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나은 복지’ 원하는 국민믿고 복지증세 제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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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더나은 복지’ 원하는 국민믿고 복지증세 제안을 반대 위한 반대만을 강변하는 일부 세력에 끌려다녀서는 ‘개혁’ 요원

기사입력2017-08-14 17:01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 국민 10명중 7명 이상은 ‘더 나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겨레가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취임 100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복지증세’에 대한 찬성비율(71.7%)이 반대비율(26.2%)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았다. 특히 가구소득 월평균 200만원이상 응답자의 찬성비율(77.0%)은 전체 가구 찬성비율보다 5.3%p 높았다. 또 전자의 반대비율(21.5%)은 후자의 반대비율보다 4.7%p 낮았다. 200만원미만과 200만원이상(200~300만원미만, 300~500만원미만 500~700만원미만, 700만원이상) 모두 5개구간의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한 이번 조사결과를 보면, 200만원이상 상위구간에서 증세 찬성률은 높은 반면 증세 저항률은 낮은 것이다.

5개구간중 200만원미만 응답자의 증세 찬성비율(56.1%)이 가장 낮았고, 반대비율(42.3%) 또한 가장 높았다. 200만원미만 가구의 조세저항이 가장 높게 나타난 이유는 현행 조세제도에 대한 이해부족과 함께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전체 근로소득자중 근로소득세 면제자비율이 46.8%인 현행 세수체계에서는 증세를 하더라도 200만원미만 근로자의 추가부담은 없거나, 최소화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조사결과 조세저항으로 나타난 이유는 최저생계비 수준의 소득을 가진 가구에 대한 추가 세부담은 생존 그 자체를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조세체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고, 증세를 통해 가장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구간’이 가구소득 월평균 200만원미만이란 점을 설득하면 조세저항 수준은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복지수준 향상을 전제로 한 증세’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이미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이번 여론조사의 또 다른 설문항목 응답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대기업과 자산가,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도록 하는 이른바 ‘핀셋증세’안에 대한 찬성비율(85.1%)이 반대비율(11.3%)보다 현저하게 높았다. 또 ‘8·2 부동산대책’ 발표 후 거론되고 있는 ‘부동산 보유세’ 인상에 대해서도 찬성(77.6%)이 반대(18.7%)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보수야당과 재계 그리고 일부 언론이 ‘뻥튀기’하는 조세저항 우려와 달리 증세는 불가피하고, 국민 대다수는 증세를 감내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는 것이 이번 여론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함의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밝히면서 건강보험 자체 기금 이외 별도의 재원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 역시 솔직하지 못했다.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5년기준 63.4%인 것과 비교하면 개선되는 것은 맞지만, OECD 국가 평균 보장률이 80%를 상회하는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복지수준 향상과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확인한 이상, 문재인정부는 핀셋증세를 넘어 보유세 강화 등 ‘복지증세’ 전면화를 위해 논의의 장을 만들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기 위한 ‘100대 국정과제’ 수행에 추가로 소요되는 예산만 178조원이다. 정부는 세수실적 호조에 따른 자연증가분 60조5000억원(46.4%)과 세출을 절감해 95조4000억원(53.6%)을 확보한다지만, 실현 가능성이 불확실하다. 보다 확실한 재원대책을 마련하고 공개함으로써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국정목표가 ‘복지국가’이고, 또 실현할 수 있음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약속하고 실천할 때만이 문재인정부는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또 그래야만 적폐청산을 통한 개혁과제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5년후 문재인정부가 성공한 정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과감한 결단을 해야하고, 지금이 바로 그때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 최저임금 대폭 인상, 부자증세,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사회·경제정책에 대해 70% 이상의 국민들이 지지하고 있다. 북핵위협, 사드배치 및 탈핵정책에 따른 내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는 70~80%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복지국가를 향한 강한 드라이브를 걸 수 있는 국민적 지지도와 사회·경제 여건이 갖춰졌음에도 머뭇거릴 때가 아니란 말이다. 문재인정부를 탄생시킨 촛불혁명의 주역인 국민을 믿고, ‘더 나은 복지’를 위해 국민들에게 좀 더 부담해 달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이른바 핀셋증세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증세의 대상을 대기업과 부자로 제한하고, 중산증과 서민 그리고 중소기업에 대한 증세를 하지 않겠다고 못박은 것은 아쉽다. 또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을 밝히면서 건강보험 자체 기금 이외 별도의 재원대책을 제시하지 않은 것 역시 솔직하지 못했다. 적극적인 재정확충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에, 정부안이 그대로 이행되더라도 2022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70% 선이다. 2015년기준 63.4%인 것과 비교하면 개선되는 것은 맞지만, OECD 국가 평균 보장률이 80%를 상회하는 것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른바 ‘문재인케어’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민이 아픈데 지켜주지 못하는 나라, 의료비 부담으로 가계가 파탄나는 나라, 환자가 생기면 가족 전체가 함께 고통받는 나라, 이건 나라다운 나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보장률 70%, 그것도 앞으로 5년 후 70% 보장률만으로는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 수 없다. ‘더 나은 복지’를 위해 세금을 더 내겠다는 것이 우리 국민이다. 그렇다면 건강보험 보장률 목표치를 더 높이고, 그에 따라 부족한 재원은 국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면서 마련하자고 제안했어야 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수준은 촛불혁명 당시와 동일하다. 기득권 사수를 위해 사활을 걸고 사사건건 반대를 위한 반대만을 강변하는 일부 세력에 끌려다녀서는 복지국가 실현도, 개혁과제 완성도 요원하다. ‘더 나은 복지’를 위해 작지만 가진 것을 내 놓겠다는 국민 대다수를 믿고, 담대하게 정책을 펼쳐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