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원 미만 주식 양도해도 세금은 0원 옳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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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25억원 미만 주식 양도해도 세금은 0원 옳은가? 사업연도 종료일 직전 주식 대량매도해 조세회피해도 속수무책

기사입력2017-09-15 20:33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삼성전자 주식 24억9999만원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가 이를 양도했을때 세금은 얼마일까? 정답은 0원이다. 현행 소득세법에서 대주주에 대해서만 주식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주주는 가족이나 친척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한 종목에 1%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거나 25억원 이상을 보유한 주주다. 양도소득의 20%(보유 후 1년이내 양도했을 시 30%)를 과세한다. 삼성전자 주식은 15일 10시 기준 1주당 250만8000원으로, 이를 1%나 25억원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면 고소득자라고 추정할 수 있지만, 현행법상으로는 소액주주라 과세대상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상품 양도소득 과세체계 선진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다수 종목을 보유액 요건 미만으로 소유한 대규모 투자자에 대한 과세공백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자본시장법 등이 규정한 대주주 개념과 과세대상으로서의 ‘담세능력이 큰 투자자’의 개념이 불일치하기에 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세회피…사업연도 종료일 전 주식 대량매도해도 속수무책

자본시장법 제9조 제1항에서는 대주주를 ‘100분의 10이상의 의결권이 있는 지분을 소유하거나, 실질적으로 경영에 대한 사실상의 영향력을 가진 주주’를 의미한다. 우리가 흔히 대주주라고 하면 떠올리는 개념이다.

하지만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과세대상으로서의 대주주는, 상법체계상 최대주주나 주요 주주와 같은 경제적 집합체가 아닌 인위적 과세대상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직전사업연도 종료일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대주주 여부를 판단하며, 이는 주식 보유액을 기준으로 한 과세를 피해 조세회피를 수월하게 한다.

예를들어, 삼성전자 주식 25억원을 올해 12월31일 직전 1주를 팔아 25억원 미만으로 맞춰 놓으면 과세대상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다음해 1월1일 다시 사들여도 과세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25억원 미만으로 몇 군데씩 분산투자를 하고 이를 매년 반복해도 과세대상은 되지 않는다.

김 연구위원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큰 코스닥시장에서 사업연도 종료일 직전 조세회피를 위해 주식을 대량 매도하는 경우 시장안정을 크게 훼손하고 시장왜곡 현상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유액 하향기준 맞춰 ‘종목 늘리는’ 대형 투자자 과세 못해

정부는 꾸준히 주식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 범위를 하향조정 해왔다. 1999년 이전에는 유가증권시장 단일종목 기준 지분율 5% 이상이 과세기준이었으며, 2000년 1월1일부터는 3% 또는 100억원 이상 보유자, 2013년 7월1일부터는 2% 또는 50억원 이상 보유자가 과세대상이었다.

현행 과세대상은 1% 지분율 또는 25억원 이상이다. 이중 보유금액 기준은 2018년 15억원, 2020년 10억원, 2021년 3억원 이상까지 점진적으로 하향조정할 것으로 예고돼 있다. 보유금액을 낮춤으로써 과세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1% 지분율 요건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며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주식 보유액 요건이 낮아지는 제도변화에 대응해, 투자규모를 유지하면서도 종목을 늘리는 방식을 사용하는 대형 투자자는 과세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현재처럼 보유금액을 기준으로 하면, 종업원 지주와 같이 실제소득은 적어도 과세대상이 되는 주주에게 과세기준 이하 분산 투자자들과 같은 세금을 매겨야 한다. 또한 종업원 지주와 같이 장기투자자 또는 장기주식보유자 보다는 단기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지적도 있다.

