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마크·게시의무 면제품 지정 전안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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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KC마크·게시의무 면제품 지정 전안법 개정안 안전기준준수대상 신설…‘소비자 안전↑ 소상공인 부담↓’ 묘안 없나

기사입력2017-09-19 10: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올해 1월부터 시행중인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전안법)’이 소비자 안전 제고라는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규제’로 소상공인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는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이어졌고, 정부는 지난 3월 문제가 되는 조항에 대해서 1년간 적용유예 방침을 밝혔지만, 여전히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전폐모)의 안영신 회장은 “국민안전을 위해 KC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문제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법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전안법 시행으로 소상공인이나 구매대행사업자는 범법자가 되거나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10가지 종류, 10가지 색상 양말…100회 적합성 인증받아야”

전안법의 주요내용인 인터넷 판매제품 정보게시의무와 공급자적합성 확인 증명서류 비치의무 등에 따르면, 대상제품 판매업자는 안전인증, 안전확인 또는 공급자적합성 확인을 받아야 한다. 특히 공급자적합성 확인 대상인 생활용품 판매자 대부분은 소상공인이기 때문에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인증비용을 부담하기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안 회장은 “10가지 종류의 양말을 10가지 색으로 구비해 판매하려면, 판매자는 총 100회의 공급자적합성 확인을 받아야 한다. 건당 10만원에서 30만원의 인증비용을 떠안을 수 있는 소상공인은 없다”고 주장한다. 10가지 종류의 앙말 모두 각각 적합성 확인을 받아야 하고, 종류별 다른 양말 10가지 색상 각각에 대해서도 적합성 확인을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밖에도 해외업자의 물건을 국내 소비자에게 1:1로 연결해 주는 구매대행업자의 경우 해당 물건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인증을 위해 샘플을 제공하려면 해당 제품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하루에 100개의 물건을 팔면 100개가 모두 다른 제품인 경우가 많은 구매대행업의 특성상, 인증을 받는 것 자체가 불가능 하다는 것이 안 소장의 설명이다.

“옥시도 KC인증 받은 제품…인증기관은 책임지지 않는다”

안 회장은 “최근 한국 직구족에게 인기가 많은 영국제품인 다이슨 청소기는 판매가가 50만원에서 80만원”이라며 “안전인증을 받으려면 해당 제품의 샘플을 국내 인증기관에 보내야 하고 회로도도 첨부해야 한다. 다이슨 청소기는 영국에서 인증을 받았는데, 구매대행업체에 회로도 등의 정보를 넘겨줄 생산자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결국 전안법의 최대 수혜자는 수많은 인증기관이 될 것”이라면서 “그렇다면 안전인증을 받은 제품에 의해 사고가 발생하면 그 책임을 인증기관이 져야한다. 옥시제품도 KC인증을 받은 제품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회장은 “법의 취지는 공감하고 사업자들도 법을 지키며 사업을 하고 싶다”며 “하지만 전안법은 영세 소상공인에게 사업을 아예 하지 말라는 법”이라고 주장했다. 한 상품을 수천개, 수만개 판매하는 대기업은 한 제품에 30만원하는 인증비가 문제가 없지만, 소상공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이라고 했다.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 신설 등 전안법 개정안 발의

전폐모는 그동안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면서 소상공인도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기관, 소비자단체와 만남을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그 결과 20대국회에서 박정·지상욱·정갑윤·정유섭 의원 등이 전안법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전폐모는 소비자의 안전을 지키면서 소상공인도 안심하고 장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정부기관, 소비자단체와 만남을 갖고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한 결과, 20대국회에서 개정안이 마련됐다.<사진=전안법 폐지를 위한 모임>

특히 이달초 더불어민주당 이 훈 의원은 ‘전기용품 및 생활용품 안전관리법’ 전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훈 의원은 개정안에서 “생활에 밀착돼 사용하는 생활용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한다는 입법취지는 타당한 측면이 있으나, 현행법은 생활용품 고유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전기용품 안전관리 규정을 획일적으로 적용함에 따라 사회적 혼선을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며 제안이유를 설명했다.

주요내용을 보면 현행법에서 ▲안전인증 ▲안전확인 ▲공급자적합성 확인 등인 3단계 안전관리 대상을, 개정안에서는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을 신설해 4단계로 전환했다. 위해도가 낮은 일부 생활용품을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으로 지정하되, 구체적 품목 지정은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위임했다. 안전기준준수대상 생활용품은 KC마크 표시 및 인터넷 게시의무가 면제된다. 다만, 안전기준은 준수해야 하며, 제품별 안전기준이 정하는 사항(모델명, 제조업자, 제조시기 등)을 표시해야 한다.

병행수입·구매대행에 대한 안전관리제도도 개선했다. 개정안에서는 ‘병행수입업’과 ‘구매대행업’의 정의를 규정하고 현행법에서는 KC마크가 없는 제품은 구매대행을 할 수 없으나, 향후 공급자적합성 확인 대상제품 및 안전확인 대상제품 중 생활용품은 KC마크가 없어도 구매대행을 허용하도록 한 것이다.

안전인증 대상과 안전확인 전기용품 대상 제품의 경우 안전정보가 없는 제품은 원칙적으로 구매대행을 허용하지 않되, 산업통상자원부령이 정하는 일부 제품에 대해서는 안전정보 없이 구매대행을 허용한다. 구매대행에 따라 사전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구매대행업자는 해당 제품이 구매대행으로 유통되는 제품이라는 사항, 안전관리 대상제품 여부 등을 의무적으로 고지해야 한다.

이밖에 안전관리에 있어 원자재의 중요성이 커짐에 따라 원자재 유행성 조사 등 정부의 조사, 분석, 연구 등의 근거조항을 마련하고, 원자재 안전관리 대상제품의 제조업자, 수입업자에 대한 정부의 지도, 감독 및 지원 근거도 마련토록 했다.

이러한 개정안에 대해 안 회장은 “늦었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개정안이 발의된 것”이라며 “하지만 구매대행 사업자들은 해외 제조사의 전기용품을 취급하는 경우가 많은데, 전기용품에 대해 원칙적으로 구매대행을 금지하고, 일부 제품에 대해서만 허용한다는 내용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회에서 합리적인 대안이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