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제표 좋아도 지속성 입증못하면 상장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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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재무제표 좋아도 지속성 입증못하면 상장 안돼 외부기관 등 객관적 자료 요구…부채비율 300% 넘어도 상장 가능

기사입력2017-10-13 14:06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주식시장 상장은 기업이 자금조달을 위해 시도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상장을 위해선 한국거래소 상장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재무제표상 나타나는 매출 또는 순이익이 비슷함에도 어떤 기업은 상장을 승인받고, 어떤 기업은 승인받지 못한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신청기업의 재무제표를 심사하는 과정에서 매출 또는 순이익 규모 그 자체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지속성’ 여부를 보기 때문이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똑같이 매출 떨어졌지만 지속성 관건=A사는 직전사업연도 매출액 480억원, 순이익 113억원을 시현했지만, 상장 심사 당해연도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대비 46% 급감했다. 또 B사는 직전사업연도 매출액은 2312억원, 순이익은 136억원 올렸음에도 상장 심사 당해연도 상반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9% 감소하고, 판매단가도 하락했다. 두 회사 모두 매출이 하락했지만, 한국거래소는 A사에 대해서는 상장 미승인, B사는 상장 승인 결정을 내렸다.

A사는 직전사업연도 1분기에 큰 이익을 올렸지만 이후 7분기 연속 매출이 감소했고, 주력 제품의 판매부진과 주요 매출처에서의 실적하락이 확인됐다. 또 신모델 출시와 신규사업을 추진하고 있었지만 가시적 성과가 미흡했고, 토지처분 이익 등 비경상적인 이익을 제외하면 손익구조가 악화된 상태였다.

반면 B사는 당시 매출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 영향이 컸고, 그럼에도 상장된 경쟁회사에 비해 우수한 실적을 보였다. 또 월별 매출액이 회복단계로 접어들었고, 매입처를 다변화해 매입단가를 줄이는 등 매출증대를 위한 사업계획 실현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A사는 매출하락이 계속될 가능성이 큰 반면 B사는 일시적이라는 점, 즉 ‘영업의 계속성’ 여부가 상장심사에 영향을 끼쳤다. ‘영업의 계속성’은 ‘영업의 안정성’을 포함한 개념이다. 매출이 상승했다는 것은 상장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C사는 상장심사 직전사업연도 매출액이 926억원에 순이익 52억원, 영업이익률 40%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는 C사에 대해 ▲신청일 2년전까지 영업이익률이 3% 미만인 점 ▲심사 당해연도 중국기업의 공장폐쇄에 따른 수급불균형으로 제품가격이 급등해 영업이익률이 일시적으로 상승한 점 ▲제품유해성 논란 지속 ▲세계 시장규모 협소 ▲주력제품 외 기타제품 역마진 또는 사업초기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영업의 계속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상장을 승인하지 않았다. C사는 현재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다.

◇매출구조보다는 매출유지 여부가 중요=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강병국 상장심사팀장은 지난 1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비상장 우량기업 상장설명회’에서 “상장심사에 있어 외부환경 요인은, 정부정책이나 시장규모 자체가 변화가 있는지 관심을 두고 본다. 특별히 정부연구기관 등 전문기관의 리포트상 변화가 없으면, 과거 시장규모가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외부요인이 아닌 개별요인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의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를 제출할 수 있느냐다.

강 팀장은 “특정부분 매출이 시장의 일시적 변화에 따라 급등했어도, 향후에 단기간 내에 급락할 가능성이 없으면 인정하고 있다. 만약 정체돼 있다면 시장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일시적 경기변동의 결과라는 점을 신청기업이 객관적 데이터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특히 기업에 따라 매출구조가 편중된 경우라면 현재 매출이 향후에도 유지될 수 있음을 객관적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예를들어 자동차부품처럼 국내 소수기업이 시장의 대부분 매출을 차지하는 등, 산업별 특성에 따라 매출처가 편중된 경우도 있다. 매출편중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매출편중이 불가피한 점과 향후 현재 매출이 지속될 수 있는지 여부에 주안점을 두고 상장심사가 이뤄지고 있다.

강 팀장은 “자동차부품을 예로 든다면, 완성차업체에서 새로 개발하고 있는 신차모델 생산 계약여부가 중요한 상장승인 요건이 될 것”이라며 “주된 거래처와의 거래관계가 중단되거나 감소할 사유가 없어야 승인할 수 있다. 또 현재 적자기업이라도 단기간에 경영성과가 개선될 수 있음을 제시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단, 이때 거래소에 제출하는 자료는 해당회사 단독 추정이 아닌, 거래처와의 수주계약이나 외부 전문기관의 검토자료 등 객관적 자료를 통해 증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채비율 300% 넘어도 안정화 입증하면 가능=또 상장기업은 기본적으로 수익창출 전체 과정을 개별 기업이 수행함으로써 ‘영업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OEM이나 ODM을 주매출로 하는 기업도 상장을 많이 신청하고 있다. 또 구매나 생산부문을 별도 법인화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수급거래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으며, 다만 향후 현재 거래구조나 조건이 합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유지될 수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수급기업의 경우 수주현황 자체가 급감했다면 재무안정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이 경우 수주계약이 회복될 때까지 상장승인 신청을 미루는 게 좋다.

과거에는 부채비율이 300%초과한 경우 재무상태에 대한 우려로 승인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영업활동을 통한 차입금 상환 등 높은 부채비율을 안정화 시킬 수 있다는 객관적이면서도 실현가능성 높은 자료를 제시하면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또 상장 이전에 소송이 진행중이라면, 소송의 존재여부보다는 소송의 성격이 상장에 크게 무리가 없으며, 소송에 따른 경영악화 우려가 크지 않다면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