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만 내세운 ‘민간위탁’ 일자리만 줄였다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비용절감만 내세운 ‘민간위탁’ 일자리만 줄였다 총운영비 절감한만큼 인건비 줄어…“직접고용해 공공성 회복해야”

기사입력2017-11-15 20:51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비용절감 등 경영효율성을 내세워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민간위탁이 일자리 자체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관리감독 부실에 따라 부패구조만 재생산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따라서 민간위탁에 따른 고질적인 부패문제를 해결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공공부문의 간접고용 ‘전략’을 폐기하고, 공공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민간위탁, 일자리 자체를 줄이고 부패구조만 재생산

15일 국회에서 열린 ‘공공부문 민간위탁 부정비리사례와 해결방안’ 토론회에서 민주연합노조 주훈 조직국장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위탁을 맡길 수 있는 사업대상은 각종 복지관, 양로원, 요양원, 어린이집, 자원봉사센터, 직업전문학교, 재활용센터, 소각장, 하수처리장, 대공원, 지하상가 주차장, 체육시설, 청사시설관리 등 매우 광범위하다. 이처럼 지자체의 민간위탁사업이 확대된 직접적인 계기는, 지난 1998년 IMF 외환위기 직후 정부가 ‘민간위탁사무대행 추진 지침’을 하달하면서부터다.

주 국장은 “현재 민간위탁이 이뤄지는 업무는 1998년 이전 모두 지자체 등을 통해 직영으로 관리·운영했던 업무들이다. ‘민간위탁사무대행 추진 지침’ 이후 현재 용역·위탁·대행·도급계약 등의 다양한 명칭으로 현장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위탁은 경영효율성을 강조하며 시도됐지만, 사실상 인원감축과 인건비삭감 말고는 대안이 없는 방식”이라고 꼬집었다. 실제 주 국장이 분뇨처리장을 직영한 경우와 민간위탁으로 전환한 사례를 비교한 발표 자료에 따르면, 비용절감은 대부분 인건비삭감에서 나왔다.

<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총운영비 30% 절감했지만, 인건비 삭감액과 같아

자료를 보면, 1997년기준 300일을 가동하는 분뇨처리장을 직영으로 운영했을 때 총괄운영비는 1일처리량 30톤기준으로 2억8600만원이다. 그러나 2003년 민간위탁으로 전환한 후 동일한 기준에 따른 총괄운영비는 2억1300만원이다. 민간위탁을 통해 7300만원을 절약한 것이다. 또 1일처리량 200톤기준으로 하면 직영은 9억7400만원, 민간위탁은 6억3800만원으로 3억3600만원의 총괄운영비가 줄었다. 직영인 분뇨처리장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면 대략 30% 정도의 지자체 예산을 아낄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민간위탁을 통한 예산절감이란 결론이 나오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일자리 축소다. 1997년 환경부의 분뇨처리장 표준운영 인력은 1일처리량 30톤기준 9명에서 200톤기준 29명까지로 규정했다. 실제 1997년 직영한 분뇨처리장은 30톤기준 8명에서 200톤 기준 24명으로 운영됐다. 표준운영 인력보다 1명에서 4~5명 정도 적은 인원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2003년 민간위탁 이후 분뇨처리장은 30톤기준 6명, 200톤기준 12명으로 운영, 직영 당시에 비해 많게는 절반의 인력만으로 운영됐다. 30톤기준으론 일자리 2개가 사라졌고, 200톤기준으론 12명의 실업자가가 발생했다.

민간위탁과 직영간 인건비가 30톤기준 6700만원, 200톤기준 3억2100만원으로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인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지자체 입장에선 사실상 동일한 예산을 투입했고, 동일한 사업을 했음에도 일자리가 많게는 절반 정도 사라졌다. 민간위탁을 통한 효율성 제고가 결국 대부분 인력감축에 따른 효과인 셈이다.

허위근로자 3명 등재해 3년간 4억5천만원 빼돌리기도

또 지자체의 관리감독 부실에 따른 부패사건이 반복되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올해 9월말 민주연합노조의 김성환 위원장은 남양주시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대행계약을 체결한 사업장 대표를 의정부지검에 횡령혐의로 고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공개된 고소장에 따르면, 올해 7월기준 해당사업장 임금대장엔 실제로 일하지 않는 3명의 이름이 작업원으로 기재됐고, 이들에게 임금이 지급됐다. 2013년 8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이들 3명에게 지급한 임금만 총 4억5586만원에 이른다.

민주노총법률원 박주영 정책연구실장은 “인건비와 경비를 합한 용역원가와 용역원가의 5%이내에서 책정되는 일반관리비를 합한 금액의 10%이내에서 대행업체의 이윤이 결정된다”며 “이윤이 10%로 한정돼 있으니 인건비를 착복해 대행업체가 가져가는 이윤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일반관리비를 늘리기 위해 필요하지 않은 물품을 고가에 구입 ▲차량연식을 속여 감가상각비를 초과해 지급받기 ▲예정가격산정시 적용한 노임에 낙찰률을 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에 미달해 지급 ▲퇴직금 미지급 ▲인건비를 부풀려 청구하고 노동자에게 돌려받는 경우 등 회계부정을 통해 용역비를 과다청구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또 “위탁계약시 특정업체가 선정될 수 있도록 기준을 새로 추가하거나 장기계약을 맺어 독점적 혜택을 받도록 해주는 경우, 퇴직공무원이 운영하는 업체 선정 특혜 등도 발생하고 있다”며 “민간위탁 부정사례들이 밝혀진 건 대부분 해당사업장 노조 가입자들의 내부고발 덕분이다. 원청기관의 지도감독이 강화될수록 관리감독 사무에 대한 인력과 비용만 증가시킨다. 이미 위탁업체에 관리비와 이윤을 지급했기에 결과적으로 관리비용을 이중으로 부담하는 비효율을 낳는다”고 주장했다.

박운기 서울시의회 의원은 “민간위탁을 지자체가 직접고용으로 전환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중앙정부에서 이를 뒷받침 해줘야 직접고용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결국 박 실장은 “지도감독 강화는 실현될 수 없는 구호에 불과하며, 민간위탁 또는 외주화의 고질적인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전략을 폐기하는 것, 직접고용전환을 통해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지자체에서 직접고용 어려워…중앙정부에서 방안을 찾아야

이에대해 서울시의회 박운기 의원은 “지자체 수준에서의 직접고용은 한계가 있다. 서울시 다산콜센터 직원들을 직접고용할 때도 총액인건비 부분이 걸려 재단을 통해 할 수밖에 없었다”며 “서울시가 재단이나 자회사, 시설관리공단 등을 통해 고용하는 이유는 지자체에서 추진하는데 걸림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서 총액인건비 등의 문제를 풀어줘야 직접고용 논의가 더 진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구형 고용노동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은 “민간위탁 개념에서부터 구체적인 실태 등 정부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정보가 부족해 올해 연구용역을 실시 중이며, 내년에 실태조사를 포함해 정책방향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과장은 또 “부정부패가 만연하다는 이유만으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할 수는 없다. 사측에서는 민간위탁업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고 있으며, 임금도 높고, 또 자신들도 투자한 것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감안해 달라고 한다”며 “노사간 이견이 크기 때문에 충분한 실태조사를 통해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