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 신용사면…‘옥석 가리기’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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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사상최대 신용사면…‘옥석 가리기’가 관건 수혜자 선별 등 명확한 기준 없으면 포퓰리즘 비난 피하기 어려워

기사입력2017-08-01 16:39

정부가 원금 1000만원이하, 연체기간 10년이 넘은 소액 장기연체자의 빚을 탕감해 주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논란이 분분하다. 지난 26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새 정부의 정책기조에 맞춰 국민행복기금, 금융공기업 외에 대부업체가 보유한 장기·소액 연체채권을 매입해 소각하는 방안을 8월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3월말기준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채권은 2조원가량이며 대상자는 40만3000여명에 달한다. 금융공기업과 대부업체 등이 보유한 장기소액연체채권 규모는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 정부도 원금을 일부 깎아주고 이자를 낮춰주는 등 개인의 채무를 덜어주는 정책을 시행했지만, 아예 원금을 100% 탕감해주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채무탕감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채무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정부가 대신 돈을 갚아주는데, 어느 누가 고생해서 돈을 갚겠냐는 것이다. 현재 돈을 성실하게 갚고 있는 채무자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되면 채무자의 상환의지를 낮춰 신용사회질서를 흔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찬성하는 사람들은 장기연체자를 내버려두기보다 빚 탕감을 통해 생산현장으로 복귀하도록 하는게 사회 전체에 더 도움이라고 주장한다. 1000만원이하 소액을 10년이상 갚지 못했다면 앞으로도 갚기 어려울 가능성이 큰데다, 오랜 기간 채권추심에 시달리느라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했을 것인데, 도덕적 해이를 논하는 것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보다는 상환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고금리에 돈을 빌려주고, 채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돼 법적 상환의무가 없어졌음에도 불구, 채권자에게 소액변제를 유도해 채권을 부활시키거나 소송을 통해 소멸시효를 연장하는 채권자들의 약탈적 행위를 단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두 입장 모두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양쪽의 이해를 얻어내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것은 수혜를 받게될 채무자의 선별이다. 옥석가리기를 통해 채무에 대한 구체적인 파악과 기준이 없이 빚을 탕감해주는 일은 지양돼야 할 것이다. 빚을, 누가, 어떤 이유로 졌는지, 갚지 못한 이유가 뭔지 등 채무자 실태에 대한 명확한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는 말이다.

예컨대 도박이나 과소비로 빚을 지는 경우까지 국가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 또 일부러 빚을 갚지 않는 사람도 선별해 내야 한다. 동시에 빚 탕감 정책 시행 후, 해당정책이 채무자들의 구제와 재기에 얼마나 효과가 있었는지, 효과가 없었다면 어떤 이유에서 였는지 등도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만 데이터분석을 통해 당면한 가계부채관리방안을 수립하고, 향후 유사한 상황에서 채무자 재활프로그램의 실효성 또한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바뀔때마다 대규모 신용사면은 반복해서 이뤄져왔다. 이명박정부는 7000억원 규모의 신용회복기금을 조성, 3000만원이하 채무불이행자 72만명에 대해 이자를 감면했다. 박근혜정부도 66만명에 대한 채무조정을 실시했다. 원금감면은 물론 상환기간도 연장해줬다. 그러나 가계부채는 계속해서 증가했고, 결국은 선거를 위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난을 들어야만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위해서는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