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거부 명백한 의사표시 안하면 카르텔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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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담합거부 명백한 의사표시 안하면 카르텔 처벌 묵시적 합의, 정황증거로도 합의 인정…혐의 알았다면 ‘리니언시’

기사입력2017-09-01 18:17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카르텔은 사업자가 계약·협정·결의 또는 기타 방법으로 다른 사업자와 공동으로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행위를 할 것을 합의하거나, 다른 사업자로 하여금 이를 행하도록 하는 사실행위를 말한다. 카르텔 성립요건은 ▲둘 이상의 사업자가 ▲입찰에서 경쟁요소가 되는 사항에 합의하고 이를 통해 ▲경쟁제한성이 발생해야 한다. 이때 합의사항을 실행하지 않고 합의한 사실만 밝혀져도 위법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과 구지영 사무관은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카르텔업무 설명회’에서 “카르텔이 성립되기 위해선 사업자간 의사 합치여부가 중요하다”며 “사업자간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카르텔로 인정받을 수 있다. 혹자는 합의만 있고 실행하지 않으면 경쟁제한성이 성립될 수 없고, 카르텔로 인정할 수 없지 않느냐고 하는데, 합의 사실과 경쟁제한 의도만 있어도 처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묵시적 합의도 합의로 인정…명백한 거부의사 표시해야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카르텔의 요건중 하나인 ‘합의’에는 ‘명시적 합의’와 ‘묵시적 합의’가 있다. 명시적 합의는 대화, 서면 등 언어적 수단에 의한 동의의사 교환을 뜻한다. 묵시적 합의는 비언어적 수단에 의한 동의의사 교환을 말한다. 손짓을 주고받거나 윙크를 하는 것 등이 묵시적 합의에 속한다. 또 합의 불참의사를 공개적으로 표명하지 않고, 합의가 이뤄진 모임에 참석한 행위도 묵시적 합의로 본다.

구 사무관은 “법원에서 카르텔 합의와 관련해 ‘이해한다는 눈짓만으로도 합의가 인정될 수 있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며 “지난 2014년 6개 LPG 판매사업자의 부당공동행위의 경우, 시장점유율이 높은 업체가 독자적 판단으로 가격을 먼저 결정하고, 그 밖의 경쟁사업자들이 그 가격을 추종하며, 이런 관행이 상당기간 누적돼 있다는 점도 합의로 인정하는데 영향을 끼쳤다”고 소개했다.

묵시적 합의에서 중요한 것은, 사업자의 진의가 무엇이었는가 보다는 의사표시가 이뤄졌느냐, 안 이뤄졌느냐이다. 담합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려면 객관적으로 교환된 담합거부 의사표시가 있어야 한다. 의사표시를 한 실제 동기나 진의는 합의여부를 판단하는 것과 무관하다. 경쟁사업자간 합의의 자리에 있으면서, 동의표시를 하지 않았더라도 묵시적 합의로 인정될 수 있다.

정황증거로 상당한 개연성 있으면 합의한 것으로 추정

담합을 위한 합의를 적발하기 어려운 이유는 합의서와 같은 직접증거가 남는 명시적 합의보다는 묵시적 합의를 담합수단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공정위는 직접증거 없이도 정황증거를 통해 합의를 추정하고 있다. 정황증거는 합의가 존재했을 개연성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공정거래법 제19조 제5항은 ‘사업자들이 (담합행위를) 공동으로 한 것으로 볼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때에는 합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정황증거로는 먼저 ‘접촉증거’가 있다. 사업자간 의사연락 또는 접촉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전화통화, 회의 또는 모임여부다. 접촉증거만 가지고는 합의 입증은 어렵지만, 사업자간 합의가 성립될 기회가 존재했다는 근거로는 충분하다.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과 구지영 사무관은 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카르텔 업무 설명회에서 “카르텔 혐의를 발견했다면 경쟁사보다 1초라도 앞서서 리니언지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또 동일하거나 유사한 투찰률 등 외형상 일치하거나 공동행위로 보이는 외관이 적발될 경우 ‘행위증거’로 인정받는다. 행위증거는 단독으로 행할 경우 스스로 이익에 반하지만, 공동으로 행할 경우 참가자 모두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위로 여겨져, 합의 이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사업자들의 행위를 설명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면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다.

‘성과증거’도 있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낙찰률을 보이거나, 사업자별 시장점유율이 담합이 의심될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면 이를 성과증거로 본다. 이외 입찰자수가 적어 시장집중도가 높거나, 입찰참가자격을 제한해 진입장벽이 높을 경우 ‘시장구조증거’로 채택하고 있다. 이외에도 정황증거로는 ‘담합조정행위’도 있는데, 이는 사업자간 정보를 교환하거나 가격을 공표하고, 운송비를 균등화 하며, 제품을 표준화하는 행위를 말한다.

담합 혐의 알았다면, 1초라도 앞서 리니언지 제도 이용

예를 들어, 2015년 5월 공정위가 적발한 ‘농업용 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 입찰담합의 경우, A사와 B사의 투찰률은 각각 99.98%와 99.96%로 매우 유사했다(행위증거). 또 입찰일 직전 A사와 B사의 담당임원이 만난 사실을 확인했으며(접촉증거), 공사원가가 높아 담합을 통해 저가투찰을 방지함에 따른 경제적 이익이 존재했다(행위증거).

공정위 육성권 입찰담합조사과장은 “두 회사의 투찰률은 공동으로 행할 경우에 두회사 모두의 이익에 부합한다. 두 회사의 투찰률은 사실상 가격경쟁을 포기함으로써 스스로 이익에 반하는 의사결정을 두 회사가 독자적으로 했다고 여기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아 행위증거에 해당한다”며 “직접증거는 남기지 않을 수 있지만, 정황증거까지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상 무리”라고 말했다.

구 사무관은 “경쟁사는 협조자가 아니다. 경쟁사 임직원을 만나지 말고, 정보교환도 하지 말아야 하며, 행정지도 이행을 위한 사적모임 역시 예외는 아니다. 불가피하게 경쟁사와 접촉할 경우 모임의 성격과 내용을 기록하고, 카르텔에 가담하지 않는다는 의사표현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카르텔 혐의를 발견한다면 경쟁사보다 1초라도 앞서서 리니언시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