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무술년’ 소비트렌드 WAG THE DOG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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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2018년 ‘무술년’ 소비트렌드 WAG THE DOGS 작지만 확실한 행복, 가성비, 언택트 그리고 미닝아웃…기업 염두

기사입력2017-11-24 10:44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8년은 무술년, 개의 해다. 매해 소비자 트렌드를 분석해 책으로 발간하고 있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23일 코엑스에서 열린 ‘2017 미래유망기술세미나’에서, 다가오는 무술년 10대 소비트렌드를 ‘왝더독(WAG THE DOGS)’으로 압축 표현했다.

왝더독은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는 말로, 소비트렌드에서 왝더독은 시장의 언더독(Underdog)이 전체 시장을 흔든다는 의미다. 사은품이 상품보다, SNS가 대중매체보다, 1인방송이 주류매체보다, 카드뉴스가 TV뉴스보다, 노상 푸드트럭이 백화점 푸드코트보다, 인디레이블이 대형기획사보다, 인터넷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대형스타보다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What’s your ‘Small but certain’ Happiness?(작지만 확실한 행복)=사람이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김 교수는 “그동안 한국인은 행복을 찾는 방식에서 거창한 것을 좋아했다. 작고 좀 모자란 것 보다는 아꼈다가 제대로 된 것 하나를 소비해왔으며, 불확실해도 저축하고 미래를 대비하는게 행복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하는 것이 작아지고, 당장 실현 가능한 것을 소비하는 행태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작다는 것이 중요한 키워드다. 김 교수는 “기술적 측면에서 10년을 준비해서 한방을 노리기보다는, 빠르게 변하는 트렌드에 맞춰 작은 것을 자주 던지면서 새롭고 유연한 상품개발이 더 주효할 수 있다”고 말했다.

◇Added satisfaction to value for money(가성비)=소비자는 이제 가성비, 가격대비 성능을 중요시한다. 중국브랜드를 포함 ‘저가형’ 상품을 시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김 교수는 “가성비를 높이는 효과는 가격을 낮추는 방법만 아니라 반대로 성능을 높여도 된다”며 “같은 가격이라도 성능이 좋은, 같은 B급제품 중에서도 ‘B+ 프리미엄’ 제품은 가성비가 높다. 성능도 객관적 성능이 아니라 마음의 만족도가 중요하다. 화학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높아진 최근, ‘천연원료를 사용해 독성이 없다’고 어필하면 이는 가성비가 아니라 마음의 만족을 위해 구매하는 것이다. 소비란 결핍의 충족이 아니라 감성의 만족이 동반돼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2018년 소비트렌드를 ‘WAG THE DOGS’로 정의했다. ©중기이코노미

◇Generation ‘Work-Life-Balance’(워라밸세대)=유명 CEO들이 은퇴할 때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일을 그만둔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 또한 워라밸이라 할 수 있지만, 요즘 젊은 직장인은 가족이 아닌 자신의 자존감과 사생활을 중심에 놓고 워라밸을 추구한다.

김 교수는 “젊은 세대의 워라밸은 ▲Work-Myself-Balance(자존감과 사생활 중심) ▲Work-Leisure-Balance(여가 중시) ▲Work-development-Balance(퇴직후 삶 중시) 등이다”라며 “요즘 자기계발은 현재 종사하는 일을 위해서가 아닌, 은퇴후 제2의 삶을 위한 자기계발”이라고 설명했다.

