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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헌법만 지켜도 쪽지예산은 있을 수 없다

쪽지예산은 국회의원이 사익위해 예산심의권을 남용한 범죄 해당 

기사입력2017-12-07 14:5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우여곡절 끝에 내년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지 하루가 꼬박 지났음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의원 지역구 토호·토건집단 이익을 보장하기 위해 남발한 쪽지예산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쪽지예산은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원의 예산심의권을 ‘사익’을 위해 남용한 것이란 점에서 본질적으론 박근혜 전 대통령의 권력사유화 범죄와 다르지 않다. 범죄유형도 그렇지만 죄질 또한 그에 못지않다. 이들이 쪽지기술로 확보한 지역구 SOC예산은 13000억원,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아동수당예산 11009억원보다 약 2000억원 많다.

 

13000억원을 만들기 위해 이들 의원이 건드린 예산항목을 보면 더 기막히다. 아동수당 지급대상을 10% 줄이고, 지급시기를 늦춰 3900억원을 삭감했다. 5만원 인상한 노인기초연금을 늦게 지급함으로써 7200억원을 줄였다. 그것도 모자라 취업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 예산 300억원, 우리사회에서 발언권조차 없는 청년에게 특화된 청년내일채움공제 예산도 381억원 잘랐다.

 

이들 입법기관이 지역구 민원해결을 위해 예산담당 공무원에게 압력을 가하는 행태 또한 권한남용 수준을 넘어 사실상 협박을 했다는 사실도 놀랍다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당 이용호 정책위 의장은 지역구 소재 밤재터널 예산확보를 위해 벌인 활극을 페이스북을 통해 지역구민에게 중계도 했다이 의장은 기재부가 장기도로 계획에 포함이 안 돼있고, 비용대비 타당성이 안 나온다고 완강히 버티고 있다요건이 안되니까 부탁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으면 왜 내가 이런 밤에 당신에게 부탁하겠느냐고 응수했다”고 밝혔다. 법상 도로계획 자체도 없고, 비용대비 효과가 없는 도로임을 잘 알고 있음에도, 기재부 공무원에게 위법한 행정을 강요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예산 합의를 통째로 깨버리겠다압박’까지 했다. 

 

지난 4일 밤으로 돌아가 보자기재부는 법정기일(122)내 예산안 통과를 고대하며, 직원들의 컴퓨터 비밀번호까지 1202로 통일했음에도 예산안은 통과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때 예산안 통과 칼자루를 쥔 국민의당 정책위의장의 부탁을 말 그대로 부탁으로 치부할 만큼 간이 큰 공무원은 없다. 이를 알기에 이 정책위의장은 권력을 이용해 사욕을 채웠다. 나아가 청탁사실조차 감추지 않고 자랑스럽게 공개했다. 도덕불감증을 넘어 범죄불감증에 이르렀기에 비난과 함께 국회의원 사퇴를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는 너무나 정당하다.

 

국회의원 권력을 이용해 국민의 세금으로 지역구 토호·토건세력을 먹여 살리겠다는 의원이 어디 이용호 의원뿐이겠는가. 이 의원이 보여준 갑질이 워낙 도드라져서 그렇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여야 구분이 없다. 차려진 밥상에 낄 자격이 되는 의원 상당수가 숟가락을 얹었다. 덕분에 우리사회의 미래인 아이에게 투자할 돈이 없어졌고, 오늘을 만든 어르신에게 드려야 할 용돈이 날라갔다. 돈이 없어 복지예산을 늘릴 수 없다며, 그나마 찔끔 복지예산을 늘렸더니 사회주의 예산’이라고 비난하는게 자유한국당이다. 

 

해마다 반복되고 그때마다 언론과 국민의 비난을 받았던 국회의원의 권한남용이다. 쪽지기술자들 그리고 그들이 속한 정당의 선의에 맡겨서는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이 이번에 분명히 드러났다. 법전에만 있던 주권재민 원칙을 시민 스스로 찾아서 시민의 힘으로 싸우고 쟁취한 촛불정부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 시민의 눈을 피해, 때론 공공연하게 거래를 반복했던 반칙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지금 당장 만들어야 할 때다.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예산심의권만을 부여했지, 예산을 편성할 수 있는 어떤 권한도 부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쪽지란 이름으로 애초에 없었던 사업이 생기고, 그에 따른 예산이 배정된 것은 정부가 묵인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이 아무리 떼를 써도, 정부가 헌법만 제대로 지켰다면 쪽지예산이란 있을 수 없다. 국정원·검찰·경찰·국세청 등 사정기관의 적폐 못지않게 쪽지예산도 반드시 사라져야 할 적폐다. 문재인 대통령이 한마디만 하면 된다. 촛불정부에선 더 이상 쪽지예산이란 있을 수 없고, 향후 쪽지예산이 나오면 그에 따른 제재를 하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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