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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기자수첩

김영란법과 서민경제를 동일선상에 두면 안돼

온갖 비리와 부정청탁을 막고, 종국에는 서민경제 살리는 일 

기사입력2017-10-11 19:57

각종 부정청탁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 1년이 지났다. 이 법 시행을 앞두고 가장 우려한 점은 서민경제 침체였다. 선물가격을 정하고, 식사접대를 제한한다하니 그 우려는 충분히 이해된다.

 

열흘간의 황금연휴를 선사한 이번 추석을 앞두고 동종 업종에서 일하는 지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예전 같으면 회사에 선물(?)이 담긴 택배가 수도 없이 왔었지만, 몇 해 전부터 그 양이 현격하게 줄더니 김영란법 시행 이후에는 눈짐작으로도 그 수가 파악될 정도란다. 그게 긍정적인 시그널인지 아니면 부정적인 하소연인지 속내는 알 수 없었지만, 분명한건 변화가 생겼다는 것이다.

 

기자일을 하다보면 취재원이 권하는 선물, 식사대접 심지어 촌지까지 대할 때가 있다. 실제 올해 추석을 앞두고 한 취재원이 기자에게 선물을 건네기도 했다. 고마운 마음을 표현한 것뿐이라며 몇 차례 권했지만, 마음만 고맙게 받겠노라 정중히 답한 기억이 난다.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고마움과 청탁이 오가는 문화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인류사를 보면 사람들은 저마다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준비해 가족뿐만 아니라 지인에게 전했다. 당연히 고마움이 담겼을 것이다. 명절 선물을 주고받는 관례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명확하지 않지만(국립민속박물관 자료에는 설날에 선물을 주는 유래는 조선시대 설 그림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함), 지금은 하나의 문화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현대로 넘어오며 선물이 가지는 의미는 많이 변한 듯하다. 21세기에 들어서 대한민국에서 선물은 그저 정을 담아 감사함을 전하는 수단을 노골적으로 넘어섰다. 이 시기에 접어들어 선물의 목적은 화려한 포장만큼 다양해졌다. 명절을 전후해 주고받던 행위는 일상의 소소한 거리가 됐으며, 담겨진 내용물은 설탕세트나 외국산 코오피세트에 머물지 않았다.

 

특히 일부 고관대작에게 주는 선물은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정성(?)이 담기지 않으면 아니 준만 못한 결과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같은 물건이래도 선물용이라면 더 비싼 것을 구입해야 했다. 선물 시장은 급격히 커졌다. 정성만 담으면 된다는 순수한 마음은 한해가 멀다하고 오르는 선물가격에 부담감으로 바뀌었다.

 

일부 고관대작들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에서 위치를 선점한 이들은 선물을 종용했고, 그 선물의 대가로 원하는 것을 도와주기도 했다. ‘선물을 매개로 한 온갖 비리가 결국 사회적 문제로까지 커지자 나라가 나섰다.

 

주고받은 선물가격까지 정했다. 받지 말아야 할 사람, 주지 말아야 할 사람까지 규정했다. 이른바 김영란법이란 틀을 통해. 그리고 이 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여전히 서민경제를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정치권은 이 여론을 등에 업고 김영란법 메스질에 나설 작정을 하고 있는 모양새다.

 

김영란법 시행에 따라 서민경제가 휘청거린다는 우려는 분명 있다. 특히 가내수공업 수준의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그렇다고 김영란법과 서민경제를 동일선상에 두면 안된다. 돌려 생각하면 결국 서민경제를 말살하는 법이란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종국에는 서민경제를 살리는 게 김영란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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