜 통제를 받아야 하지만, 정작 본사 오너의 일탈로 빚어진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의 몫이다. 가맹점 상권에 낀 자영업자와 가맹점 간판을 단 가맹점주, 양자의 처지는 별로 다르지 않다. 한식에 죽으나 청명에 죽으나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프랜차이즈 공화국이 된 골목, 이곳의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상가 모습,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중기이코노미 자료사진> ©중기이코노미

가맹점 50군데만 확보하면 가맹본사 사장은 평생 먹고 살수 있다는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이 때문에 너도 나도 가맹사업에 뛰어 들었고, 2015년 기준 프랜차이즈 브랜드 수만 5200개가 넘는다. 가맹점 수 또한 22만개나 된다. 10년이상 가맹 브랜드를 유지한 업체는 12.6%에 그치고, 나머지 67.5%는 5년 안에 폐업했다. 가맹본사의 폐업은 그렇더라도, 하루 평균 66개의 가맹점이 문을 닫는다. 자영업을 도태시키고, 끝내는 본사의 돈벌이만 해주고 문을 닫아야 하는 숱한 가맹점의 처지가 이렇게 된 것은 잘못된 구조 탓이다.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간의 갈등이 사회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오너 일가의 일탈 행동, 본사의 지나친 횡포로부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절박함과 잘못된 구조를 새 정부가 바로잡을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탓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눈길이 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공정한 시장경제질서의 확립, 김상조 공정위원장의 취임일성이었다. ‘을의 눈물’을 닦는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그의 약속처럼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간의 거래관계에도 적용돼야 한다.

공정위가 할 일은 또 있다. 프랜차이즈 공화국이 된 골목, 이곳의 자영업자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되지 않고도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시장을 지배하는 현실에서 자영업자에게 골목상권은 무덤이나 다름없다. 자영업자의 소득을 늘리거나, 일자리를 만드는 일 또한 요원할 수밖에 없다.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하기에 앞서, 자영업이 프랜차이즈 사업의 먹잇감으로 전락한 현실을 바꿔내는 것이 먼저다.

골목상권 생태계에서 프랜차이즈(갑), 가맹점(을), 골목 자영업(병) 순으로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다. 갑과 을의 관계는 종속의 관계로 변질됐다. 을 또한 상위 포식자처럼 ‘병’을 도태시키고 있다. ‘갑, 을, 병’의 관계에 국가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자영업이 설자리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규제철폐’는 지난 정권에서 경제개혁의 비책인 양 남발됐다. 먹이사슬화된 ‘갑, 을, 병’ 관계도 이 탓이다. ‘을’과 ‘병’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제가 필요하다, 백번을 생각해도 ‘공정한 시장경제질서’ 확립만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