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안정자금 효과 모르는데 ‘반시장’ 정책 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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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일자리안정자금 효과 모르는데 ‘반시장’ 정책 규정 안철수 대표 “신청기업 미미”…시장은 최저임금 인상 충격 흡수중

기사입력2018-02-05 15:48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기승전 최저임금’ 공격이 여전하지만, 그 강도가 약해지고 있다. ‘최저임금 현실화’가 영세중소기업·자영업자에게 ‘상당한 부담’이란 사실은 맞지만, 사실관계를 과장·왜곡한 억지추론이었기에 당연한 귀결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뒷북을 치면서, 억지주장의 끈을 붙잡고 정치공세를 펴는 집단이 있어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4일 서울 관악구의 한 아파트 단지를 방문해 경비원 및 입주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정부가) 3조원을 직접 기업에 지원한다고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었지만 지난 1월에 자금을 신청한 기업이 0.7%다. 100개 기업중 한 곳도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 이어 안 대표는 “더 나아가 반시장적 정책을 계속 추진하려고 하고 있다. 임대료 인상하지 않게 한다든지, 물가를 잡기위해 꼭 필요한 인상을 막는 등 정책을 펴고 있어서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 자리엔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도 참석했다.

임대료 인상폭을 제한하는 법률까지 있고, 임대료·물가 인상을 억제해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것은 정부 본연의 역할이다. 그럼에도 임대료·물가 인상을 제한하려는 정부정책에 대해 ‘반시장’이란 색깔론을 덧씌우는 안 대표의 주장은 놀랍기까지 하다. 소비진작으로 이어질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안되고, 최저임금보다 더욱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옥죄는 임대료 인상은 괜찮다는 것인지 묻고 싶다. 안 대표의 스텝이 자꾸 꼬이는 이유는 시간과 장소 그리고 대상에 따라 자신의 ‘철학’이 바뀌기 때문이다.

사실관계부터 바로잡자. 전년대비 16.3% 인상된 2018년 최저임금 7530원이 적용된지 이제 한달을 막 넘겼다.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을 받기 위해선 최저임금을 적용해 임금을 지급했음을 사업주가 입증해야 하기에, 1월 임금지급일 이전 일자리안정자금 신청률은 의미없는 수치다. 또 일자리안정자금은 신청시점이 아닌 올해 1월부터 지급된 임금 모두 소급적용하기에 최소 3~4월은 돼야 ‘진실’에 근접한 통계가 나온다.

일자리안정자금 정책집행 효과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지금, 그나마 ‘진실’에 부합되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는 안 대표의 주장과 완전히 다르다. 소상공인연합회가 4일 발표한 ‘2018 소상공인현안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소상공인 54%가 일자리안정자금을 신청하겠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10일부터 1월19일까지 이뤄졌으며, 소상공인연합회 회원을 포함 일반 소상공인 627명이 응답했다.

또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 인상 이후 근로시간 단축, 근로자 해고 또는 수당 및 상여금 축소 등의 조치가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없었다’(52.3%)는 응답자가 과반을 넘었다. ‘있었다’(35.8%)는 응답자를 포함 10명중 8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지만, 그 부담을 소상공인 스스로 감내했다.

소상공인연합회의 이번 조사결과는 4일 서울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국내기업 120곳(중견·대기업 40곳, 중소기업 8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다르지 않다. 설문조사 결과 44.2%의 기업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이지만 일단 버텨보겠다’고 응답했고, ‘임금을 조정했거나 조정할 생각’이라는 응답은 30.0%였다.

소상공인연합회와 서울신문 조사결과를 종합하면,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을 시장이 빠르게 흡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소상공인·자영업자, 중소기업의 부담이 적지 않기에 정책보완이 필요하단 지적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그래서 정부도 일자리안정자금 지원요건 완화 등 보완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또 서울신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기업이 꼽은 충격 완화책 제1순위는 ‘중소기업 세제 혜택 및 인건비 지원’(32.5%)이다. 이어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28.3%), ‘하도급업체 단가 인하 요구 제재 및 납품단가 인상’(20.0%), ‘상가 등 임대료 인하’(10.0%)를 호소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을 제외하면, 나머지 보완책은 안 대표 주장에 빗대면 ‘반시장적 정책’에 속한다.

개별기업에 재정을 통한 인건비 지원도 그렇고, 납품단가를 인상하도록 하는 원청기업에 대한 ‘경영권 침해’도 안 대표 시각에선 ‘반시장적 정책’일 수 있다. 임대료 인하는 안 대표 자신이 ‘반시장적 정책’으로 규정했으니 말할 나위도 없겠고, 이쯤되면 정치인 안철수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다른게 무엇인지 정말 궁금해진다. 바른정당 유승민 대표와 코드를 맞췄으니, 이제 남은 것은 정해진 수순인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인가. 정치의 불확실성을 걷어내야만 경제가 안정된다는 전제에서 차라리 당부한다. 어차피 할 것이라면 빨리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