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인상…추미애 ‘맞았고’ 김동연 ‘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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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보유세인상…추미애 ‘맞았고’ 김동연 ‘틀렸다’ 보유세 인상은 시작에 불과한 것임에도 그 마저도 못했다

기사입력2017-09-13 16:05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 입장에서는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으로 보유세를 인상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12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를 포함 일부 여당 의원들이 제기한 보유세 인상 요구에 선을 그은 셈이다. 물론 부총리는 “지금의 부동산대책은 일부 과열지역에 맞춰진 대책으로, 일부 효과가 발생한 측면도 있고 아직 마음 놓을 수 없어서 조심스럽게 봐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전제를 깔긴 했지만, 당분간은 보유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정부입장을 분명히 천명했다.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다. 시민사회가 보유세 인상을 주장하는 데에는 부동산투기 억제대책으로 국한한 것이 아니다. 보유세 인상은 부동산투기를 억제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지만, 그것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우리사회 극단적인 양극화를 해소하고, 더불어 함께 하는 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서다. 보유세 인상을 통해 조세정의를 실현하고자 함이고, 저출산·고령화 등 당면한 국가적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특히 자산 및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되는 현실에서, 자산 양극화 추세만이라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으로써 보유세 인상을 정부에 촉구했음에도 부총리가 이를 외면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이 공개한 ‘개인 부동산 보유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보유주택 총액 기준으로 상위 1%에 해당하는 13만9000명이 보유한 주택은 90만6000채였다. 2007년 조사 당시 상위 1%(11만5000명)가 37만채를 보유했던 것과 비교하면, 2.5배가량 쏠림현상이 심화된 것이다. 상위 1%의 1인당 평균 보유주택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3.2채에서 6.5채로 급증했다.

그런데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기준 전체 가구의 44%(841만2000가구)가 무주택가구다. 전체 가구의 절반 가까이가 집없이 떠도는 이유는 6채이상 집을 가진 1%가 행한 부동산투기와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부동산투기세력의 농간으로 주택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일반서민은 평생동안 월급을 하나도 안쓰고 전부 모아도 집을 살 수 없는 이상한 나라를 만들었다.

덩치가 더 큰 ‘땅 투기’는 주택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별도로 언급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 분명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미래의 투기행위’만을 규제하는 정책수단으로는 땅을 포함 주택의 극단적인 쏠림현상을 바로 잡을 수 없다는 점이다. 부동산투기집단이 행했던 과거의 ‘죄과’를 묻지 않는다면, 왜곡된 부동산시장도 정상화하지 못할뿐더러 주택가격에 얹힌 거품도 뺄 수 없다. 8·2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다주택자들이 잉여주택을 시장에 내놓지 않고 붙잡고 있는 이유는 8·2대책이 ‘미래의 투기행위’만을 규제했기 때문이다. 토건세력을 중심으로 일부 언론, 보수정치권 등의 기득권세력은 반격의 기회를 엿보며 ‘노무현정부의 종부세 추억’이 되살아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부동산투기집단이 반격의 기회를 엿볼 수 있도록 틈을 제공한 것은 정부이고, 그 앞에 부총리가 서있다. 부총리는 “(보유세 인상이)전국적으로 적용되는 것인데다가 실현된 이익이 아니라 보유분에 대해 과세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부총리에게 묻는다. 보유세 인상이 ‘전국적으로 적용’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전국에서 6채 이상의 집을 가진 1%와 그 외 투기집단을 규제하는 것은 국민의 주거안정을 위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책무다. ‘실현된 이익이 아니라 보유분에 대해 과세’하면 법을 위반한다거나, 사회통념에 반한 정책인가. 대형승용차를 갖고 있으면 자동차세를 더 내고, 소형자동차에 대해서는 적게 과세하는 것이 사회통념이다. 하물며 절반 가량의 국민은 발뻗고 잘 집이 없다고 아우성인데, 6채 이상의 집을 갖고 장난을 치는 1%에게 ‘약간’의 페널티를 주는 것이,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부총리와 함께 내각에 참여하고 있는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8·2대책을 발표하면서 국민들에게 한 약속을 기억하고 있다. “집을 거주공간이 아닌 투기수단으로 삼는 일은 용납하지 않겠다”고 했다. 국토교통부장관의 약속을 실천하겠다는 엄중한 경고를 부동산시장에 던지지 않은 한, 시간이 문제일뿐 부통산투기집단은 다시 살아난다. 수십년 이상 계속된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끝낼 가장 강력한 수단이 보유세 인상이다. 서민가계 지출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주거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지 못한다면, 문재인정부가 추구하는 ‘소득 주도 성장’은 먼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보유세 인상을 통해 나타나는 직접적인 효과는 자산의 양극화 추세를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정도다. 소득의 양극화는 또 다른 방법으로 풀어가야 할 난제다. 그럼에도 당장 해야 할 보유세 인상을 뒤로 미룬다면 소득의 양극화는 또 어쩌겠다는 말인가. 문재인정부가 ‘복지국가로의 지향’을 폐기할 것이 아니라면, 사회양극화와 사회안전망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만들기 위한 전면적이고 과감한 수준에서의 증세 로드맵을 내 놓아야 한다. 보유세 인상은 그 시작에 불과한 것임에도 그 마저도 못했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맞았고’, 김동연 부총리는 ‘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