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 산업만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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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4차산업혁명, 산업만 있고 사람은 보이지 않아 또 다른 양극화 ·불평등 우려…정보소외계층에 교육·투자 확대해야

기사입력2017-11-21 18:59

최근 집 근처에 생긴 새로운 식당은 상주하는 직원이 없고, 최소한의 조리인력으로만 운영한다. 입구쪽 무인주문기를 통해 메뉴와 포장여부, 결제방식까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결제가 끝나면 조리대에 메뉴가 전달되고 그 후 요리를 시작한다. 완성된 음식은 조리사가 직접 내어준다. 간단하고 편하지만 식당을 처음 오는 사람은 혼란에 빠지기 마련이다. 식당을 찾은 한 중년 여성은 “김밥 한줄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원!”하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번화가 큰 식당도 아닌 동네 작은 식당까지 무인시스템이 도입된 것을 보며, 새삼 기술발달이 빠르다는 생각이 든다. 이토록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을 감히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기기들을 찾아보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거창하게 인공지능같은 기술을 말하지 않더라도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터치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기기), 공장에 도입된 산업용로봇 등이 그렇다. 인건비는 증가하는데 고령화로 인한 인력부족, 생산성저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람 일을 기계가 대체하는 식이다.

문제는 4차 산업혁명의 빠른 변화속도에 적응하지 못하는 계층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성세대나 저소득층이 이에 해당될 확률이 높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기 어려워지는데다, 소득이 적은 계층일수록 신기술교육 기회가 적어지는 탓이다. 이런 이유로 그 어느 때보다 이들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평생교육과 교육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 흐름은 4차 산업혁명 주력 산업 그 자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을뿐 사람에 대한 고민이나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4차 산업혁명 과실을 모든 국민이 향유할 수 있도록, 특히 정보소외계층에 대한 교육과 투자를 확대하는 일은 정부의 책무다. 미국과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교육프로그램을 설계해 앞다퉈 실행하고 있다. 단순히 IT나 ICT 관련인력을 키우는 직업훈련뿐만 아니라 기성세대나 저소득층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회교육이나 평생교육에 대한 논의도 진행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4차 산업혁명이 양극화와 사회적 불평등을 확산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4차 산업혁명이 또 다른 불평등을 양산하는 사회적 기제로 작용하지 않도록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