김 연구위원은 “주식양도소득세 과세대상 확대 기준을 개인 투자규모 등으로 보지 않고 대주주 개념으로 잡은 것은, 동일한 담세능력자에 대해 차별적으로 세부담을 전가시킨다. 또 조세평등주의에 반하며 과세형평을 제고하고 소득재분배를 개선하려는 소득세법 개정안의 입법 취지와도 상충된다”며 “현재 주식 양도소득 과세체계 과세는 추후 개정의 여지를 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대안의 제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지택 금융투자협회 세제지원부장은 “대주주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데 반대하지 않지만, 2013년부터 2021년까지 1~2년에 걸쳐 확대 속도가 빠르다. 개인투자자 중에는 3억원 규모의 투자자도 많아 시장에 분명 혼선이 올 것”이라며 “과세기준이 3억원까지 내려가면 장기투자자들도 사업연도 종료를 앞두고 매도의사를 표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에 대한 입법적 보완은 없는 상태로, 속도조절을 해야한다”고 말했다.

양도세 전면 도입, 저항 만만치 않아…거래세 점진적 폐지 필요

양도소득의 과세대상 기준을 특정기업에 대한 영향력에 바탕을 둔 대주주 기준으로 하지 말고 담세능력에 바탕을 둔 새로운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주식 양도소득에 대한 누진세율 전면도입과 함께, 현행 0.4%의 증권거래세 폐지와 맞물려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 동의하면서도, 그 과정에 대해서는 이견이 존재했다.

세금확보와 조세저항이 가장 컸다. 거래세는 세금확보에는 용이하지만, 양도소득세를 함께 부과했을 경우 이중과세의 논란이 있고,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은 분명하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과거 금융실명제 도입시 논란을 거론하며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도입에 대한 불안함은 이해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과세 대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김지택 부장은 “거래세가 연간 6조원 정도 되는데 이를 없앤다는게 정부입장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업계에서 생각할 때도 거래세를 폐지했으면 좋겠다고 하지만, 단일종목을 기준으로 할 때 다른 부분에서 손실이 났는데 이득이 난 부분에 대해서만 과세를 한다는 것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전면 도입하기 위해선 거래세에 대한 세액공제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파생상품이나 채권과 같은 다른 금융상품은 어떻게 할지에 대한 논의와 함께 손익에 대한 이월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식 양도소득세의 전면 도입이 어려울 것”이라며 “금융상품이 다양화 되고 있는 상태에서 법 체계에만 맞춰서 재단하기에는 금융상품이 발전하는 속도가 빠르다”고 주장했다.

채은동 국회 예산정책처 추계세제분석관은 “대만의 경우 우리나라 보다 낮은 0.3%의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소득세를 전면도입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조세저항에 부딪혀 해당부처 장관들이 자리에서 물러나며 실패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거래세를 단계적으로 0.1%씩 낮춰가며 폐지수순을 밟고, 이에 맞춰 양도소득세를 0.1%씩 올리는 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우선 양도소득세를 확대하고, 이에 맞춰 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송진혁 기획재정부 금융세제과장도 “거래세 완화는 양도소득에 대한 전면과세가 된 경우에 검토돼야 할 문제로 보여진다”고 했다.

주식 양도소득세 “담세능력 따라 소득에 과세한다는 대원칙 부합”

김갑래 연구위원은 “단일종목 보유금액이나 지분율을 기준으로 할 것이 아니라, 투자자의 투자규모나, 논란은 있겠지만 증권사 예탁금 위주로 과세대상을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며 “대부분 국가에서 증권거래세와 양도세를 병행하지 않는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양도소득 과세범위를 확대하고 세율을 확대함으로써 선진국에 가까운 과세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은 “과거 금융실명제 도입 시, 이를 도입하면 기업들 다 죽는다는 말이 있었지만 현재 잘 운영되고 있다”며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이해하지만, 우리에게 무엇이 도움이 되는가를 생각해 봐야한다. 주식 양도소득세는 거래세에 비해 ‘담세능력에 따라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과세 대원칙에 부합하며, 장기투자를 촉진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