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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제, 일부 아닌 전면 폐지가 대통령 공약

중소기업 부담, 글로벌 기준 제시하며 유통3법에만 제한적 도입 

기사입력2017-11-13 17: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국회 입법절차가 남았지만, 가맹법·유통업법·대리점법상 전속고발제가 폐지되고 사인의 금지청구제가 도입된다. 가맹본부의 갑질에 대해 가맹점주가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를 검찰에 직접 고소·고발함으로써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또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에 따른 피해구제 필요성과 시급성이 인정되면, 법원이 가맹본부에 대해 불정공행위 즉각 중지를 명령함으로써 가맹점주의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금지청구제를 도입한다. 

 

전속고발제 하에서는 가맹본부의 불공정행위가 적발돼도 피해 당자사인 가맹점주는 권리구제를 신청할 수 없고, 원칙적으로 공정거래위원회만 고발이 가능했다. 또 공정위가 고발권을 독점했기에 가맹점주가 법원에 가맹본부의 갑질을 멈춰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금지청구권도 인정되지 않았다. 유통업법과 대리점법이 적용되는 소상공인 역시 사정은 똑 같았지만, 전속고발제 폐지와 사인의 금지청구권 도입에 따라 이들의 권리구제 수단이 강화되고 다양화된다. 

 

공정위가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갑을관계근절을 위해 이같은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 TF’ 논의결과 중간보고서를 12일 발표했다.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을 현행보다 2배 상향하고, 현행 하도급법·가맹법·대리점법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공정거래법·유통업법으로 확대한다.

 

이날 공정위는 가맹사업 불공정행위 사건에 대한 조사권과 처분권을 17개 광역지자체에 위임하거나 공유한다는 내용의 개선방안도 발표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불공정행위 사건이 폭증하고 있는데 반해 공정위 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조사·처분권을 지자체에 넘기거나 나눠야 한다는, 전문가들이 제시한 대안을 공정위가 수용한 것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날 행정수요가 많은 가맹분야에서만 우선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발표했다. 유통·대리점·하도급 관계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조사·처분권의 위임 또는 공유는 추후과제로 미뤘다는 얘기다행정수요을 이유로 유통·대리점·하도급 불공정행위 사건을 인력이 부족한 공정위가 계속해서 전담하겠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 유통·대리점·하도급 관계에서 갑질의 빈도나 정도가 가맹사업보다 덜할 것이란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공정위는 이날 가맹본부 4200, 가맹점 21만개, 종사 근로자 80만명(2016)”이란 통계를 제시하며 ‘행정수요’를 거론했다. 그러나 유통·대리점·하도급 분야 종사자는 그보다 더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더욱이 가맹사업에서의 갑질은 최근에 특히 불거진 문제지만, 유통·대리점·하도급 관계에서 불공정행위는 수십년 이상 쌓였던 그야말로 적폐중에 적폐다. 갑질의 본산인 뿌리는 건드리지 않고, 곁가지에 불과한 가맹사업만 손을 보겠다는 것은 재벌개혁 전도사, 김상조가 그간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거래 법집행체계 개선 TF’ 논의결과 중간 보고서를 발표하면서,“문제해결을 위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하고 “재벌들의 법위반 행위를 다 고발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사진=뉴시스>

 

공정위가 이날 발표한 유통3법의 전속고발제 폐지방침 역시 재벌개혁 전도사로서의 뚜렷한 색깔을 보여주지 못했다. 공정거래법·하도급법·표시광고법상 전속고발제는 그대로 유지하고, 유통3법에만 제한적으로 도입하겠다는 공정위의 방침은 ‘전속고발권제 전면 폐지’라는 대통령공약에서 후퇴한 것이다. 혹여 이번 개선안이 공정위 ‘방침이 아닌 ‘TF 논의 결과를 전달했다는 말장난으로 비판을 피해가선 안된다.

 

공정위는 이날 하도급법상 전속고발제 폐지 공약에서 물러서, 12월중 추가논의를 거쳐야 하는 이유로 중소기업의 부담을 얘기했다. 최근 5년간 피신고인중 중견·중소기업 비율이 84%(특히, 건설하도급의 경우 원사업자의 98%가 중소기업)에 달해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했다. 그러나 ‘TF 논의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해 원사업자가 중소기업이 아닌 하도급 거래에서만 폐지하자는 대안을 이미 논의했다. 공정위 스스로 전속고발제 폐지에 따른 문제점과 그에 대한 해결방안을 찾았음에도, 그 대안을 채택하지 않은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하도급법 이외 공정거래법과 표시광고법에 정한 전속고발제를 당장 폐지할 수 없는 이유로 공정위는 경쟁법의 특성, 글로벌 기준 등의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중대 위반행위에 대한 형사제재 강화 필요성, 영장심사 등 절차적 통제장치로 과잉수사 우려가 없다는 등을 이유로 전면 폐지해야 된다는 의견TF팀에 이미 전달했다.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법무부조차 절차적 통제장치를 마련하면 전속고발권 전면폐지에 따른 법집행이 가능하다는데, 공정위가 나서서 반대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재벌대기업은 봐주고 올망졸망한 가맹사업자만 건드린다는 비아냥까지 나온다. 이같은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공정위가 적극적으로 고발권을 행사”하고 재벌들의 법위반 행위를 다 고발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천명했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에 비춰 공정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김상조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공정위 관료들의 조직보호 본능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이런 이유로 공정위 수장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개혁안을 제도적으로 완성해 불가역적 상태로 만드는 것이 최상책이다. 

 

TF팀의 중간결과 보고서다공정거래법 집행체계 개선을 위한 11개과제중 이날 발표한 것은 5개과제에 불과하다. 아직 절반 이상 남았고, 더 다듬어야 할 내용도 많다. 기우임이 틀림없겠지만 김상조 위원장 스스로 왜, 공정위원장을 맡았는지 다시한번 상기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공정위가 개선안을 최종 확정한 경우에도 국회 입법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 전속고발제 폐지 자체를 반대하는 야당과의 협상전략 측면에서도 일부 폐지보다는 전면 폐지가 공정위원장에게 보다 많은 여지를 제공할 수 있다. 내년 1월 공정위의 최종안이 나오는 그 순간까지, ‘을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는 김상조의 약속을 기다리는 수많은 ‘을들’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줄 것을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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