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관계가 험악해질수록 우리 목소리를 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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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북미관계가 험악해질수록 우리 목소리를 내야 미국 군사력에 편승한 해결책 모색은 ‘답’도 아니고 ‘실익’도 없다

기사입력2017-09-22 15:57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북미간 ‘말의 전쟁’이 도를 넘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북한을 상대로 ‘완전파괴’를 언급하자, 북은 미국을 향해 ‘개짓는 소리’로 맞받아 쳤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품격도 없고 국가간 최소한의 예의도 사라진지 오래다. 서로를 향해 ‘하려면 해보라’는 형국이다. 이러다 말싸움이 주먹다짐이 되지 말란 법도 없다. 북미의 주먹다짐, 이는 곧 전쟁이다. 전쟁은 파괴다. 파괴는 북한과 미국에만 해당되는 사안이 아니다. 누가 이기는가를 떠나, 우리의 생명과 삶도 파멸의 위기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처지가 곤궁하다. 북한과 미국의 격렬한 말싸움에 끼어들 여지도 그다지 없다. 우리정부의 이런저런 제의에 북한은 화답할 여력도 생각도 없는 듯하다. 미국 또한 동맹국의 입장을 존중하기보다, 한반도 긴장을 빌미로 무기판매나 무역관계에서 실익을 챙기자는 속셈이 강하다. 주변국과의 관계도 그리 호의적인 분위기가 아니다. 일본과는 과거사 문제로 얽혀있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는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연일 파열음을 내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국정기조인 ‘적폐청산’과 ‘소득주도 성장론’이 자칫 대외 악재로 동력을 잃을까 우려스럽다.

그렇다고해도 미국 군사력에 편승한 해결책 모색은 ‘답’도 아니고 ‘실익’도 없다. 북한의 미사일발사에 대한 대응이라고는 하지만, 사드 추가배치는 중국의 반발만 키웠다. 관광객들이 급감해 명동거리 화장품매장들이 울상이다. 롯데마트, 현대자동자 등 중국진출 기업들이 쫓기듯 내몰리고 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마찰은 수출과 내수 경기 전반에 좋지 않는 영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생각하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문재인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 총회 회의장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통령은 21일 밤 제72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에서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의 말을 빌려 분쟁을 평화롭게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화답없는 북한, 막말을 쏟아내는 미국을 상대로 평화와 공존을 설득하기는 쉽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고통스럽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그렇더라도 다른 방법은 없다. 무기를 사들이고 냉전을 강화해서 얻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다. 고물 헬기를 구입해 미국에게 막대한 이익을 몰아줬고, 대형 방산비리는 오히려 국방력에 치명적인 흠집을 냈다. 사드라고 다를 바 없다. 미국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한반도에서 감시하고 격추하겠다는 박근혜정부의 선택은 주변국들을 자극해 경제적 고립을 자초하는 결과만 빚었다.

분쟁의 평화적 해결만한 안보도 없다. 평화가 보장돼야 번영도 있다. ‘한반도 신(新)경제지도’와 ‘신(新)북방경제비전’, 문재인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주장했던 한반도 평화구축과 국가번영 로드맵이다. 유엔 연설에서 이 구상을 다시한번 천명했다. 의미 있는 일이다. 북미관계가 험악해 질수록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내야 한다. ‘한반도에서 전쟁은 절대 안 된다’는 명확한 시그널을 미국은 물론 전 세계에 반복적으로 전달해야 한다.

사드를 둘러싼 중국과의 외교마찰이 쉽게 풀릴 것 같지 않다. 닫혀있는 개성공단을 다시 여는 일도 불가능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북미 양쪽의 궁극적인 목적이 전쟁은 아닐 것이다. 문재인대통령의 ‘동북아 경제공동체’와 ‘다자간 안보협력 구상’이 위기에서 빛을 발하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의 의지와 능력에 국민의 생명과 삶이 걸렸다. 제발이지, 서로가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찾아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