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불임금 청산’ 왜 명절에만 떠들썩 요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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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체불임금 청산’ 왜 명절에만 떠들썩 요란할까 8월까지 8900억원 임금체불 발생…구제절차 개선해야 체불방지

기사입력2017-09-27 14:05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체불임금을 청산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의지와 노력’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지지난해에도 추석을 앞두고 ‘체불임금 청산 지도기간’은 있었다. 또 매년 설에 앞서 유사한 이름으로 체불임금을 청산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의지와 노력’은 반복됐다.

지난 11일부터 시작해 오는 29일 종료되는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기간’에 전국 47개 고용노동관서 1000명의 근로감독관이 체불임금을 해소하기 위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 고용노동부의 설명이다. 평일은 오후 9시까지, 휴일에도 저녁 6시까지 비상근무를 한다는 대목에서 결기마저 느껴진다.

임금체불 해소를 위한 그 의지는 평가할만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임금체불 해소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미지수다. 왜 상시적으로 이러한 임금체불 청산 집중 활동을 펼치지 않고, 꼭 명절에만 떠들썩하고 요란할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적으로 21만명의 근로자에게 약 8900억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이중 절반가량인 13만여명의 근로자에게 약 4300억원 가량이 지급되도록 행정지도를 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체불금액도 4500억원에 이른다.

올해 8개월간 발생한 누적규모 8900억원의 체불임금 사건 그리고 8월말 기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4500억원에 이르는 체불임금 사건은 추석 훨씬 이전에 발생한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기간’까지 정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지만, 명절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체불임금 구제절차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퇴직일로부터 14일 안됐으니, 14일 이후 다시 접수하라”

현실적으로 재직 중인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임금을 체불당해 신고하는 경우는 드물다. 계속되는 임금체불로 퇴사를 결심하고 사용자를 상대로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때 사업장을 관할하는 노동지청에 사건을 접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사용자는 근로자가 사망 또는 퇴직한 경우에는 그 지급 사유가 발생한 때부터 14일 이내에 임금, 보상금, 그 밖에 일체의 금품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정한 근로기준법 제36조 때문이다. 사용자의 금품청산 의무를 규정한 이 조항을 들어, 노동지청에서는 퇴사후 14일이 지나서 임금체불 진정을 다시 접수하라고 진정인을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국적으로 21만명의 근로자에게 약 8900억원의 임금체불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가 ‘체불임금 청산 집중지도기간’까지 정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지만, 명절마다 반복되는 이유는 체불임금 구제절차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진정이 접수되고 나서도 근로자가 주장하는 체불임금액을 사용자가 부인할 경우, 근로자는 이를 입증하는데 애를 먹는다. 근로제공 사실과 임금산정의 기초가 되는 출퇴근기록 및 근무일지 등의 자료는 사용자가 관리하고 근로자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근로자는 자신의 초과근로 사실을 동료진술을 받아 증명하거나, 출퇴근시 사용한 교통카드 사용기록까지 제출하며 입증하려 발버둥치지만, 노동지청에서는 이를 쉽게 인정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임금체불 진정 제기후 사실관계 조사를 마치고, 임금체불 사실을 확인하고, 근로감독관이 사용자에게 임금을 지급하라는 행정지도를 하는데만 최소 14일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임금체불 진정 및 처리 과정을 구조적으로 뜯어 고쳐야

현재의 임금체불 진정 및 처리 과정을 구조적으로 뜯어 고치지 않는 한, 고용노동부가 의지를 가지고 신속하게 체불임금 청산을 지도한다 한들, 얼마나 그 과정이 단축될 수 있을지는 솔직히 의문이 앞선다.

임금체불의 문제는 일단 임금체불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사전예방활동, 그리고 발생한 임금체불 사건에서 신속한 근로자 권리구제와 엄정한 법집행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임금체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중소영세사업주에 대한 임금 지급능력을 높이는 산업정책이 병행되는 삼박자가 맞아야만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

사전예방과 관련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중소영세사업주들에게 임금체불이 근로자의 경제활동을 파탄내는 심각한 범죄라고 인식시키는 것이다. 새로 사업을 시작하는 창업자나, 현재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사업주들에게 근로기준법 교육을 실시해, 사전에 임금체불을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임금체불 사전예방교육을 위해 매년 최저임금이 고시되는 시점에서 지역의 상공인단체에 위탁해 경영교육의 일환으로 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특히 정책지원금을 받고자 하는 중소기업주에게 짧게라도 근로기준법의 핵심내용을 필수 교육과정으로 배치했으면 한다.

신속한 권리구제 절차 마련하고, 왜곡된 원하청관계 개선을

이와함께 임금체불 사건의 경우, 근로자에 대한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사용자 출석없이 서면으로 체불금품을 확정할 수 있어야 한다. 또 현행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을 고쳐 사업주 출석이 지체되는 경우 즉시 신변을 확보해 사실관계 조사가 이뤄질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보관해야 하는 고용관계 기록에 출퇴근기록 등을 추가해 임금체불 진정시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행정당국에 제출하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소영세기업의 임금 지급능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 회사에서 일하는 근로자의 임금을 떼어 먹고 마음편한 사업주는 없다. 중소기업주의 임금 지급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왜곡된 원하청관계를 바로잡아, 소득주도 경제성장의 과실이 중소기업에도 돌아갈 수 있도록 산업생테계를 변화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