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시피·거래처 정보도 모두 영업비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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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우린 중기인 “레시피·거래처 정보도 모두 영업비밀인데…” “中企 보안인식 바꾸자”…한국산업기술보호協 박희재 회장

기사입력2017-12-24 11:28

중소기업의 최근 화두 가운데 하나는 기술유출 방지다. 국가정보원 산업기밀보호센터에 따르면, 2007년에서 올해 8월까지 총 351건의 해외 기술유출 사건이 적발됐으며, 이 가운데 70%가 중소기업 기술이다. 대기업(24%)의 3배 수준이다. 이는 심각한 피해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중소기업의 기술유출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전문가와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박희재 회장은 “협회에 전화해서 기술보호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묻고, 방문해서 어떻게 기술이 보호되고 있는지 보기만 해도 기술유출 절반은 막는 셈”이라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보면 기술유출은 우리처럼 작은 회사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기술이라는게 반드시 지식재산권이나 전문적인 산업기술만 말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사소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회사의 노하우, 레시피, 거래파트너의 정보처럼 기업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해당됩니다.”

중기이코노미와 만난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박희재 회장은 유출 피해가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현 보안인식이 우선 낮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中企 보안 수준 ‘가’…비용·인력·인식 부족이 원인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당기업들의 보안 평균지수는 50점 미만으로 ‘위험’ 수준이다. 위험수준은 보안에 대해 심각한 결점과 취약성이 존재하고 치명적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을 말한다. 일반기업의 경우는 이 보다 더 심각하다. 협회 관계자 말에 따르면, 올해 컨설팅을 한 매출액이 5000억원에 달하는 한 유명 중견기업의 기술보호 역량평가 점수는 16점에 불과했다.

비용과 인력 등을 고려하면, 보안시스템을 마련하는게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자체적으로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최소 1000만원 이상이 소요된다.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도 없다. 하루하루 매출 내기 바쁜 중소기업에서 보안 전담인력을 꾸릴 여유도 없거니와 그런 고급 인력을 채용할 형편도 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의 안일한 보안 인식도 문제다. 전문적인 산업기술이나 특허 등만 보호해야 할 기술로 판단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보호돼야 하는 정보라고 박 회장은 강조한다. 사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제조법, 거래 현황, 공정과정 등도 경쟁사에 노출되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중소기업기술지킴센터 전경. 대형 전광판을 통해 365일 24시간 중소기업의 PC, 서버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중요문서 유출, 해킹시도 등을 감시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과거에는 종이 문서가 사용됐지만 요즘에는 데이터베이스로 압축·집적된 전자문서를 사용하는게 대부분입니다. 노트북이나 모바일기기 등이 널리 보급되면서 기술이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인 셈이죠. 즉, 클릭한번으로 회사의 모든 핵심기술이 유출될 수 있단 말이거든요. 몇십년동안 피땀흘려 공들여 개발한 기술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정말 순식간입니다.”

따라서 박 회장은 정부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해 줄 것을 주문했다. 현재 정부에서 국가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실태조사를 하고, 전문위원회 운영, 산업기술 분쟁조정 등 여러 지원업무를 하고 있는데 이에 필요한 예산과 인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래 산업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융합형 산업보안 전문 인력 양성 정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산업활동에서는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영, 법제도와 같은 다양한 위험요소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보안활동을 입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한 것이다.

기술유출 당했다면 빠른시간내 증거자료 확보부터

“협회에 전화해서 기술보호 어떻게 해야 합니까? 하고 묻고, 방문해서 어떻게 기술이 보호되고 있는지 보기만 해도 기술유출 절반은 막을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경험과 사례, 전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회사 홈페이지에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를 이용해 추적하고 있다’는 이 한마디 문장만 있어도 유출을 시도하려는 직원이 함부로 유출할 엄두를 못내거든요.”

기술보호는 사전예방이 최선책이다. 자체 보안프로그램 구축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이라면 정부와 유관기관이 지원하는 산업보안 지원제도를 이용해볼 수 있다. 박 회장이 얘기한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해킹, 악성코드, 임직원 등 다양한 위험요인으로부터 기업의 핵심기술을 보호할 수 있도록 감시에서부터 예방, 모니터링, 사후대책 수립 등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한다.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운영하고 있는 ‘기술임치제’도 유용하다. 기술임치제는 기업의 기술자료를 신뢰성 있는 전문기관에 보관해 사전에 기술유출을 방지하고, 기술유출이 발생한 기업의 기술개발과 보유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제도다. 보관수수료의 경우 신규 기업일 경우 1년에 30만원, 갱신은 1년에 15만원으로 부담도 적다.

박 회장은 이 보다 중요한 것은 자사 직원들에게 ‘보안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의 자산을 내 것처럼 지켜야 한다’ 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기술유출 대부분이 기업 내부 임직원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료=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

실제 국가정보원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적발된 산업스파이 가운데 전직 직원이 53%였고 현직 직원이 27%다. 즉, 10건 가운데 8건은 내부관계자에 의한 유출인 셈이다. 기술의 가치를 잘 알고 접근이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 교육과 조치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CEO가 적극적으로 나서 보안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중소기업은 CEO가 모든 결정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안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기업내 보안 문화를 확산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만약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술유출이 발생했다면, 빠른시간내 증거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기술유출이 의심되는 컴퓨터나 노트북 등 전자기기는 해당 시점에서 그대로 보존하는 것이 좋다. 또 이직 이력 보관 등 퇴직자에 대한 후속관리도 필수다. 필요시에는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의 해피콜센터(02-3489-7000)를 이용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고, 2·3차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국가정보원(111)에 신고해 산업기술 유출 수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박 회장은 “중소기업이 기술유출 걱정이나 고민없이 기술을 개발하고, 비즈니스에 전념할 수 있도록 협회가 최선을 다해 돕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산업기술보호협회는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제16조에 근거, 2007년 10월 설립해 올해로 10주년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산업기술 보호의 허브’를 비전으로 삼고, 국가핵심기술의 체계적 지원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는 중소기업기술지킴센터를 운영, 보안에 투자할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해 ‘중소기업기술지킴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또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대상으로 보안 진단·컨설팅을 하는 ‘보안 원터치 지원 사업’도 한다. 산업별 특성에 맞는 보안교육을 지원하는 산업현장인력교육과 보안담당자의 실무 역량을 강화하는 CSO 양성교육, 기업 CEO대상 보안 인식제고 교육 등도 제공하며, 산업보안전문가인 ‘산업보안관리사’도 배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