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적 동지 그러나 “사고보다 끔찍한 디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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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예술적 동지 그러나 “사고보다 끔찍한 디에고” 예술가의 뮤즈 ⑩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

기사입력2017-09-26 18:00

김현성 객원 기자 (artbrunch@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평생 나는 큰 사고를 두 번 당했다. 하나는 16세때 나를 부숴버린 버스이고, 두 번째는 바로 디에고를 만난 일이다. 두 사고를 비교하면 디에고가 더 끔찍했다.”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년)는 멕시코 혁명(1910년)이 일어나기 3년전인 1907년 7월6일 멕시코 시티 근교 코요아칸에서 독일 출신의 헝가리계 유태인 혈통을 가진 아버지와 인디오·스페인 혈통을 가진 어머니의 셋째 딸로 태어났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야 했던 칼로는 6세 때 척추성 소아마비가 찾아와 평생 왼쪽다리를 절뚝거리며 살아야 했다. 그러나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1925년 발생한 버스와 전차의 충돌사고는 그녀의 몸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이 사고로 왼쪽 다리 11곳과 요추, 골반, 쇄골이 골절되고 갈비뼈가 부러졌다. 더 심각했던 것은 버스의 철골이 그녀의 배와 옆구리를 지나 자궁까지 관통해버린 것이다. 이로 인해 칼로는 평생을 고통스런 병마와 싸워야 했고 심지어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됐다. 오랜 투병생활을 하던 칼로가 병실에 누워 할 일은 그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그리는 일 뿐이었다.

Frida Kahlo And Diego Rivera, 1931 Painting<출처=Flickr>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Diego Rivera, 1886~1957년)의 운명적인 만남은 그녀의 나이 17살로 거슬러 올라간다. 국립예비학교를 다니고 있던 그녀는 벽화작업을 하고 있던 멕시코 국민화가 리베로 디에고에게 다가가 “당신이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방해가 되느냐?”고 물었고, 리베라는 “천만에 꼬마 아가씨~”라고 대답했다. 그 이후 그녀는 끔찍한 사고를 겪어야 했고, 병세가 호전될 즈음 다시 리베라를 찾아간다.

디에고 리베라는 공산주의자이자 낭만적 혁명주의자였고, 그림을 통해 자신의 혁명에 대한 신념을 완수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었다. 사랑에 대해선 자유분방할 만큼 관대했지만, 작품에 대해선 철저히 민중지향적인 미학을 담고자 했다.

그녀의 삶은 리베라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가난과 병마 그리고 사고의 연속으로 우울한 내면을 가진 삶이 전자였다면, 이후 리베라와의 만남은 그녀의 인생을 만개시킨다. 22세였던 칼로는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3세였던 리베라와 결혼을 하고 그의 세 번째 부인이 된다. 칼로는 결혼 이후에도 남편의 성을 따르지 않고 결혼 전의 성을 그대로 썼으며 경제적으로는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했다.

하지만 결혼생활 내내 리베라의 자유로운 여성 편력은 칼로를 괴롭혔다. 칼로도 뒤질세라 여러 남성들과 사귀었다(그 중에는 러시아 혁명의 주인공이었던 트로츠키도 있었다). 결국 둘은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하고 이혼하지만 1년 만에 다시 재결합한다. 마음속에는 서로를 예술적 동지이자 영원한 뮤즈로 여기는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리베라는 누구보다 칼로의 예술적 성취를 기뻐했으며, 당대 유명 평론가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데도 적극적이었다. 그녀의 작품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초현실주의 시인이자 미술평론가였던 앙드레 브르통의 관심을 받으며 미술계의 주목을 끌기 시작했고 이어 피카소, 마르셀 뒤샹 등으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초현실주의 작가의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정작 프리다 칼로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페미니즘에 대한 열기가 뜨거워질 무렵부터다.

기구했고 파란만장했던 칼로의 생애는 1954년 끝이 난다. 리베라는 자신이 죽으면 칼로의 곁에 잠들고 싶다는 유언을 남겼지만 이뤄지지 않았고, 돌로레스 시민묘지의 유명인사 묘역에 매장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