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징금이나 가격통제로 시장독점 해소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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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과징금이나 가격통제로 시장독점 해소 못한다 행태적 조치보다 구조적 조치 우선 적용해야 실효 거둘수 있어

기사입력2017-08-16 19:0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이미 독점화된 시장에서 순환출자의 금지나 지주회사 설립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는 독점을 해소할 수 없을 때 취할 수 있는 사후적 조치가 기업분할명령제다. 스탠더드 오일, AT&T, 아메리칸 타바코, 알코아 등 이들 기업이 다수의 기업을 인수해 시장에서 몸집을 불려 독점체제를 형성하고 부당한 경쟁행위를 벌이자 미국정부는 기업분할명령을 통해 독점을 해소한 사례가 있다.

우리나라의 공정거래법에도 유사한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업분할명령제 적용대상이 매우 협소해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또 이미 기업결합 행위로 형성된 독점을 해소하는데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제한하는 기업결합에 대한 시정조치는 공정거래법 제16조 ‘시정조치’에 규정돼 있다. 시정조치의 내용은 크게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로 구분한다.

<자료=국가법령정보센터/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구조적 조치 유형에는 ▲당해 행위의 중지 ▲주식의 전부 또는 일부 처분 ▲영업의 양도와 같이 기업결합 자체를 허용하지 않거나, 문제가 되는 자산이나 지식재산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매각하게 하는 처분이다. 행태적 조치에는 ▲기업결합에 따른 경쟁제한의 폐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영업방식 또는 영업범위 제한 ▲가격인상 통제 등 경영활동의 조건이나 의무를 부과하는 처분이다.

이같은 시정조치는 ‘기업결합의 제한’, ‘지주회사 등의 행위제한’, ‘채무보증제한 기업집단의 지주회사 설립제한’, ‘순환출자의 금지’, ‘계열회사에 대한 채무보증의 금지’ 등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부과된다.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독점해소 위해 구조적 조치 우선

기업결합으로 나타나는 경쟁제한성 그 자체가 시장구조의 변동에 의해 발생되는 것이기에 구조적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구조적 조치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구조적 조치의 전형적인 모델인 기업분할명령제에 대한 논의가 부족했다.

또 공정거래위원회 스스로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간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 이외에도 공정위가 행태적 조치만을 취함으로써 기업결합을 사실상 용인하는 모습을 보여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과징금이나 가격통제와 같은 행태적 조치만으론 기업결합 행위의 경쟁제한성을 개선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행태적 조치는 구조적 조치의 효과적 이행을 보완하기 위한 차원에서 병과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법률사무소 ‘휴먼’의 김종보 변호사는 중기이코노미 취재과정에서 “미국의 경우, 구조적 조치가 경쟁제한적 기업결합에 대한 기본적 시정조치가 돼야 한다는 점은 이미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다수의 법원판결과 경쟁당국의 사건처리에서 기업결합 심사의 원칙으로 정착돼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과징금과 같은 행태적 조치만을 취해 기업이 소송을 걸면서 시간을 끌면, 이미 그 사이 기업결합은 진행된다.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구조적 조치를 우선적으로 취함으로써 기업결합의 효과가 시장에 나타날 수 없게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정거래법 제16조의 시정조치를 구조적 조치와 행태적 조치로 나누고, 구조적 조치를 우선적으로 적용하되, 불가능하거나 효과적이지 않은 경우에 행태적 조치만을 부과할 수 있음을 공정거래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