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소송…기아차에 ‘유리한’ 판결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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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통상임금소송…기아차에 ‘유리한’ 판결 잇따라 임금청구권 인용했으나, ‘신의칙’을 이유로 근로자 청구 기각㊥

기사입력2017-08-30 18: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사용자가 통상임금의 범위를 좁게 산정,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 등을 잘못 계산해 결과적으로 미지급된 임금을 근로자가 소급해서 청구하는 ‘통상임금소송’ 재판결과가 법원에 따라 제각각이다.

그럼에도 최근 몇건의 고등법원 판결을 보면, 소급청구를 인용했던 1심 판단을 뒤집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는 사용자의 항변을 인용한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31일 예정된 서울중앙지법의 기아차 통상임금 판결을 앞두고, 상당수 언론을 통해 사용자들이 기대를 나타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통상임금소송…사용자의 ‘신의칙’ 주장을 인용하는 고법판결 잇따라

통상임금에 대한 아시아나항공 사건 판결(서울고법 2014나32153)과 현대중공업 사건 판결(부산고법 2015나1888)이 대표적이다. 두 판결은 모두 1심 재판부가 사용자의 ‘신의칙’ 주장을 기각했으나, 2심은 사용자의 손을 들어준 사례다. 서울고법과 부산고법 모두 회사의 ‘비용부담’ 또는 ‘당기순손실에 따른 재무위기’를 이유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각종 법정수당 등의 추가 지급을 구하는 청구는 신의칙에 위배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밖에도 지난 8월18일 광주고등법원(2016나10826)도 ‘금호타이어 통상임금소송에서 ‘신의칙’을 이유로 근로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정기상여금을 구성하고 있는 일부 임금항목이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다. 또 다른 쟁점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인정되는 경우에 ‘신의칙’을 이유로 근로자의 소급청구를 부정할 수 있는가 여부다. 아울러 금호타이어 노사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했는데, 강행규정에 반한 노사합의 효력을 인정할 것인가도 부수적인 쟁점이었다.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쟁점은’ 두 번째로, 이번에는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여부에 대한 쟁점과 강행규정에 반한 노사합의 효력 부분만을 다룬다. 나머지 근로자의 소급청구와 관련된 사실관계와 법리는 이어지는 다음 세 번째 글에서 설명한다.

금호타이어, ‘정기상여금’ 통상임금성 인정…‘기준임금’ 통상임금성 부정

금호타이어는 1992년 이후 단체협약에 따라 2개월마다 근로자들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했다. 정기상여금 구성항목에는 실제 근로한 시간과 무관하게 정액으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근속수당, 안전수당, 생산장려수당, 근속수당’(이하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있었다. 또 정기상여금 항목에는 ‘이 사건 정기상여금’ 이외에도 근로자 개인별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을 포함 제수당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별도의 ‘기준임금’(이하 ‘기준임금’)도 포함돼 있었다.

결국 2개월마다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정액으로 지급하는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있었음에도, 정기상여금 지급 시점에 따라 근로자 개인별 ‘기준임금’이 달라져 정기상여금 액수 자체가 변동되는 구조였다.

금호타이어 통상임금청구소송에서 실제 근로한 시간과 무관하게 정액으로 지급되는 ‘기본급과 근속수당, 안전수당, 생산장려수당, 근속수당’ 등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근로자의 청구를 법원은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들 근로자들의 체불임금청구를 법원은 기각됐다.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갖췄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판단이다. 사진은 광주 광산구 금호타이어 광주공장.<사진=뉴시스>

금호타이어 통상임금소송의 발단은 노사가 2010년 단체협약 개정을 통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한데서 비롯됐다.

근로자들이 노사합의를 ‘깨고’, 정기상여금 항목중 ‘기준임금’을 제외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근로자들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임에도, 회사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을 포함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각종 연장·야간·휴일근로 가산수당이 근로기준법에 미달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자들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다시 계산한 각종 수당과 회사가 이미 지급한 각종 수당과의 차액을 지급하라며 체불임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는지 여부=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등에 따르면, 통상임금이란 근로계약에서 정한 근로를 제공하면 지급하기로 사전에 확정된 임금이다. 통상임금에 해당되기 위해서는 소정근로의 대가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금품이어야 한다는 것이 판례의 입장이다.

