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진출 NO! 창업 때부터 글로벌시장 맞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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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해외진출 NO! 창업 때부터 글로벌시장 맞춰라 “해외시장 최적화된 기업 육성”…김종갑 K-ICT본투글로벌센터장

기사입력2017-11-03 17:0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K-ICT본투글로벌센터 김종갑 센터장은 “국내 창업기업을 보면, 일단 한국에서 성공하고 그 다음에 해외로 진출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혁신기술기업의 경우 개발단계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국제표준에 맞춰 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기이코노미

“해외진출은 이미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 됐습니다. 해외진출이라는 말보다는, 글로벌시장을 이해하고 이를 목표로 제품을 기획하고 만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라는 말이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기관인 K-ICT본투글로벌센터 김종갑 센터장은 정부 각 기관에서 국내기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내놨지만, 과거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수출촉진 전략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바꿔 말해 혁신적인 기술기업은 세상에 없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해야 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그 태생부터 글로벌시장에 최적화된 상태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내 창업기업을 보면, 일단 한국에서 성공하고 그 다음에 해외로 진출하자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산업은 한국에서 성공하고 해외시장을 노려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혁신기술기업은 소비자가 한명도 없는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인 경우가 많죠. 이들은 개발단계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국제표준에 맞춰 준비해야 합니다.”

김 센터장은 음성인식기술을 예로 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중국·일본은 소프트웨어에서도 ‘CJK언어팩’을 따로 만들 만큼 독특한 문화를 가진 나라로 통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어를 기본어로 사용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뿐 인데, 국내기업이 한국어 음성인식으로 개발을 시작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은 시간낭비라는 것이다. 즉 처음부터 글로벌시장에 맞게 개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K-ICT본투글로벌센터가 위치한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 전경. ©중기이코노미

글로벌시장에 최적화된 창업기업을 육성한다

2013년 문을 연 K-ICT본투글로벌센터는 유망기술기업이 창업초기부터 글로벌시장에 최적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돕는다. 유망기술 전문기업을 발굴하고, 글로벌지향 교육과 훈련을 실시하며, 해외진출 가교역할을 하는 한편 해외진출이 지속가능하도록 전문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원스톱 플랫폼을 지원한다.

국내기업이 글로벌시장에서 겪는 주된 애로사항인 법률, 특허, 회계, 마케팅, 국제노무, 비자, PR 등 각 분야에 걸쳐 본투글로벌센터 전문가들이 1차 컨설팅을 하고, 이후 관련분야 외부 전문 민간기관을 연계해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창업공간이 필요한 기업에는 본투글로벌센터 내의 입주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본투글로벌센터는 매년 100여개의 유망기술기업을 발굴한다. 2013년 개소이래 지난해 12월까지 본투글로벌센터가 지원기업에 투자유치를 연계한 금액은 2000여억원에 달한다. 컨설팅 수는 총 6160건, 해외에 법인을 설립한 기업은 47개, 해외사업계약이나 제휴를 체결한 사례는 295건, 해외 특허출원도 479건에 이른다.

김종갑 센터장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0여년간 한국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와온 업계전문가다. 정보통신부 산하 중소벤처기업의 미국 진출 지원업무를 담당했던 ‘아이파크 실리콘밸리’ 이사를 역임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미주기술확장센터장을 맡기도 했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 창업 인큐베이터인 ‘매크로비아 파트너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한국기업의 미국 현지진출을 도왔다. 지금까지 글로벌시장 진출을 도운 벤처기업 수만해도 700여개에 이른다.

창업공간이 필요한 기업에는 본투글로벌센터 내 입주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중기이코노미

“해외시장 전문가로만 구성했다…해외기준에 맞춰라”

2015년 9월 본투글로벌센터장으로 부임한 후 일년 동안 김 센터장은 대대적인 인력 충원과 교체 작업을 단행했다. 법률, 특허, 마케팅, 회계, 통번역, 투자 등의 각 분야에서 해외시장을 경험한 민간 전문가를 찾아다니고 설득해 대거 기용한 것이다.

“우리는 해외컨설팅만 지원합니다. 이 때문에 본투글로벌센터의 모든 전문가를 국제라이센스를 보유한 해외시장 전문가로만 구성했습니다.”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외국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받으려면, 국제기준에 맞춰 기업을 운영하고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이 기본이다. 해외시장에 진출하거나 해외투자를 받기 위해 기업 실사를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외국기준과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이 김센터장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는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해 세금 혜택 등의 정책을 시행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해외에서는 큰 기업이나 작은 기업이나 법을 정확히 지키는 것이 중요하고, 우리의 세제지원 혜택이 해외투자자의 눈에는 위법행위로 보여질 수도 있습니다. 국내기준에 맞춰 기업을 운영하다가 해외투자를 받기 위해 외국기준에 맞춰 수년간의 경영자료를 바로잡으려다 보면 해외투자의 기회를 잃기도 합니다. 국내기준보다 더 엄격하게 적용되는 해외기준에 맞춰 처음부터 운영하면, 투자기회가 왔을 때 바로 기회를 잡을 수 있죠.”

스마트 줄자 ‘베이글’을 출시한 ㈜베이글랩스는 지난해 3월 본투글로벌센터내에 입주하면서 회사를 설립했다. 무게, 부피 등과 달리 수천년간 측정기술이 아날로그방식에 머물러 있는 것에 착안해 길이정보를 디지털화한 기술을 개발했다. 베이글랩스는 해외투자자 유치는 물론 해외홍보, 법률 컨설팅 등 본투글로벌센터의 집중지원을 받아 미국 킥스타터에서 135만달러를 모금하는 등 해외진출에 성공했다.

각국 투자자들로부터 러브콜을 받으며 설립 1년만에 매출 40억원을 기록했다. 김 센터장은 베이글랩스의 기술을 처음에는 모두 이해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상에 없던 기술을 해외시장에 소개하면서 건설, 가구, 의류 등 전 산업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본투글로벌센터는 기업과 함께 해외시장을 직접 발로 뛰는 것이 주요 업무입니다. 혁신기술을 가지고 자신의 기준에 만족하는 제품을 만들었다고 해외시장에서 인정을 받는 것은 아니죠. 혁신기술이 있다면, 그 기술을 이용해 시장이 필요로 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시장과 함께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