◇Technology of Untact(언택트기술)=언택트는 uncontact, 즉 사람의 도움 없이 요구를 해결해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VR쇼핑, 드론택배, 키오스크 등은 이미 실현되고 있는 언택트기술이다. 언택트기술은 사람과 말을 하지 않고, 대면하지 않아도 편안해 하는 젊은 세대의 성향과 맞물려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 교수는 “언택트기술에서 네트워크, 빅데이터, 인공지능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인터페이스가 얼마나 쉬우냐”라며 “할아버지도 처음보고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백그라운드기술이 좋아도 확산이 힘들다. 항상 사람을, 최종 사용자를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Hide away in tour querencia(케렌시아)=케렌시아는 투우장의 황소가 힘들 때 숨을 돌리기 위한 공간을 의미하는 스페인어다. 투우장같이 격렬한 사회 속에서 자기만의 공간, 또는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부각되고 있다. 낮잠방이나 만화책방, 조용한 카페가 현대인에게 케렌시아일 수 있지만, 자기만의 취미를 위한 집안 공간도 하나의 케렌시아다. 개인이 일하고 일상을 보내는 공간 이외, 휴식을 취하는 제3의 공간에 대한 비즈니스모델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Everything as a service(만물의 서비스화)=예전에는 정수기를 돈을 주고 기기를 구입했지만, 이제는 정수기를 임대한 후 관리하는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은 기본어플을 무료로 배포하고, 어플을 이용할 때 부가적인 서비스를 유료화해 수익을 내는 모델이 많다.

김 교수는 “물건을 사면 서비스는 공짜이던 시대는 지나갔다. 부가적인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비즈니스모델이, 어플이나 소프트웨어뿐만 아니라 일반 산업에도 나타나고 있다. 이제는 서비스가 제품 선택을 좌우하는 결정요소”라고 했다.

◇Day of ‘Cutocracy’(매력자본)=매력의 매(魅)는 도깨비 ‘매’다. 소비자가 소비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을 홀리는 매력이 있어야 한다.

김 교수는 “완벽하지 않아도, 결함이 있어도 사람을 끌어당기는 치명적 매력이 있어야 한다”며 “매력자본의 시사점은 단점을 보완하는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단점도 커버할 만한 장점을 키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One’s true color, Meaning out(미닝아웃)=SNS는 사람들이 자신의 소신과 신념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게 했다. 미닝아웃은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남들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소비와 연관하면 신발을 사도 ‘신발의 수익금은 어디에 사용되나’를 보고, 옷을 구입해도 ‘이 옷을 만든 기업은 어떤 기업인가’를 고려한다. 갑질하는 기업에 분노를 표시하고 불매운동을 벌이는 소비자 행동은 미닝아웃의 한 예다. 기업입장에서는 소비에 의미를 담는 것을 넘어, 소비자 반응에 즉각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Gig-relationship(대인관계)=김 교수는 “과거 친구는 아침에 등교해서 식사, 여가는 물론 방학때 여행까지 모든 것을 함께하는 관계였다. 하지만 이제는 스터디그룹이 따로 있고, 밥도, 여행도 어플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인간관계가 기능화·대안화 돼가고 있다”고 말했다.

마치 재즈밴드에서 필요할 때마다 객원으로 연주하던 연주자를 뜻하는 ‘Gig’과 같이, 필요한 순간 필요한 사람을 찾아 순간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는 가족형태도 변화시키고 있다. 이제는 결혼을 통해 가족을 이루는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식물이 가족을 대신하기도 한다. 김 교수는 “관계에 대한 욕망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어떻게 관계를 맺는가 하는 방식이 변할 뿐이다”고 했다.

◇Shouting out self-esteem(자존감)=모 구직사이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청년층이 가장 자존감에 상처를 받는 순간으로 ‘지인이 행복해 보이는 SNS를 볼때’란 대답이 가장 많았다.

김 교수는 “요즘 젊은 세대는 귀하게 자란 세대다. 하지만 맞닥뜨리는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며 “‘나는 아직 가치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개인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하지만 또 어느 때보다도 가장 타인과 비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렇게 낮아진 자존감 회복방식중 대표적인게 바로 소비”라고 말했다.

자기계발서 유행은 이런 자존감 회복이란 키워드를 잡은 트렌드라 할 수 있다. 기업은 소비자가 소비와 함께 자존감을 회복할 수 있는 전략이 무엇일까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