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 법 집행위해 무엇보다 공직윤리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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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공정거래 법 집행위해 무엇보다 공직윤리 절실 김상조의 5대 핵심과제…자기성찰 통한 공정위 개혁을 기대한다

기사입력2017-09-18 18:36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지향하는 ‘경제민주화론자’로서의 ‘김상조 색깔’을 분명하게 제시했다. 오는 21일 취임 100일을 앞둔 김 위원장은 이날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를 구현하기 위해 5대 핵심과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5대 핵심과제는 ▲대기업집단의 경제력남용 방지 ▲중소기업·소상공인의 공정한 경쟁기회 보장 ▲혁신경쟁 촉진 ▲소비자 권익 증진 ▲공정위 신뢰회복 및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혁신 등이다.

김 위원장이 클 틀에서 제시한 5대 핵심과제중 어느 하나 긴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매개이자 핵심고리였던 정경유착 근절은 시대적소명이다. 대기업 편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일 또한 문재인정부가 짊어져야 할 운명이다. 또 공정한 시장경제에서 혁신을 통한 기업간 경쟁은 궁극적으로 국가살림을 키우고, 소비자후생 또한 극대화된다는 것은 경제학의 기본이다. 이외 대기업과 자본의 외눈박이 시선만을 옹호했던 ‘경제검찰’의 잘못된 법집행과 우리사회의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재벌·대기업 중심의 기존 경제운영기조 전반에 대한 비판적인 문제의식과 함께 새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5대 핵심과제는 그래서 반갑다. 5대 핵심과제 세부내용 대부분 특별히 눈에 번쩍 뜨이거나, 새로운 것은 없다. 거꾸로 얘기하면 ‘공정하지 않은’ 시장경제에서 질식사 지경에까지 이른 중소기업·소상공인이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을 해 온 것이다. 또 공직취임 이전 시민운동가 김상조·장하성 등 경제민주화론자들이 더불어사는 경제공동체를 얘기하며 꾸준하게 제시했던 대안이 축적된 결과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5대 핵심과제에서 진정성을 엿볼 수 있고, 기대와 희망을 갖는 이유는 공정위 수장이 ‘김상조’이기 때문이다. 평이한 내용의 5대 핵심과제중 주목해야 할 과제 하나를 꼽으라면 단연, ‘공정위 신뢰회복 및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혁신’방안이다. 이유부터 먼저 말하면, ‘공정위 신뢰회복 조치’로 요약되는 이 과제는 공정위 수장이 관료출신이 아닌, 개혁적인 외부인사만이 실행 가능한 개혁안이기 때문이다. 개혁안 대부분은 공정위 직원들의 권한과 특권은 내려놓고 책임과 의무를 부과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8일 정무위원회에 보고한 ‘주요 업무계획’을 통해 ‘활력이 넘치는 공정경제’를 구현하기 위한 5대 핵심과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열린 ‘기술유용 근절대책 마련을 위한 당정협의’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는 모습.<사진=뉴시스>

내년 1월 확정 예정인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의 초안은 ▲투명성 제고 ▲내부통제 강화 ▲공직윤리 강화 등 3개 부문이다. 공정위는 투명성 제고를 위해 공정거래사건에 대한 심의기록을 공개하며, 합의과정을 기록하고 신고인에 대한 의견진술권을 보장하기로 했다. 또 사건처리 실시간 관리시스템을 구축하며 관리자 책임을 강화하고, 민원창구 부서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내부통제도 강화한다.

공정위 신뢰제고 방안중 내부 직원의 반발도 일부 예상되고, 공정위의 업무관행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하는 개혁안은 공직윤리 강화 부문이다. 개혁안 초안에 따르면 공직윤리 강화를 위해 공정위 직원에게 직무관련자와의 사적접촉을 금지했으며, 공정위 심결을 결정하는 위원의 면담과정을 기록하도록 했다. 이외 공정위 직원이 퇴직한 이후 재취업할 기업의 심사대상을 확대하고, 정보를 유출한 직원에 대한 제재수준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공정위가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3가지 방안 모두 필요하지만, ‘공직윤리 강화’ 부분은 ‘꽃중의 꽃’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공직윤리 강화방안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는 멀리 갈 필요도 없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조사과정에서 드러난 공정위의 ‘범죄가담’ 혐의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순환출자 금지규제에 묶여 곤란을 겪자, 2014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은 순환출자 해소 지분을 깎아줬다. 나아가 공정위는 당초 입장을 번복하면서까지 삼성 맟춤형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는 것이 박영수 특검의 수사결과다.

가정이지만, 당시 부위원장과 삼성간의 면담기록이 있다면 사정을 달라졌을 것이다. 또 정보유출 직원에 대해 제재가 제대로 작동됐어도 공정위의 위상이 이 정도로 추락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공정위 직원이 전관예우 대상자로서 로비대상에서 제외됐다면, 지금과는 달리 국민으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관으로 자리잡았을 것이다.

이와관련 김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법을 집행하는 시장감독기구 고위간부가 자신이 감독해야 할 기업의 고위임원을 만나 로비를 받았다”며 “이후 애초 세웠던 판단을 뒤집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과연 공정위가 어떻게 시장감독을 제대로 하고 경제질서를 바로 잡는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됐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마음에서 우러난 자기반성이 있기에 공정위 개혁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의지와 진정성을 믿고 또 기대한다. 공정위가 공정한 ‘경제검찰’로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김 위원장의 강력하면서도 책임있는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아울러 공정위 직원 모두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사명감을 가지고, 스스로에 대한 성찰과 함께 자기반성을 통해 ‘을의 눈물’을 닦아 줄 수 있는 공정위를 만들어 줄 것을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