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 재앙? 中企 이중적 행태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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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최저임금 인상 재앙? 中企 이중적 행태 버려라 을로서 부당함 주장하기 앞서, 갑으로서 법 준수·경제주체 배려해야

기사입력2017-07-17 23:0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적폐청산’이 국정 제1과제인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을’과 ‘갑질’이라는 단어가 언론사 머리기사에 자주 등장한다. 자유시장경제라면 응당 갖춰야 할 공정한 기회와 경쟁은 온데간데없고, 온갖 반칙과 특권으로 점철된 왜곡된 시장이 초래한 ‘적폐’의 한 단면이다.

재벌대기업을 포함 모든 경제주체들이 관행적으로 행하는,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만큼 차고 넘치는 약탈수준의 갑질로 ‘을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는 현실이 반영된 것일게다. 갑질에 대한 사회적인 비난과 분노가 이처럼 켜켜이 쌓여감에도, 날이면 날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갑질을 목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경제주체 모두가 자신을 을이라고만 생각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재벌대기업은 정부가 추진하는 ‘공정한 시장경제’ 그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중소기업은 대기업의 불공정행위 때문에 죽을 맛이라 하고, 영세중소기업은 자신이 납품하는 ‘잘 나가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영세중소기업 또한 갑질에서 자유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시장에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신보다 열악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적정한 이윤을 제공하지 않는다. 소상인과 자영업자 또한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에게 최저생계비조차 지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아무런 죄의식도 갖지 않는다. 이렇듯 산업생태계 최상위 계층에 있는 재벌대기업에서부터 골목 곳곳의 치킨집 사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자신들이 행한 갑질은 정상적인 거래행위로 간주한다.

그런데 현실의 시장질서에서 갑을관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우리 산업생태계에서 언제나 갑인 재벌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영세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모두는 ‘을’이고 피해자다. 동시에 시장내 특정 경제주체와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서 갑질을 하는 주체다. 남의 눈에 있는 티끌만 보고 내 눈의 들보는 못 보는 격이다. 갑질에 따른 피해를 티끌에 비유할바 아니란 점을 인정하더라도, 부지불식간 또는 의도적으로 행한 자신의 갑질을 스스로 외면한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올해(6470원)보다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된 이후 중소기업단체가 밝힌 입장을 보면, ‘내눈의 들보’ 자체를 인정조차 않는 듯이 비춰져 심히 우려스럽다.

대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대한상의 또는 경총은 그렇더라도 ‘분노와 허탈감’, ‘감내할 수 없는 재앙수준’이란 중소기업중앙회의 논평은 선을 넘었다. “급격하게 인상된 최저임금에 대해 영세 중소상공인들은 줄도산 하거나 인력을 감축할 수밖에 없는 심정”이란 표현은 좋게 해석해도 ‘협박’ 수준이다. 강도는 좀 덜하지만 소상공인연합회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감소, 서비스질 하락, 경영환경 악화로 인한 폐업 등을 우려해야만 하는 처지로 내몰리게 됐다”고 섭섭함을 감추지 않았다.

최저임금 1만원과 갑을관계 근절은 상호분리해 각각 추진할 수 있는 별개의 사안이 아닌 동전의 앞뒷면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생산에 대한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만 노동존중사회도, 공정한 사회도 가능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이들 단체의 우려를 정부 또한 모르는 바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1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지난 대선 때 최저임금 인상과 소상공인, 영세중소기업 지원대책을 반드시 함께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제 그 약속을 지킬 때”라며 “특히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업종에 더 각별한 관심을 갖고 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따라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지원을 위해 3조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하고, 사회보험료 인하를 포함 각종 세제혜택 등 직접적인 지원책도 준비하고 있다. 이외 갑을관계 일색인 시장에 공정한 거래질서를 세움으로써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영여건을 개선하는 한편 경쟁력 강화를 도모하겠다는 중장기적 플랜도 가동한다. 그럼에도 경제지를 필두로 일부 언론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폐업’ 등 자극적인 제목을 동원하고, 일부 정치권까지 가세해 ‘기가 찰 노릇’이라고 선동하며 국민여론을 왜곡하고 있다. 이들의 반발은 조만간 수그러들 것이다. 이들 역시 최저임금 인상 그 자체에 반대할 명분도 없고, 내년도 최저임금 시행에 앞서 정부 지원책이 보다 구체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여정에서 일단 한 고비는 넘었다. 우리 산업생태계 최하층에 있는 근로자에 대해 ‘인간다운 삶’을 향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임금을 보장하자는데 사회적 합의가 이뤄졌다. 헌법상 기본권인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은 근로자 이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그리고 중소기업 모두에게 적용돼야 할 것이고, 정부가 풀어가야 할 숙제다.

‘최저임금 1만원’이란 구호는 문재인 대통령이 추구하는 ‘노동존중사회’로 진입하기 위한 사회적 비용이다. 시장질서내 ‘갑을관계 근절’ 역시 ‘공정한 사회’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이다. 최저임금 1만원과 갑을관계 근절은 상호분리해 각각 추진할 수 있는 별개의 사안이 아닌 동전의 앞뒷면이다.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와 ‘생산에 대한 적정한 이윤’을 보장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만 노동존중사회도, 공정한 사회도 가능하다.

이렇게 보면 우리 산업생태계 중간층을 형성하고, 갑을의 이중적 지위를 갖고 있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인식 또한 바뀌어야 한다. 을로서 겪은 부당함을 주장하기 앞서 갑으로서 법을 준수하고, 우리 공동체내에서 다른 경제주체에 대한 배려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자성해야 한다는 말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중소기업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실제 하도급거래에서 하도급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사업자의 약 79%가 중소사업자”라며 “중소사업자들이 더 작은 영세사업자들을 대상으로 불공정행위를 하면서 정부에 무조건적인 보호를 요청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또 자영업자 또한 권리주장에 앞서 스스로 법에 정한 의무를 충실히 이행했는지도 의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소득파악률은 72.8%에 불과하다. 자영업자가 100만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27만원에 대해서는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촘촘하지 못한 세무행정, 고소득 자영업자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탈루율이 너무 크다. 카드로 결제하지 않고 현찰로 거래하면 10% 안팎의 가격을 깎아주는 자영업자 사례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반드시 가야 할 목표다. 일부 언론과 정당에서 주장하듯 근로자만을 위한 정부가 들어섰기 때문이 아니다. ‘공정한 사회’로 갈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노동을 존중해야만, 노동에 기반한 생산도 정당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우리 산업생태계의 고질병인 갑을관계를 근절하기 위한 전제는, 각각의 경제주체 상호에 대한 존중이다. 그리고 상대를 존중하면서 동시에 나 또한 존중받기 위해서는 내가 먼저 내려 놓아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은 그래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