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낌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술임치제’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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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거리낌없이 이용할 수 있는 ‘기술임치제’ 돼야 정부가 기술임치제 보호기술 알리면 영업적으로도 활용 가능

기사입력2017-12-26 15:02

기술탈취는 기술을 훔쳐가는 행위를 말한다. 특히 대기업이 우월적 지위를 내세워 하청기업의 기술을 뺏고, 기술탈취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항의하면 보복한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갑질’로 분류한다. 한국지식재산보호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소기업이 경험한 탈취사례는 527건, 피해금액만 3000억원 이상이다. 보복이 두려워 구제신청조차 하지 않는 기업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제 피해는 이보다 훨씬 크다는게 한국지식재산보호원 관계자의 말이다.

우여곡절 끝에 중소벤처기업부 수장이 된 홍종학 장관은 지난달 21일 취임식에서 ‘취임 1호 정책’으로 기술탈취 문제를 거론하며 ‘기술임치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술임치제는 기업의 기술자료를 신뢰성 있는 전문기관에 보관해 사전에 기술유출을 방지하고, 기술유출이 발생한 기업의 기술개발과 보유사실을 입증해 줄 수 있는 제도다. 보관수수료는 신규 기업일 경우 1년에 30만원, 갱신은 1년에 15만원으로 비용부담도 크지 않다. 미국, 유럽연합 등 여러 국가에서 이미 실효성을 인정받아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미국의 한 임치기관은 4만5000여개 기업이 활용하고 있을 정도다.

그러나 국내에선 중소기업이 이러한 기술임치제를 이용하는 것을 주저주저한다. 예방차원에서부터 대기업 눈치를 봐야하는 중소기업 현실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를들어 ‘기술임치제를 이용해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는 점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는 주문도 나온다. 아울러 기술임치제를 통해 기술을 보호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알리는 것만으로도 영업상 메리트가 있다. 보통 기술이 아닌 반드시 보호해야 할 수준의 상당한 기술을 가진 것으로 인식돼 계약이나 판매 등에서 유리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임치제 이용이 늘어나면 중소기업의 기술보호는 물론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도 지금의 기술임치제를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 중소기업이 거리낌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