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할 수 있는 ‘인생삼모작’ 지원정책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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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재기할 수 있는 ‘인생삼모작’ 지원정책 있어야 줄지 않는 자영업 폐업률…창업 뿐만 아니라 재기 지원도 시급하다

기사입력2018-01-31 20:11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회가 복잡해지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인생이모작’은 이제 일종의 흐름이 됐다. 인생의 일모작에 해당하는 전반기는 연령, 경력, 학습 등을 바탕으로 다양한 일자리에 도전할 수 있다. 이때는 자신감도 있으며 그만큼 성과를 내기도 한다. 대체로 20~30년 길게는 40여년의 노동기간이다. 그 이후에는 인생이모작이 시작된다. 수십년간 노력해 모은 재산과 사회경험, 경력에 대한 자신감은 나이로 위축된 심리를 어렵지 않게 극복할 수 있게 한다. 그럼에도 녹록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은 인생이모작이 초행길일 수밖에 없다.

초행길에 겪을 시행착오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그나마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분야로 많은 이들이 모인다. 바로 ‘자영업’이다. 왠지 자신이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그동안 알고 지낸 지인이 한 번씩만 찾아와도 임대료는 충분히 나올 것이라고 믿는다. 거기다 언론에서는 대박 난 음식점 소개가 수시로 나오니, 한번 해보자는 의지는 충만해진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국세청과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6년까지 10년간 창업한 자영업의 평균 생존율은 20% 수준이다. 신규 창업한 업체 5곳 중 1곳만 자리를 잡는다는 얘기다.

한정돼 있는 시장에 ‘초보사장님’이 급격하게 몰리며 경쟁은 치열해지고, 대기업은 골목상권까지 치고 들어왔다. 소득양극화는 심화됐고, 최근에는 장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조류인플루엔자, 독감 등 각종 전염병도 수시로 발생한다. 소비자 주머니 속은 말라가며, 살아남기는 더욱 힘들어졌다.

불안한 자영업자에 대한 진단은 이미 오래전부터 나왔다. 일부에서는 실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창업교육을 진행하는가 하면, 창업에 필요한 각종 지원혜택을 홍보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폐업률은 쉽게 줄지 않는다. 대대적인 정책이 없으면 백약에도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수요와 공급에 맞춰 예비자영업자 배출을 조절하는 것도 방법일 수 있겠으나 직업 선택권까지 막을 수는 없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인생이모작 초행길에서 생긴 한 번의 실패가 끝이 되지 않도록 해줘야 한다. 실패를 딛고 ‘인생삼모작’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실제 창업전선에 뛰어든 많은 사람들이 폐업 후 회복을 하지 못하고 있으며, 그 이유는 부채 즉 빚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자영업자 1인당 부채는 2012년 7960만원에서 2016년에는 9812만원으로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자영업자 상당수가 창업 융자금을 받은데다 인테리어 등 회수가 힘든 초기자금이 많아 부채 부담은 더 심해진다.

물론 폐업의 1차 원인은 자영업자에게 있지만, 이런 악순환의 반복에는 정부정책도 한몫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창업 지원뿐만 아니라 재기할 수 있는 폐업 지원도 적극 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은 이유다.

몇년 전부터 정부는 경영난으로 폐업이나 전업을 원하는 소상공인들에게 전문가 컨설팅과 운영자금 등을 지원해 안전한 폐업과 재기를 돕고 있다. 물론 폐업 지원이 재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인고의 과정이 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절망에 빠진 순간 누군가가 격려와 도움을 준다면, 자영업자에게는 안전벨트가 되지 않을까. 국가차원에서 더 다양한 인생삼모작 지원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