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세계적 추세, 영세中企 부담 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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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최저임금 인상 세계적 추세, 영세中企 부담 완화 내년 7530원 확정…‘최저임금 1만원 시대’ 정책 현황과 쟁점

기사입력2017-07-17 09:08

정원석 객원 기자 (delphi2000@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무법인 ‘원’ 정원석 노무사

1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11차 전원회의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7530원으로 확정했다. 주 40시간 기준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이다. 올해에 비해 16.4% 인상된 것으로, 지난해 인상률 7.3%의 두배가 넘는다. 2001년 16.6% 인상된 이래 최대폭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기조인 ‘소득주도 성장론’의 핵심과제는 최저임금 인상이다. 최저임금을 올려 국민소득을 증대하고, 이를 내수확대로 이끌어 경제성장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국민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서는 생산, 소비, 투자가 선순환해야 하는데, 현재 가계부채비율이 178.9%(‘2016년 자금순환 동향’, 한국은행)에 이르는 등 소비여력이 너무 떨어져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논지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는 작년 4분기 기준 월평균 136만원을 벌어 13만5000원의 적자를 봤다. 소득에서 최저생계비를 뺀 금액이 대출 원리금 상환액에 못 미치는 ‘한계가구’는 현재 약 200만 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최저임금제란 국가가 임금의 최저수준을 정해 그 이상의 지급을 강제함으로써 저임금 근로자를 보호하는 제도를 말한다. 최저임금법 제1조는 ‘근로자에 대하여 임금의 최저수준을 보장하여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꾀함으로써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한다.

임금이란 노사간 협상을 통해 자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경제적으로 우월한 사용자와 개별 근로자 사이에는 실질적으로 대등한 교섭력을 담보하기 매우 어렵기에 이를 사적자치에만 맡긴다면 적정 수준의 임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최저임금법 제4조 제1항).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부터 시행됐다.

최저임금제의 정책적 목적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직접 끌어올려 경제생활을 보장하는 사회보장적 목적이다. 둘째는 사회전체의 구매력을 증대시켜 유효수요를 확대하는 경제정책적 목적이다.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이 높기 때문에 정책적 효과가 두드러진다는 평가다. 마지막으로 기업들이 저임금 경쟁보다 노동생산성 향상에 주력하도록 유도해 바람직한 경쟁을 북돋는 산업정책적 목적이 있다. 어떤 기업의 노동생산성이 최저임금 수준보다 낮다면, 직원을 고용하는 자체로 손해가 되기때문에 기업은 설비투자를 늘리거나 경영을 합리화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현재 6470원인 최저임금을 2020년까지 1만원까지 올리겠다고 공약했다. 매년 15.7%씩 꾸준히 올려야 가능한 금액이다. 일단 올해 인상폭은 16.4%로 확정됨으로써 순조롭게 출발하는 모양새다.

최저임금 준수를 위한 부가적인 정책도 공약했다. 아예 최저임금만 전담하는 감독관을 신설하고 기초고용질서 전반에 대한 일제단속을 실시한다. 최저임금 위반 이력이 있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공공입찰시 감점도 부과하고, 상습성 악의성이 인정될 경우에는 명단공표 등 제재를 가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1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이 인상됨에 따라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지원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는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확정함과 더불어 관계부처 합동으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 완화를 위한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임금 인상 여력이 적은 이들에 대한 지원책이다.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을 손봐, 이달 말부터 즉시 카드 우대수수료율 혜택 범위 확대 추진[연간 신용카드 등 매출액 합계액을 기준으로 영세가맹점(수수료율 0.8%)은 현행 2억원에서 3억원으로, 중소가맹점(수수료율 1.3%)은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 조정) ▲소상공인정책자금 지원 확대 ▲근로소득 증대세제 지원 강화 ▲가맹업계의 불공정 관행 시정 ▲ 임대료 상승억제,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 확대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한 정책적 노력 등을 제시했다. 그동안 인상 추세인 7~8%대를 넘어서는 차액 인상분에 대해서는 사업체 규모와 부담능력을 고려, 최저임금 인상의 취지에 부합하는 사업장을 선정해 정부가 직접 보조하기로 했다. 추정 소요재원은 3조원에 이른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입장의 논거는 우선 우리 경제의 구조적 측면에 주목한다. 우리나라와 같이 내수시장이 작은 수출중심의 소규모 개방경제에서 인건비는 제품의 가격경쟁력과 직결되는데, 인건비가 올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면 수출은 물론 국내시장에서의 경쟁력까지 저하될 수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이 고용을 단념하고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는 경향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자동화 생산설비를 증설하거나, 경비원을 해고하고 CCTV로 대체하는 식이다.

한계기업 내지 한계 자영업자가 많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이거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기업을 말한다.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태다. 한국은행은 2016년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의 15%를 한계기업으로 분류했다. 자영업자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단적으로 2014년 중소기업청의 자료를 보면, 음식점의 경우 창업 1년 뒤 55.3%가 생존하고 3년 후 28.9%, 5년이 지나면 17.7%만 살아남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에게 최저임금 인상은 원가 인상을 불러와 폐업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최근 소상공인연합회가 “무작정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중소상인들에게 ‘사형선고’”라며,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안에 반대 목소리를 낸 것도 이런 맥락이다.

따라서 최저임금은 정부의 정책기조와 같이 급속 인상해 강제할 것이 아니라, 경제활성화 등으로 시장임금을 올려 자연스럽게 달성해야 한다는 것이 반대론자의 주된 주장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받고 있는 근로자의 비율이 13.6%(264만 명)로 OECD 주요 20개국 중 3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볼 수 있듯, 우선 현재수준의 최저임금부터 지키도록 하는 것이 인상하는 것보다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저임금을 업종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는 방안, 저소득 근로자에게 근로장려금을 세금 환급의 형식으로 지급하는 근로장려세제(Earned Income Tax Credit, EITC)를 활용해 완충하는 방안 등도 보완책으로 제시된다.

반면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하는 입장은, 최저임금 인상은 비단 저소득 근로자의 생활에 도움을 준다는 의미 외에도, 총유효수요를 늘려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점을 주된 논거로 삼는다. 또 우리와 경제규모가 비슷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아도 우리나라의 최저임금 수준은 턱없이 낮아 이를 인상해야할 필요가 크다고 한다.

최저임금이 고용축소를 부른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는 고용에 부담을 가지는 사업주가 고용을 축소하거나 한계기업의 경우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최저임금상승분 이상의 노동생산성을 내는 경쟁력있는 기업들이 생존하게 돼 국가 전체적으로 산업구조조정의 효과가 있고, 이 기업들의 경쟁자가 일정부분 사라진 연유로 매출이 증대돼 다시 고용을 늘릴 것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2015년 OECD가 이 관계에 대한 논문들을 메타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 축소간의 상관관계는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물가상승 효과에 대한 조사에서도 영향이 없거나 매우 미미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세계적인 최저임금 인상추세도 찬성론자에게는 고무적이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까지도 최저임금 인상에 호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캘리포니아주가 2022년까지 최저임금을 15달러로 인상하기로 했고 다른 주도 적극 동참하는 분위기다. 영국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생활임금’제를 도입한다. 일본의 아베 총리도 대기업에 임금인상을 독촉하고 매년 3%의 최저임금 인상을 밀어붙이고 있다. 독일에는 원래 최저임금제도가 없었으나 2015년 법제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