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대표노조 지위 부정’ 노사 모두 양날의 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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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교섭대표노조 지위 부정’ 노사 모두 양날의 칼 사용자, 안정적 노사관계 균열 발생…새노조 구성, 협상력 약화

기사입력2017-11-27 20:37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앞서 다룬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에 정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더라도, 교섭대표노조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참여할 수 없었던 신설노조에 노조법상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주장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신설노조는 사용자에게 단체교섭 요구를 포함해 단체행동권 행사 등 노동3권을 온전하게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교섭대표노조가 새롭게 단체교섭을 개시하려면, 단체협약에서 정한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기간과 관계없이 새롭게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아야 한다.

대법원 판결,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과 결을 달리한다

대법원의 결론은 복수노조 인정과 함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가 마련된 이후 지금껏 고용노동부가 일관되게 유지했던 행정해석과는 결을 달리한다. 사업장에 노조가 하나뿐인 경우에도 단수노조라는 것을 확인하는 위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게 고용노동부 입장이었다. 다만 단수노조에서 교섭대표노조 확정 이후 신설된 노조에 대해 교섭대표노조가 노조법상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이 없었다.

신설노조에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주장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하급심 판례는 긍정과 부정 두가지 입장으로 갈렸다. 이를 긍정하는 판례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단수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되면, 이후에 신설되는 노조가 있더라도 교섭대표노조가 배타적 교섭권을 행사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르면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 동안에는 신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은 전면 부정된다.

반면 교섭대표노조 확정 이후 신설된 노조에 대해서는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부정한 하급심 판례도 있다. 이에 따르면 이미 체결한 단체협약 이외 새로운 단체협약을 체결(갱신)하거나, 신설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교섭대표노조는 교섭대표노조 지위 유지기간과 관계없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과 같은 결론으로 교섭대표노조 확정 이후 신설된 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많은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하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교섭대표노조 확정 이후 신설노조에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면서 대법원은 “해당 노동조합(교섭대표노조) 이외의 노동조합이 존재하지 않아 다른 노동조합의 의사를 반영할 만한 여지가 처음부터 전혀 없었던 경우에는 이러한 교섭대표노동조합의 개념이 무의미해질 뿐만 아니라 달리 그 고유한 의의(意義)를 찾기도 어렵게 된다”며 교섭대표노조의 대표성을 부인했다.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둘러싼 노·노, 노·사간 갈등 증폭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형식적인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로 신설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제한했던 하급심 판례를 부정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판결임은 분명하다. 우려되는 부분은 이번 판결로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둘러싼 노·노, 노·사간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점이다.

기존 교섭대표노조 운영에 불만을 가진 일부 조합원이 노조를 탈퇴하고 새로운 노조를 결성하고, 사용자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하는 사례가 발생할 수 있다. 이 경우 교섭대표노조가 이번 사건과 동일하게 단수노조인 사업장에서 형식적인 단일화 절차를 거쳤다면, 사용자로선 단체교섭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 사용자 입장에선 기존 단체협약 준수를 통해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노사관계질서에 균열이 발생한 것이다. 또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일부 조합원이 탈퇴해 새노조를 만들어, 단체교섭권을 행사한다면 노조의 협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라 많은 사업장에서 교섭대표노조 지위 보장을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하다. 나쁘게 보면 갈등이지만 달리 보자면,노조운영에 대한 건강한 견제로 복수노조의 취지가 살아 날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은 노사 모두에게 양날의 칼이다.

여담이지만, 이번 사건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획득한 교섭대표노조 지위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설립된 친기업 노조가 다수를 차지하며 대표교섭노조 지위를 두고 벌인 갈등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