이와같은 법리에 근거해 회사는 정기상여금이 매월 지급하는 것도 아니고, 연장·야간·휴일근로 등 근로시간에 따라 정기상여금 액수가 변동된다는 이유를 들어 “소정근로의 대가가 아니고, 고정성 또한 없으므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포함 정기상여금 전체가) 통상임금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즉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포함한 전체 정기상여금을 기준으로 통상임금성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 정기상여금중 일부인 ‘이 사건 정기상여금’만을 분리해 통상임금성 여부를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법원의 생각은 달랐다.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회사의 항변과는 달리 법원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과 ‘기준임금’ 부분을 분리해 각각에 대해 통상임금성 여부를 심리했다.

법원은 먼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 징표중 하나인 ‘소정근로의 대가성’ 여부를 갖췄는지에 대해 ▲단체협약에 따라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사전에 정하여진 기본일당에 실제 근무일수를 곱한 금액의 기본급을 지급했다는 점 ▲안전수당과 생산장려수당의 경우에도 근로자가 소정근로를 제공하면 정액으로 각각 20만원과 10만원을 지급했다는 점 ▲근속수당의 경우에는 근속연수에 따라 월 1만1000원에서 7만원까지 정액으로 지급했다는 점을 이유로 ‘소정근로의 대가성’을 인정했다.

통상임금의 또 다른 징표인 정기성·일률성이 ‘이 사건 정기상여금’에 존재하는지 여부에 대해 법원은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매 홀수달에 전달 및 전전달의 급여 합계액의 1/2씩이 지급되고, 상여금 지급일(홀수달의 10일)을 기준으로 전달 및 전전달에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 모두에게 지급되므로, 정기성 및 일률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고정성이란 통상임금 징표를 갖고 있는지를 심리함에 있어 법원은 전체 정기상여금 중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과 ‘기준임금’ 부분을 구분해 판단했다. ‘기준임금’의 고정성 여부에 대해 법원은 근로자가 소정근로 이외 근로를 얼마나 더 제공하느냐에 따라 ‘기준임금’이 변동되므로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사건 정기상여금’ 부분은 근로자들이 소정의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단체협약에서 정한 기본급, 안전수당, 생산장려수당, 근속수당을 지급하게 돼 있어 고정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결을 정리하면, 전체 정기상여금 항목 중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은 소정근로의 대가이고,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징표를 충족해 통상임금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기준임금’의 경우에는 소정근로의 대가성과 정기성·일률성 징표는 갖췄지만, 고정성 징표를 충족하지 못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노사합의 효력=법원은 “단체협약 등 노사합의의 내용이 근로기준법의 강행규정을 위반하여 무효인 경우에, 무효를 주장하는 것이 신의칙에 위배되는 권리의 행사라는 이유로 이를 배척한다면 강행규정으로 정한 입법취지를 몰각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그러한 주장이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음이 원칙이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금호타이어 통상임금청구소송에서 ‘이 사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라는 근로자의 청구를 법원이 받아들였다. 또 ‘이 사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한 노사합의 효력이 강행규정에 반해 무효라는 주장도 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근로자들이 제기한 앞의 두가지 청구를 법원이 인용함으로써 이들 근로자들은 체불임금청구권을 확보했다. 반복하면, 사용자는 통상임금을 제대로 산정해 근로자들에게 체불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 근로자들의 체불임금청구를 법원은 기각됐다. 근로자의 체불임금청구권을 배제하고, ‘신의칙’을 우선 적용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을 갖췄다는 것이 법원의 최종판단이다. 앞서 언급했던 아시아나항공 사건과 현대중공업 사건에서 기각사유로 제시했던 ‘비용부담’ 또는 ‘당기순손실에 따른 재무위기’와 유사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