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헛 대표 국감 증인 채택후 계약 갱신 ‘팩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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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소상공인 피자헛 대표 국감 증인 채택후 계약 갱신 ‘팩트’ 10년넘긴 가맹점 계약갱신 거절…갑과 을의 상생, 약속부터 지켜야

기사입력2017-11-07 13:07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가맹사업은 가맹본부 ‘갑’과 가맹점주 ‘을’이 상생하지 않으면 망하는 구조다. 가맹본부의 매출은 가맹점주로부터 나오기 때문. 그런데 ‘갑’은 ‘을’과 상생하겠다고 약속을 해도 안지킨다. 왜 그럴까?

지난 10월31일 스티븐 리 크리스토퍼 한국피자헛 대표이사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그는 “10년 넘긴 피자헛 가맹점 몇 곳에 대해 계약 갱신을 거절했다가,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되고 난 뒤에야 계약을 갱신했다”는 이학영 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그의 자유지만, 사실관계는 분명히 해야 할 것 같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이니 가장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일터이다.

피자헛 가맹점주 홍길동 사장 부부는 열심히 피자를 만들어 팔았다. 2017년 6월이면 10년의 계약기간이 끝나게 되었다. 3년여 전 매장을 옮기면서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투자된 상태. 계속해서 피자헛을 하지 않으면 투자금이 날아갈 판이다. 본사 영업담당직원은 재계약(갱신)을 하려면 모집절차에 지원하라고 안내했다. 홍길동 사장이 가입한 ‘피자헛가맹점주협의회’는 본사와 ‘상생협약’을 체결했는데, 상생협약 제6조 제1항은 “가맹본부는 가맹점주의 가맹계약이 최초계약일로부터 10년이 넘는 경우에도, 가맹사업의 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것으로서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13조가 정하는 갱신거절사유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계속적으로 재계약을 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큰 무리 없이 재계약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본사는 재계약을 거절했다. 홍길동 사장은 “제발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본사측에서는 “위에서 결정한 거라 어쩔 수 없다”면서 명의만 다른 사람으로 하고, 계속 장사하라고 했다. 명의를 부탁할 사람도 없는 홍길동 사장은 억울했다. 10년 넘은 다른 매장도 무난히 재계약하는데 왜 나만 갖고 이러나. 투자금도 문제지만, 당장의 생계가 더 큰 문제다. 경업금지조항이 있어 따로 피자가게를 차릴 수도 없다. 임시적으로 가맹점사업자의 지위를 구하는 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상생협약을 지켜라!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일반증인으로 참석한 스티븐 리 크리스토퍼 피자헛 대표이사가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본사는 “①‘상생협약’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신사협정’에 불과하다. ②갱신이 아니라 신규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니 위 6조는 적용되지 않는다. ③홍길동 사장은 준수사항을 수차례 위반했으니 갱신거절사유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법원은 “①상생협약 문언을 보면 법적 구속력이 인정된다. ②상생협약 제6조는 전체 가맹계약기간이 10년을 초과한 경우에도 가맹사업법이 정한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되므로, 홍길동 사장이 갱신요구에 따라 갱신된 것이다. ③홍길동 사장이 사소하게 위반한 점이 있지만 ‘중요한 영업방침’을 위반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갱신거절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하고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서울중앙지법 2017카합80667)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한 홍길동 사장은 계약기간이 끝난 후에도 계속 장사를 했다. 그 와중에 본사는 1년만 갱신하자고 요구했다. 5년+5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원칙이기에 홍길동 사장은 거절했다. 본사의 제소명령을 기다려 본안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있었는데 10월이 지나면서 갑자기 5+5년으로 재계약이 됐다. 홍길동 사장은 한시름을 놓았다.

상생협약을 둘러싼 피자헛 사건의 사실관계를 다시 요약해보자.

▲10년 넘긴 홍길동 사장 가맹점에 대해 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 – 사실.

▲국감증인으로 채택된 9월29일 이후의 시점에서 홍길동 사장의 계약이 갱신된 것 – 사실.

▲계약을 갱신한 것이 국감증인과 상관이 있는지 여부 – 알 수 없음. 다만 상관 있는 것으로 보임.

스티븐 리 대표이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렇게 생각하면 안되는 것 같다. 갱신 시점을 보면 지속적으로 1년만 계약하자고 하다, 국감증인으로 채택된 이후에 원래대로 갱신이 됐으니 말이다. 서로 잘해보자고 약속한 것인데 이렇게 약속을 안지키는 심보는 도대체 뭘까. 피자 만들어 배달하는 것도 힘든데 재판하고 스트레스 받느라 홍길동 사장만 죽을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