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방주사를 아주 세게 맞은 파리바게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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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예방주사를 아주 세게 맞은 파리바게뜨의 교훈 불법·편법을 오간 인사노무 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기사입력2017-09-25 09:4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불법적인’ 노무관리 대가는 혹독함을 넘어 기업의 존립까지 위협할 지경까지 이르렀다. 고용노동부로부터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받은 파리바게뜨 얘기다. 시정명령을 이행하려면 파리바게뜨는 5378명의 제빵기사·카페기사를 채용해야 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들을 채용하는 경우 파리바게뜨가 연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만 600억원에 달하고, 이는 지난해 파리바게뜨의 영업이익과 맞먹는 수준이다.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 범죄사실은 아직 확정된 것이 아니다. 고용노동부 시정명령에 불복하면 파리바게뜨는 서울행정법원에 ‘시정명령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례적·파격적’ 수준의 시정명령처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금전적 부담, 일부 언론에서 제기된 법리적 쟁점 등을 감안한다면, 파리바게뜨의 행정소송은 시간의 문제일뿐 예정된 수순일 것이다.

파견법상 근로관계 당사자는 파견근로자·파견사업주·사용사업주 3자관계인데, 파리바게뜨 사건에서는 특이하게 4자관계다. 외형만으로 보면 파견근로자인 제빵기사·카페기사, 파견사업주인 파리바게뜨의 11개 협력업체, 사용사업주인 가맹점주 3자가 있었다. 그런데 고용노동부는 이들 3자 이외 숨어있던 파리바게뜨 본사를 찾아내 사용사업주란 딱지를 붙였다. 제빵기사·카페기사의 근로조건을 결정하고 노무지휘권을 행사한 당사자는 가맹점주가 아니라 파리바게뜨 본사라고 지목한 것이다. 3자관계를 전제로 적용되는 파견법을 4자관계에 ‘무리하게’ 적용했다는 일부 법학자의 견해도 있다. 이래저래 최종 판단은 법원의 확정판결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불법파견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인력운용은 제빵·제과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적인 현상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 ©중기이코노미

법원의 최종결정과 무관하게 여기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왜, 이 지경까지 끌고 왔는가 하는 점이다. 설혹 파리바게뜨에게 적용된 불법파견 혐의가 법원의 최종판결에 의해 무죄가 돼도 사정은 똑 같다. 파견법이 강행규정임을 알고 있음에도, 파리바게뜨가 위험한 인력운용을 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자신과 아무런 계약관계가 없는 제빵기사·카페기사의 임금·승진·평가·채용 등을 결정하고 관리했다. 심지어 파견사업주인 협력업체가 지불해야 하는 제빵기사·카페기사 임금을 일부 보전해주기도 했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사건을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해도 될만한 ‘합리적 이유’를 파리바게뜨가 제공한 셈이다.

파리바게뜨 인력운용방식에서 확인된 몇몇 사실관계가 예외적이거나, 동종업계에 비해 파견법 위반의 정도가 심해서 문제가 된 것인가? 그렇지 않다. 제빵·제과업계 대부분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방식의 노무관리체계를 운용한다는게 언론의 분석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불법파견의 경계선을 넘나드는 인력운용은 제빵·제과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파견법상 파견근로자 사용 절대금지업무인 ‘제조업 생산공정’에까지 파견근로자를 사용한다는 얘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렇게까지 불법파견이 횡행하게된 가장 큰 책임은 유감스럽게도 고용노동부가 져야 한다. ‘사람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의 사고와 경제논리를 앞세워 불법파견을 사실상 방치한 결과다. 고용노동부의 손길이 멀어질수록 기업 스스로 불법파견의 경계선을 후퇴시켰다. 잘못된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함으로써, 기업은 당장의 편의와 비용절감을 이유로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문재인대통령은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파리바게뜨 사건은 ‘노동존중사회’로 가기 위한 진통의 시작일 뿐이다. 어제의 고용노동부와 오늘의 고용노동부가 다르고, 내일도 분명히 예전 정부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불법과 편법을 오갔던 인력운용방식을 포함 인사노무관리체계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 파리바게뜨 사건이 기업에 던진 교훈이다. 단지 고용노동부의 눈을 피하기 위한 수세적인 차원이 아니라, 노무관리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제거함으로써 기업의 지속성장을 담보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사전예고없이 날아온 고용노동부의 시정명령이 야속하겠지만, 예방주사를 아주 세게 맞았다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