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0억 교복시장, 무상교복 최종 수혜자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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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4000억 교복시장, 무상교복 최종 수혜자 대기업? 中企 강화·지역 경제·일자리창출 선순환 가져올 중장기 대책 필요

기사입력2018-01-24 16:0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학생들에게 무상으로 교복을 지원하겠다고 처음 나선 건 7년전 성남시였다. 당시 성남시의 계획은 성남시의회와 경기도, 보건복지부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이후 2016년부터 성남시는 중학생 교복구입비를 지원했지만, 시의회의 반대로 고등학생 교복비 지원은 지금껏 성사되지 못했다.

시작은 성남시였음에도 용인시가 매듭을 졌다. 용인시가 관내 중학교뿐 아니라 고등학생까지 교복비 지원예산을 확보하고, 올해부터 무상교복 지원사업을 시행한다. 광명·과천·안성·오산 등도 이미 예산을 확보했거나 확보할 예정이다. 여기에 경기도와 도교육청도 중학교 무상교복비를 올해 본예산에 반영하고, 시·군과 사업비를 분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보편적복지가 의무교육, 무상급식, 무상교복 등 교육부문 전반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학생당 20만원내외 교복구입비 지원. 가장 큰 수혜자는 학생이고, 학부모다. 그러나 국내 교복산업구조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정부가 지원하게 될 교복구입 지원예산 대부분이 대기업으로 간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교복시장은 연간 4000억원 규모다. 매년 120만명의 중고교생이 교복을 새로 구입한다. 국내 주요 교복업체는 ‘엘리트학생복’·‘아이비클럽’·‘스마트’·‘스쿨룩스’, 이들 업체는 각각 25%, 24%, 18%, 14%의 시장점유율을 가졌다. 4개업체 시장점유율이 90% 가까이 되는 셈이다. 특히 교복 생산업체는 해외에 공장을 두고 교복을 생산하는 경우가 많아, 섬유·봉제 산업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지적도 많다.

무상교복이 시행되면 지자체별로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의 예산이 지출되기 때문에, 이 돈을 지역경제내에서 순환하고 중소기업을 키울 수 있도록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연한 지적을 의식한 탓인지 정부와 경기도 교육청은 중소기업을 살리고, 교복가격 거품을 빼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학교주관구매’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이 제도는 학교 주관으로 학부모와 학생 대표들을 구성해, 엄격한 품질평가후 업체를 선정하는 방식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정한 기준단가 아래의 최저가 입찰방식으로 거품을 최대한 걷어내 가계부담을 줄이겠다는 얘기다.

가계부담도 줄이고, 중소기업도 살리겠다는 학교주관구매제도 도입취지가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교복선정 주체에 학부모도 포함되지만, 교복을 입는 당사자인 학생의 선택이 어디로 향할지 미지수기 때문이다. 트랜드에 민감하고 또래문화가 강한 학생들이 중소기업제품대신 유명 아이돌을 앞세운 대기업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학생의 자율선택 보장이란 ‘명분’만을 내세워 ‘방관’할 것인지, ‘현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설득’에 나설 것인지, 선택은 어른의 몫이다.

보편적복지라는 명분에서 시작한 교복구입비 지원사업, 이 사업이 ▲중소기업 경쟁력 강화 ▲지역경제 순환투자 ▲국내 봉제산업 유지 ▲종업원 고용안정 보장 ▲향후 고용창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다 세심한 중장기 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 사업의 종착점이 ‘복지 포퓰리즘’, ‘지방선거를 의식한 예산 퍼주기’라는 비난으로 귀결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