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시장경제 위해 中企 소상공인도 바뀌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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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상생’시장경제 위해 中企 소상공인도 바뀌어야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잡기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을과 을의 연대’

기사입력2017-07-21 15:3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저임금에 대한 일부 언론의 공세가 거세면서 집요하기까지 하다. 지난 15일 내년도 최저임금이 전년대비 16.4% 오른 7530원으로 결정된 이후 딱 일주일 지났다. 이 기간동안 최저임금 결정을 비난하며 쏟아낸 기사량도 그렇지만, 온갖 왜곡을 동원한 악의적 선동은 금도를 넘었다. 최저임금이 올라서 아르바이트생이 9급 공무원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는다는 것이 일부 언론의 주장이다. 반박할 생각도 없고, 가치조차 느끼지 않는다.

최저임금 오른다는데…그냥 알바로 살까봐요,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돌봄·보육 예산 수천억 늘어날 판, “최저임금 너무 올라 버티기 힘들어” 최장수 기업 ‘전방’ 눈물의 구조조정, ‘최저임금 폭탄’ 중소제조업체의 실제 사례…“납품단가 인상은 기대도 않는다”, “정부 돈 빼먹자” 최저임금 대책, 벌써부터 ‘꼼수’ 난무, 편의점 연수익 1860만원…내년 최저임금보다 적어….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 21일자 기사를 인터넷을 통해 대충 찾은 것만 이 정도다. 특정신문은 사설을 포함 3꼭지 이상 할애해 최저임금에 관한 일방적인 비난기사를 뱉어냈다. 이들 기사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으로 대한민국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대부분이 망하고, 온갖 편법으로 나라예산이 거덜난다. 또 자영업자와 근로자 상당수가 한달에 160만원이 좀 안되는 돈을 벌기위해 ‘알바’로 직업을 바꾼다. 이들 기사에선 합리와 이성은 찾아 볼 수 없고, 억지와 궤변을 동원해 특권층의 탐욕만을 지키겠다는 독선만이 가득할 뿐이다. 차라리 최저임금제도 자체를 폐기하라고 말하라. 이른바 시장논리에 따라 근로자는 사용자가 주는대로 받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닌가.

최저임금에 대한 생떼가 끊이지 않고 이처럼 계속되는 이유는 재계의 반발을 등에 업은 일부 언론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함이다. 여기까지 충분히 예상됐던 수순이다. 그러나 이토록 집요하게 붙잡고 늘어지는 배경에는 중소기업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가 빌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겪고 있는 고통 대부분은 대기업의 시장독점과 불공정행위에 따른 것이다. 또 자영업자가 눈만뜨면 하루생존을 걱정하는 이유중 가장 큰 것이 유통대기업의 골목침탈임에도 총부리를 엉뚱한데 돌리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물어보자. 최저임금 인상률을 중기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 주장에 따라 한자리 수 절반 이하로 떨어뜨리면, 지금 시장에서 살아갈 수 있는가. 김대중·노무현정권, 이른바 민주정권 10년을 포함해 이병박·박근혜정권 내내 중소기업·소상공인이 대접받았던 기억이 있는가. 우리경제 운영기조가 대기업 중심의 수출에 목을 매는 한, 대부분의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시장에서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바꿔보자는 것이다. 근로자의 지갑을 채워주고, 그들이 골목시장에서 물건을 사고, 그 물건을 만들기 위해 공장을 돌리자는 것이다.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시장질서를 바로잡음으로써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대·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시장경제질서’가 필요한 것이다. 사진은 서울은 한 재래시장,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소득주도 성장의 최소한의 전제조건으로 추진하는 것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이다. 최저임금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다. 단언컨대, 재벌대기업을 포함 기득권자들이 포기하고 내려놓아야 할 것은 앞으로도 많다. 최저임금 넘어 근로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적정임금’은 대기업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법인세율 및 자산(소득)세율 차등구간을 촘촘하게 조정하고, 최고세율을 대폭 올림으로써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한편 그렇게 확보한 세수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대기업으로 기울어진 시장질서를 바로잡음으로써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부여할 수 있다. 이외 최저임금 인상분을 보전하기 위한 재정·세제지원을 포함 정부의 각종 지원책이 추구하는 궁극적인 지점은 대·중소기업 그리고 소상공인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상생의 시장경제질서’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따라 중소기업·소상공인 역시 괴롭고 또 아플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선 추가되는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해 사업을 접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사장’을 하겠다고 근로자에게 최저생계비 미만의 임금을 주면서 사업을 끌고 가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돌아봐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라면, 업종을 바꾸든 취업을 하든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계상황에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요구해야 할 것은 최저임금 인상 반대가 아니라, 전업과 전직을 위한 정부의 지원방안이어야 한다.

자기 것은 손에 움켜쥐고, 남의 손에 있는 떡만을 탐하는 것은 극단적인 이기심이고 욕심이다. 우리사회 기득권 최상층인 대기업이 사실상 독점한 떡을 고루 나누기 위해서는 자기 것도 좀 내려 놓을 줄 알아야 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스스로 가진 것을 포기하지 않으면, 아무리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정권일지라도 대기업에 기득권을 포기하라고 힘있게 요구할 명분이 없다.

법인세율을 인상하자는 주장에 대해 대기업이 입에 달고 사는 말중에 하나는 ‘우리가 법인세를 다 낸다’는 주장이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거나 조금만 부담하는데, 왜 자신들만 부담하느냐’는 항변이다. 이들의 억지에 고개를 끄덕이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이라면, 지금과 같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많이 벌면 많이 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다면, 내 것을 좀 내려 놓아야 한다.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빠져나와 ‘상생의 시장경제질서’로 들어가고 싶다면, 그에 맞는 입장료는 불가피하다. 우리역사에서 단 한번도 시도하지 못했던 경제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이고 사상 초유의 실험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시작으로 ‘상생의 시장경제질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게 정부가 다소간의 헌신과 희생을 요구할 수 있다.

기득권을 지키고자 하는 재벌대기업과 일부 언론의 저항을 돌파하기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은 중소기업·소상공인 그리고 근로자, ‘을과 을의 연대’다. 그리고 재벌개혁을 포함 정부의 개혁드라이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중기중앙회와 소상공인연합회는 이제라도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반대입장을 거둘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