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청소노동자 해고사태 정부가 개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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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대학교 청소노동자 해고사태 정부가 개입해야 경비원 해고 등 ‘자본의 태업’…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기사입력2018-02-07 10:08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 ㅣ다른기사보기

지난달 29일 연세대에서, 청소노동자들이 단기 노동자들을 고용한 용역업체와 충돌해 1명이 부상을 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정규직을 줄이고 임시직 등 아르바이트로 대체하겠다는 대학의 방침이 사건이 발단이라 할 수 있다. 개강을 앞둔 대학가가 흉흉하다. 연세대·동국대 등에서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고려대·홍익대는 갈등 끝에 청소노동자 인력조정 계획을 철회했다.

국민의 시선이 따갑다. 저임금 청소노동자들을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청소 ‘알바’로 대체하겠다는 교육기관의 비도덕성에 대한 비판이다. 매년 수백억원의 국민세금을 보조받는 ‘공공’기관으로서의 책무를 내팽개쳤다는 비난도 있다. 특히 대학마다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이상 적립금을 쌓아놓고, 사회적합의(2018년 최저임금)를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노동자를 거리로 내모는건 자본태업과 다름없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94명 전원에 대한 해고도 사실상 확정됐다. 최저임금 인상 등을 이유로 직접고용에서 간접고용으로 전환한 입주자대표자회의를 상대로 경비원들이 법원에 구제를 요청했지만 지난달 30일 각하됐다.

경비노동자 94명은 최저임금 인상 혜택은커녕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다. 아파트가격만 최저 18억원에서 44억원에 이른다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가구당 월 3750원만 더 부담하면 경비원들의 최저임금을 맞출 수 있다는데, 온갖 따가운 눈총을 받아가며 해고를 강행한게 입주자대표자회의다. 있는 사람이 더 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분노를 느낀다.

연세대, 홍익대 청소노동자 등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소속 참가자들이 지난달 17일 서울 연세대학교 학생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학교 측의 청소경비 인력 구조조정 등을 규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최저임금 인상을 두고 보수언론들은 자영업자·(영세)중소기업의 반발을 연일 대서특필했다. 편의점이 문을 닫을 지경이며, 인건비 상승이 국가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했다.

그러나 보수언론의 호들갑과는 달리 자영업자·(영세)중소기업이 최저임금 인상에 반대하는 집단반발 조짐은 없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충격을 빠르게 시장이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보다는 임대료, 가맹점 수수료를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더 거세다. 최저임금이 올라야 경제의 선순환 구조로 바뀔 수 있다는 걸, 그렇게 돼야 내수시장도 살고 자영업자·중소기업도 살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억원의 적립금을 가진 대학이 청소노동자를 내쫒는 행위, 최고의 부자촌으로 불리는 아파트에서 가구당 3750원 관리비 인상을 용인하지 못해 경비원을 해고하는 행위는 국가공동체를 부정하는 위험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최저임금 현실화’, ‘소득주도 성장론’과 맞서겠다는 자본권력의 태업이다. 합법적 절차에 따라 사회적합의로 정한 최저임금조차도 지키지 않겠다는 국민 상대 협박인 셈이다. 자본의 태업을 이대로 방치했다가는 시간당 최저임금 1만원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2018년 최저임금 시간당 7530원은 사회적합의다. 국가와 노동자와 사용자가 머리를 맞댄 결과다. 하루가 빠듯한 자영업자도 영세중소기업도 아닌, 대학과 최고의 부촌에서 사회적합의를 뒤집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재단전입금이 아닌 등록금·국가보조금으로 운영되는 사립대학들의 자본태업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된다. 대학의 청소노동자가 단기 알바로 대체되고, 아파트 경비원이 간접고용으로 바뀌면, 보수언론들은 그럴 것이다. ‘이게 다 최저임금 인상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 그 때는 최저임금, 고용안정, 모두를 잃고 만다. 국민의 삶도 정권의 지지율도 곤두박질칠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