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시정연설, 그만큼만 하는 정부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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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대통령 시정연설, 그만큼만 하는 정부 기대한다 윗목도 온기가 전해지도록 경제 ‘방구들’ 고칠 더 없는 좋은 기회

기사입력2017-11-01 17:2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모처럼 우리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 코스피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2550선을 넘었다. 2000선 돌파 이후 무려 10년 3개월만에 2500선에 안착되는 모습이다. 기업의 시가총액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반도체와 IT 대형주의 탄탄한 실적이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고, 미국 등 글로벌 증시의 호황도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연내 2600선 돌파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수출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호조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사상 최고의 실적을 냈다. OLED 분야에서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석유화학도 종전 최고 기록을 갈아 치웠다. 자동차와 선박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사드배치를 둘러싼 한중 갈등이 해결점을 찾음으로써 막혔던 중국수출 재개와 함께 관광산업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 또한 한껏 높아지고 있다. 주가와 수출로만 본다면, 우리 경제는 어둠의 긴 터널을 비로소 빠져 나온 모양새다.

그러나 아직은 군불에 아랫목이 뜨뜻해져 오는 정도다. 윗목의 한기는 여전하고, 서민들의 체감경기는 아직도 손이 시리다. 가계부채 대책 또한 서민들에게는 기대로 다가오기보다는, 목을 죄는 압박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할 일은 이제부터다. 아랫목조차 차면 윗목은 북극 한파가 몰아치고, 아랫목이 뜨거워도 윗목은 한줌 온기도 전해지지 않는 경제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지금 불고 있는 훈풍은 양극화만 가속화시킬 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대통령이 1일 국회에서 2018년도 예산안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다음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심사를 앞두고, 매년 대통령이나 총리가 나서 나라의 살림살이를 설명하는 의례적인 절차이기는 하나, 문재인 대통령이 제시한 경제정책 방향은 이전 정부와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경제가 성장해도 가계소득은 줄어들고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커지는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양극화가 경제성장과 국민통합을 가로막는 상황을 개선해야 합니다. 그래야 국민의 삶에도, 국가에도 미래가 있습니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말이다. 적폐로 지칭되는 정권이 물러나서야 비로소 듣게 되다니 참으로 울수도, 웃을수도 없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권은 시정연설 때마다 대기업 수출주도 경제성장론을 주장해왔다. 기업실적이 호전될 때는 정부정책을 자랑하며, 낙수효과가 곧 가계에 미칠 것이라며 호도했다. 또 내수침체에 대한 우려, 가계파탄 아우성에는 ‘세계적인 경제위기인데 허리띠를 졸라매고 인내하라’며 국민을 향해 눈알을 부라렸다.

모처럼의 경제 청신호다. 국가가 할 일은 이럴 때 일수록 성장을 다그치기보다 분배의 정의를 구현하는 일이다. 대기업·수출기업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린들, 코스피 지수가 2600을 넘어선들, 국민들이 자리한 윗목에 따뜻한 기운조차 전해지지 않는다면, 이런 성장이 무슨 소용인가. ‘국민없는 성장’, ‘대기업·수출기업만 성과급잔치를 하는 성장’으로는 결코 지속적인 성장, 더 큰 성장을 견인할 수 없다.

말보다 실천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성실하게 하루 8시간 일하면, 먹고사는 걱정이 없도록 정책을 혁신해야 한다. 하루 10시간이상 중노동을 하면서도 가계임대료도 못내는 자영업자, 최저임금을 겨우 받는 비정규직 600만, 이들이 성실하지 않아서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는 것은 아니다. 경제의 ‘방구들’을 잘못 놓았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연일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기업이 대박을 치고 있다고 한다. 지금이 기회다. 서민의 윗목에도 온기가 전해질 수 있도록 구들장을 고칠 더 없이 좋은 기회다. 대통령의 시정연설, 그만큼만 하는 정부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