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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도시의 폭발적인 에너지와 속도감 느꼈으면”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③은희준 aka 은켈메 작가
- 기사입력2017-09-05 09:54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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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각자의 삶에서 자신이 속한 시대의 풍경을 목격한다. 현재 대부분의 우리는 도시의 구성원으로 살아가며 그 화려함에 압도된다. 하지만 그 화려함과는 달리 이 시대 젊은이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며 냉혹한 도시를 경험하게 된다. 누군가에겐 꿈의 공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겐 끝이 없는 심연으로 느껴지는 도시. 때론 눈부시게 화려하고 때론 시리도록 차가운 도시의 기억을 담아내는 작가가 있다. 특유의 디테일과 강렬한 구성으로 눈을 사로잡는 작가 은희준 aka 은켈메를 만나보자.
Q. 작품이 독특한 추상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작품 세계를 간단히 소개해달라.
저는 도시에 관한 추상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가 가진 여러 모습들이 저에게 다양한 영감이 되어 그 순간의 시각적 감각적 경험과 기억들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Q. 작품이 다양한 추상화 기법이 공존하듯 보여지는데, 감상자가 작품을 보며 무엇을 느끼길 원하는가?
작품은 각자 느끼고 해석하는 바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감상을 모두 존중하지만, 제가 도시를 보며 느꼈던 폭발적인 에너지나 속도감 같은 스펙터클한 감각들을 감상하시는 분들도 같이 느껴주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붉은 무작위, 캔버스에 아크릴, 100F, 162.2×130.3cm, 2017Q. 아크릴 물감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유가 있는지?
초기에는 유화로도 작업을 했었습니다. 사실 제가 색약이 있어서 색에 대한 콤플렉스가 좀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는 다양한 시도로 아크릴을 처음 사용해보기 시작했죠. 아크릴을 이용하면 더 밝고 선명한 색감을 잡아낼 수 있고, 빨리 마르는 특성을 이용하면 현재 작업 하는 방식의 디테일하고 촘촘히 엮인 이미지를 표현하는데 효과적이어서 계속 아크릴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Q. 도시에 대한 경험이나 기억 등을 표현하는데 다양한 표현 방식이 있음에도 추상화 작업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혹은 추상화 작업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준 작가가 있는가?
솔직히 얘기하자면 작업실에 머무르며 그림 그리는 아날로그한 작업방식이 저의 성향과 잘 맞는 게 큰 것 같습니다. 주변 동료들이 평면회화는 시대에 뒤쳐진 표현매체라며 이야기할 때 저는 오히려 특별한 주제의식 없이 매체의 참신성만 고민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자기 작품세계와 맞는 스타일로 작업을 해야 한다고 느껴서 저는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닌 그저 제 작품에 어울리는 방식으로 추상화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대학시절부터 추상계열 작가를 좋아했기 때문에 게르하르트 리히터나 프란츠 아크만, 비에라 다 실바도 좋아하고 정직성, 강유진 작가님 등 존경하고 영향받은 작가가 너무 많아서 다 거론할 수가 없겠네요.(웃음)
Q. 근래 한국 미술계는 단색화 열풍이란 헤드라인이 익숙할 정도로 인기인데, 추상화 계열 안에서도 기하학적인 형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제가 좀 청개구리 성향이 있어서 과거부터 유행이나 대세라는 흐름을 따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저의 작업 주제와 어울려서 현재의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표현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숭고한 느낌의 추상화가 아닌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이미지를 쫓기 때문에 디테일을 살릴 수 있는 복합적 표현기법을 사용하고 있죠.
작가라면 자기만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작품으로 인정받고자 하는 건 당연한 욕구가 아닐까요? 아트페어만 가봐도 범람하는 작업들 속에서 눈을 사로잡는 작품을 찾는 것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에 저는 강렬한 이미지의 작업으로 칭찬이든 비판이든 여기 존재하는 작품을 바라봐달라고 외치고 있는 거죠.
art work4, 캔버스에 아크릴, 100F, 162.2×130.3cm, 2015Q. 그렇다면 작업을 새로운 매체로 확장해 나갈 생각은 없는지?
하나의 형식으로 작업을 시작했으면 충분한 연구가 될 만큼 많은 양의 작품을 남겨야 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추상화 표현이 재미도 있고 잘 맞아서 작업 양을 늘려가고 있지만, 최근 구상한 작업들 중 다른 매체가 어울릴 만한 아이디어들도 있어서 앞으로는 좀 더 다양한 형식의 작업들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Q. 현재까지의 작품 중 아끼는 작품을 한 점 소개해달라.
최근에 완성한 ‘붉은 무작위’가 떠오르네요. 다양한 풍경 이미지를 수집하고 그 순간의 기억과 경험에 모티브를 얻어 그렸다는 점은 다른 작품과 같지만, 기존의 작업과 색감 배열에 있어서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작품입니다. 더불어 드로잉적 표현과 회화적 터치들의 조합도 기존 작업에 비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어 앞으로 더 과감한 화면 구성을 해나갈 수 있도록 하나의 계기가 돼준 작품입니다.
Q. 30대 중반이란 나이가 작가로서는 여러모로 과도기에 해당하는 것 같다. 전시업계에서도 일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작가로서 어마어마하게 성공하겠다는 목표보단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고 있습니다. 일반 사람들이 보기엔 분명 예술을 하는 사람의 삶은 말이 안되게 느껴질 것입니다. 당연히 현실적으로 작업을 포기하고 돈을 벌라고들 조언하지만, 미련해 보일지라도 아직까지는 도전해서 부딪쳐보겠다는 생각이 강합니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작업에 몰두해보겠다는 거죠.
기존엔 돈을 벌기 위해 전시운영 일을 하다 보니 안정적인 수입 속에 편안함을 느꼈지만 작업과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생각에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그래서 최근 전시 쪽 일은 정리하고 작업에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미래에는 어떻게 먹고 살겠다는 계획을 세워가며 작업에 몰입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기에 지금은 일부러라도 현실은 외면하고 작가로서의 길 위에서 집중하고 있습니다. 걱정하는 분들만큼 응원하고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전시를 위한 전시가 아닌 좋은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로 인사드리기 위해 더 노력해나가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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