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보조 노인돌봄…사회서비스단가 적정한가

프린트

오피니언 ㅣ 칼럼 장애보조 노인돌봄…사회서비스단가 적정한가 최저임금 미달…법정 사회서비스제도 실태부터 살펴야

기사입력2018-02-26 13:17

김준모 객원 기자 (gubtree@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오늘 아침 출근길에도 어김없이 아파트단지 앞 횡단보도에 서 계시는 경비아저씨들을 보았습니다. ‘경비아저씨’라고 부르지만 ‘경비어르신’이라고 해야 맞을 것도 같은 주름진 얼굴, 들고나는 아파트 주민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빨간 지시봉을 든 손과 팔은 초록색과 빨간색으로 번갈아 바뀌는 신호등을 따라 바쁘더군요. 경비업무에 교통신호 업무까지 포함됐는지 의아했지만, 늘 보는 익숙한 모습이라 그냥 그러려니 하며 지나쳤습니다.

텔레비전 뉴스에서 강남 어느 아파트에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경비원들을 해고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아파트들은 휴게시간을 늘려 임금인상을 하지 않는다고도 하더군요. 휴게시간이 늘었다 해도 아파트단지 안에 머무는 시간은 그대로이니 실제로 근무시간이 줄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공식적인 근무시간표에서 휴게시간이 늘어난 것만은 사실이겠지요. 그런가하면 서민들이 주로 사는 어느 아파트에서 입주민들이 관리비를 조금씩 올리기로 합의해, 한 명도 해고하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에 맞춰 경비원들의 임금을 올렸다는 훈훈한 이야기도 들리더군요.

그런데 정작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올해 경비원 임금을 어떻게 결정했는지 알지 못합니다. 현관 앞 좁은 복도와 엘리베이터·아파트건물에서 단지를 빠져나가는 짧은 길이 제가 아파트라는 공간과 마주하는 거의 전부이다 보니, 관심을 가질만한 공간도 시간도 없었나봅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무관심인 것만은 분명하네요.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다른 아파트 이야기에는 혀를 차기도 하고 훈훈한 미소를 짓기도 하면서, 정작 내가 사는 아파트경비원 임금은 어떻게 됐는지 모르고 있다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해야 할까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아파트 경비아저씨들이 부지런히 수신호를 하는 횡단보도를 건너며 한동안 볼 수 없었던 낯익은 얼굴을 보았습니다. 잔뜩 일그러진 얼굴에 몸을 배배 꼬는 그이는 활동보조원이 미는 휠체어를 타고 건널목을 건너더군요. 봄부터 가을까지 날이 궂지 않으면 출근길에 늘 보던 그 모습이 다시 보이는 걸보니 봄이 오긴 오나봅니다.

낯익은 얼굴이지만 저는 그이를 잘 알지 못합니다. 그저 몇년 동안 같은 시간에 항상 보아왔던 얼굴이라 낯이 익을 뿐입니다. 그이를 도와 휠체어를 밀고 가는 이가 장애활동보조원이라는 사실은 언젠가 눈에 띈 명찰을 보고 알았습니다. 그래서 그이가 매일 같은시간에 장애활동보조원의 도움을 받아 어딘가에 간다는 것을 알았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가는 걸 보면 어디로 가는지는 몰라도, 그곳이 그이에게는 무척 중요한 일과일 것이라고 짐작할 뿐이지요.

그런 그이의 중요한 일과도 그를 돕는 활동보조원이 없으면 그렇게 매일 지킬 수 없을 터이니, 그이에게 활동보조원은 무척 중요한 사람이겠지요. 그리고 장애활동보조제도는 그이에게 없어서는 안 될 사회서비스제도일 테고요.

그런데 한두달쯤 전 저녁 8시뉴스를 보는데 장애활동보조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하더군요. 장애활동보조사업을 하는 기관들이 활동보조원들에게 법정수당을 받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쓰도록 강요했다는 기사였습니다. 많은 기관들은 월 60시간이상 일하면 주게 돼있는 법정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근로시간을 쪼개 여러기관 소속으로 일하게 해 한사람의 장애인에게 두세명의 활동보조원을 할당한다는 고발도 했습니다. 뉴스에서 인터뷰를 한 장애인은 한사람에게 보이기에도 망설여지는 불편한 몸인데,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내맡겨져 수치스럽다며 하소연을 하더군요.

기관은 기관대로 어려움을 호소합니다. 최저임금은 대폭 올랐는데, 정부비용은 1만760원으로 너무 낮게 정해져 어쩔 수 없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으니 그것도 맞는 말이더군요. 올해 최저시급 7530원에 주휴와 연차를 지급하면 시간당 9400원이 넘어가는데, 사회보험과 퇴직금까지 더하면 그것만으로도 정부에서 지급하는 1만760원은 훌쩍 넘어버리니까요. 거기에 관리자 인건비와 기본적인 운영비만 보태도 기관의 적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겠죠.

뉴스를 보고나서 너무 이상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습니다. 공중파방송은 처음 탔는지 몰라도 인터넷기사에서는 여러번 보도가 됐더군요. 장애활동보조사업만이 아니라 노인돌봄서비스나 가사간병서비스와 같은 다른 사회서비스제도도 마찬가지 문제가 있었고요. 서비스제공기관과 종사자, 장애인들까지 함께 모여 여러번 제도개선 촉구를 위한 집회도 하고 국회에서 토론회도 했더군요. 몇몇 기관에서는 노동법을 어기는 범법자가 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적자를 감당할 수도 없어 위탁받은 사업을 반납하기로 했다는 기사도 보았습니다.

참 이상하네요. 정부는 기업에 최저임금을 지키라고 독려하고 일자리안정자금도 지원한다고 하는데, 어째서 정부 스스로 정한 사회서비스 비용은 최저임금을 줄 수 없는 금액으로 정했을까요? 아파트경비원과 같이 근로기준법의 일부가 적용되지 않는 직종의 노동자에게까지 지원을 확대한다고 하면서 말이에요.

정부도 저처럼 등잔 밑이 어두운 걸까요? 제가 사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임금은 모르면서 텔레비전 뉴스를 보며 혀를 차기도 하고 훈훈해 하기도 한 것처럼, 정부 역시 기업들의 행태는 비판하면서도 자신이 결정하는 사회서비스 단가는 말도 안 되는 저단가로 책정했으니까 말이에요.

등잔 밑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으면 등잔 밑에 불을 비춰 살펴보면 잘 볼 수 있겠죠. 지금부터라도 텔레비전 뉴스만 볼 것이 아니라 내가 사는 아파트의 사정부터 살펴야겠어요. 그러니 정부도 기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받는지만 살필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지침과 비용을 결정하는 사회서비스제도의 실태부터 잘 살폈으면 좋겠네요. 관심을 갖고 눈길만 조금 돌리면 가능한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