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호무역주의 피할 ‘우회’ 진출 전략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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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메리카 美 보호무역주의 피할 ‘우회’ 진출 전략 찾아라 수입규제조치 모니터링 강화…2018년 세계시장 진출 전략 ①미국

기사입력2018-01-15 18:38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국이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미국의 지난해 GDP 대비 소비지출 비중은 66%(12조달러)로, 중국의 34%(4조달러)와 비교해 약 2배 크다. 수입시장 규모도 세계 최대다. 2016년 기준 2조2496억달러로, 세계 수입시장의 14%를 차지한다. 이밖에 유럽 35개국이 들어갈 만한 광활한 영토, 세계 최대 외국인직접투자 유입국, 불필요한 규제와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비즈니스 및 투자 환경 등, 국내기업의 투자·진출이 활발한 곳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두번째 수출시장으로 지난해 대미 수출액만 666억달러다.

올해 미국 경제는 맑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올해 GDP 성장률을 국제통화기금(IMF)은 2.3%, 연방준비제도는 2.5%로 내다봤다. 지속적으로 실업률이 떨어지고 고용률이 높아지고 있어 개인소득과 지출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6년 2%후반대 성장률을 보인 민간소비는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해, 지난해 9월 기준 소매 판매증가율의 경우 당해연도 최고수준을 보였다. 소비자심리지수 또한 높고,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서 미국 기업의 수출과 제조업도 활황을 맞고 있다. 2016년 -0.6%였던 기업투자는 큰 폭으로 상승해 지난해 1분기와 3분기 각각 7.2%와 4.7%를 기록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수입규제조치, FTA개정협상 주시해야=그러나 마냥 낙관만 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가 가장 큰 변수다. 전미실물경제협회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2명이상(25%)이 올해 미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보호무역주의’를 꼽았다.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경제 정책은 ▲국경조정세(수입관세) 도입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탈퇴 ▲인프라 1조달러 투자정책(세제개편안 통과로 적극 추진 전망) ▲친환경 규제 철폐 ▲파리 기후변화협약 탈퇴 ▲수입관세 임시철폐 법안 입법(전망) 등으로 요약된다. 경기부양을 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세제개혁 등을 통해 미국으로의 자금 유입을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손수득 북미지역본부장은 미국에 진출할 계획이 있거나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다. 반덤핑 상계관세, 세이프가드 등 무역구제조치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의 대(對)한국 수입규제 총 31건(반덤핑 22건, 반덤핑·상계관세 7건, 세이프가드 2건) 가운데 8건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후 시작됐다. 특히 철강, 섬유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당분간 보호무역주의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한·미FTA 개정협상도 눈여겨봐야 한다. 전면적 개정보다는, 일부 미흡한 이행 개선과 신규 조항 추가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무역수지 개선에 목적을 두고 있는만큼 자동차와 철강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교역장벽 강화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경쟁력 있는 산업에 대한 개방확대도 요구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심화, 산업계 요구, 통상이익 확보 등의 이유로 농업, 서비스 및 에너지, 노동, 환경 등에서 미국측 요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우회전략으로 시장진출 노려볼 수도=경기호조에 따른 시장확대 기회가 있는만큼 우회전략을 활용하면 미국시장 진출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예컨대 ‘바이아메리칸법(미국산 의무 구매법)’이다. 미국은 바이아메리칸법을 통해 연방정부기관의 조달 구매시 자국산 제품을 우선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입찰시 외국산 제조·비제조품(원료, 완제품, 기자재 등)에 가격 불이익을 준다. 지난해 4월 트럼프 행정부가 이 법의 강화방안 마련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에 따라 국내기업의 미국 조달시장 문이 좁아질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이 경우 주나 지방정부 주도의 프로젝트 시장을 노려볼 수 있다. 미국 37개 주정부는 WTO 정부조달협정(GPA)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가입국 기업에 조달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주·지방정부의 경우 바이아메리칸법 적용이 일단 유예될 가능성이 크다.

또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아 미국산 구매 의무에서 자유로운 민간자본(P3) 인프라 프로젝트 참여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금융기관(국책은행, 연기금 등), 건설사, IT기업, 제조·서비스 기업이 참여하는 선단형 컨소시엄 형태로 진출하라는 조언이다.

아울러 미국산 구매 의무제도는 연방 및 주·지방정부 규정, 기타 법령에 따라 상이하고 복잡해 편법적으로 이를 우회할 수 있는 법률상 맹점이 존재한다. 연방철도청의 바이아메리카 규정은 미국에서 100% 생산된 완성품 또는 생산부품(component)만을 미국산으로 인정하고 있으나, 하위부품에 대한 규정은 없어 해외에서 생산된 하위부품을 미국에서 조립할 경우 미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밖에 트럼프 행정부가 임기 내 1조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공언한만큼, 공공인프라 투자의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민관협력사업(PPP)를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분야별로는 에너지, 교통, 상하수도가 유망하다. 지역으로는 서남중부(West South Central), 태평양연안(Pacific), 남부대서양연안(South Atlantic)이 전체 인프라 수요의 55%를 차지한다. 미국 현지 진출을 늘리는 것도 무역장벽을 낮추는 유용한 전략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손수득 본부장은 “보호무역주의 파고를 넘기위해 대기업은 미국내 공장설립을 적극적으로 검토·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소·중견기업도 최대한 미국 현지법인이나 제조공장 설립, 유망 현지기업 인수합병 등을 통해 무역장벽을 우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