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하락 우려 “대형마트에 팔지마” 불공정행위

프린트

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가격하락 우려 “대형마트에 팔지마” 불공정행위 고어텍스 제품 마트에서 판매 못하도록 한 고어社…구속조건부거래

기사입력2018-02-09 13:4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공정거래법 개념과 사례 ⑨불공정거래 행위 금지…7.구속조건부거래]거래상대방의 사업활동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제23조 ‘불공정거래행위의 금지’ 제1항제5조전단에서 ‘구속조건부거래’로 정의하고 있다. 구속조건부거래의 유형은 ▲배타조건부거래와,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의 제한으로 나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배타조건부거래는 부당하게 거래상대방이 자기 또는 계열회사의 경쟁사업자와 거래하지 않는 조건으로 그 거래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기업이 거래상대방에게 독점대리점 계약을 요구할 경우, 배타조건부거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경쟁사업자가 유통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시장점유율이 상당한 사업자가 자신의 대리점에 경쟁사업자의 제품을 취급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관련 시장에서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는 법위반의 소지가 있다.

단, 공급업자의 시장점유율이 10% 미만인 경우, 공급업자의 경쟁사업자가 다른 대리점들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한 경우, 독점대리점 계약을 통해 고객들에게 좋은 가격이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우는 배타조건부거래에 해당하지 않는다.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의 제한은 상품 또는 용역을 거래함에 있어서 그 거래상대방의 거래지역 또는 거래상대방을 부당하게 구속하는 조건으로 거래하는 행위를 말한다. 거래지역 제한에서는 거래상대방의 판매지역을 할당하고 어길 경우 제재함으로써, 이를 강제하는 ‘엄격한 지역제한제(closed territory)’를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반면, 거래상대방의 판매책임지역을 설정할 뿐 그 지역 외 판매를 허용하는 ‘책임지역제(또는 판매거점제)’와, 판매지역을 한정하지만 복수판매자를 허용하는 ‘개방 지역제한제(open territory)’는 원칙적으로 허용된다.

가격하락 우려…고어社 고어텍스 제품 대형마트 판매 금지

방수·방풍·투습 기능의 원단인 고어텍스(GORE-TEX) 제품을 대형마트에서 판매하지 못하도록 거래사업자에게 강요한 고어(GORE)社의 행위는 구속조건부거래 중 거래상대방의 제한에 해당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고어는 2009년 3월부터 2012년 12월까지의 기간동안 고어텍스 소재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세우고, 고어텍스 원단을 사용하는 아웃도어 의류업체에 이를 따를 것을 요구했다. 고어는 국내 고어텍스 원단 시장에서 60% 내외의 점유율을 갖는 1위 사업자다. 국내 아웃도어 의류 브랜드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29개사가 고어의 원단을 구매하는 고객사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고어가 고어텍스 제품의 대형마트 판매를 철저히 차단한 이유는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대형마트에서 고어텍스 제품이 싸게 팔리게 되면 백화점, 전문점 등 다른 유통채널에서도 가격이 점차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고어의 대형마트 판매금지 정책은 아웃도어 업체와의 계약에 명시돼 있지 않았고, 고어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통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고어는 고어 직원임을 숨긴 채, 불시에 대형마트 내 아웃도어 매장을 방문해 고어텍스 제품이 팔리고 있는지, 그 가격은 얼마인지 등 아웃도어 업체들이 해당 정책을 잘 지키고 있는지를 감시했다. 고어는 정책을 지키지 않은 업체에는 해당 상품의 전량 회수를 요구하고 나아가 원단 공급을 중단하거나,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하기까지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 고어의 이러한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23조 제1항 제5호 구속조건부거래 금지 조항을 위반하는 행위로 판단하고, 고어에 해당행위 시정명령과 시정명령을 받은 사실을 이해관계자들에게 알리도록 했다. 이와함께 과징금 36억7300만원을 부과했다.

대형마트 판매제한 정책이 프리미엄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고 고어텍스 원단의 품질 향상이나 소비자 정보 제공을 촉진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고어가 주장하지만, 대형마트 판매제한이 이러한 서비스 경쟁 촉진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은 반면, 고어텍스 제품 가격이 높게 유지돼 소비자들이 입는 피해는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아울러 고어의 행위는 대형마트 채널을 이용할 필요성이 있는 아웃도어 업체의 유통채널 선택권을 과도하게 간섭한 것으로, 이로 인해 아웃도업 업체의 재고·이월상품 판로도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