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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리의 의미있는 행보, 결혼 문화를 바꾸다”

친환경 작은결혼식 문화 만드는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기사입력2018-03-17 12:00

대지를 위한 바느질 이경재 대표.   ©중기이코노미

 

벌써 다섯번째 사무실 입니다. 사업의 특성상 마당과 작업실이 필수인데 매년 올라가는 월세도 만만치 않아, 이번에는 큰 맘먹고 마당이 있는 성북동 단독주택을 매입했죠. 앞으로 열심히 사업해서 대출금 상환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대지를 위한 바느질사옥은 작은 결혼식을 치르기에 손색이 없을 만큼 아름다운 외관을 가졌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이경재 대표는 이 사옥에 남다른 애착을 보였다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친환경적인 재료와 생산 방법을 통해 자연에 해가되지 않고, 사람에게 보다 유익한 의류제품과 친환경 상품·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현재 결혼문화가 직면한 환경·사회적 문제를 인식하고, 그 대안으로 결혼식 전반을 친환경적으로 디자인해 결혼식 본래의 의미를 살리면서 환경문제까지 고려한 성숙한 웨딩문화를 정착시키고 있다. 나아가 친환경 결혼식을 통해 탄생한 ‘녹색가정’이 지속적인 에코라이프 스타일을 지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친환경제품도 제공한다. 오가닉코튼, 천연염색, 옥수수전분섬유, 천연한지섬유, 천연쐐기풀섬유 등 친환경산업 전반에 걸친 다양한 네트워크를 확보해, 친환경 리빙제품과 유니폼·티셔츠 등 친환경 의류 등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서울시 성북구 성북동에 위치한 대지를 위한 바느질 사옥(사진 위), 친환경 드레스와 턱시도가 전시된 사옥 내부.   ©중기이코노미

 

패션디자인 전공, 패션기업 취업, 귀촌, 다시 서울로

 

처음부터 웨딩사업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패션디자인을 전공하고 패션업체에 취업해 직장생활을 했었죠. 직장생활은 재미있었지만 정말로 내가 원하는 것이 이런 디자인인가, 10년 후에도 재미있게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죠.

 

이 대표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귀촌을 택했다. 국내 곳곳을 여행하다 알게 된 한 시골마을 이장의 권유로 강원도 횡성의 신대리라는 마을로 무작정 들어갔다. 당시 신대리에는 정부가 농어촌지원사업으로 지어준 마을 공동건물을 운영할 사람이 없어 방치돼 있었다. 신대리 이장이 마을 공공건물을 맡아줄 것을 제의했고, 이 대표가 이를 받아들였다. 농촌 체험과 연계해 숙박업을 할 수 있는 이 건물을 운영하면서, 이 대표는 마을 총무역할과 함께 홈페이지 제작·관리 등을 도맡아하며 농촌생활을 시작했다.

 

숙박업 특성상 주말에 가장 바빴죠. 평일에는 이틀정도 서울의 야간대학원을 다니면서 그린디자인을 전공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친환경 드레스를 제작하게 됐고, 제가 만든 드레스를 찾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 농촌생활 4년만에 다시 서울로 돌아오게 됐죠.

 

버려지는 것 최소화 지향하는 친환경 작은 결혼식

 

이 대표가 만드는 친환경 드레스는 합성섬유 사용을 최소화하고, 대나무·한지·옥수수전분·한삼모시 등 친환경섬유를 사용할 뿐 아니라 드레스 재사용까지 고려한 제품이다. 웨딩숍에서 대여하는 드레스는 아무리 고가여도 3~4회 대여한 후에는 버려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대표가 디자인한 맞춤 드레스는 결혼식이 끝나고 장식을 떼어내면, 피로연 그리고 일상생활에서도 착용 가능하도록 제작됐다.

 

결혼식 후 일상복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친환경 웨딩드레스와 턱시도(사진 위), 사용 후 화분에 심어 곁에 둘 수 있는 부케와 부토니아 <사진=대지를 위한 바느질>

 

대지를 위한 바느질의 결혼식은 버려지는 것의 최소화를 지향한다. 웨딩드레스 재사용은 물론, 신부의 부케는 뿌리가 달린 채로 만들어진다. 사용 후에는 화분에 심어 곁에 두고 볼 수 있다. 청첩장 제작도 친환경 종이·잉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이 액자로 재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이다. 결혼식 피로연 음식은 친환경음식을 제공하는 업체와 기획하거나 지역의 맛집과 협업해 메뉴를 구성한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2008년 처음 사업자등록을 했다. 그리고 2009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제1회 소셜벤처경연대회에 참가해 서울강원권 대상을 받은 후 2010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소셜벤처경연대회에서 받은 상금으로 카이스트의 사회적경제 MBA과정에 진학했습니다. 제대로 된 사회적기업을 하고 싶어서 였죠.

 

가수 이효리 비롯 매년 100여쌍 결혼…결혼문화 바꾸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지금까지 매년 100여쌍의 결혼식을 진행했다. 2013년 제주에서 진행된 가수 이효리의 친환경 결혼식과 영화감독 김조광수의 결혼식도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기획에 참여한 프로젝트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이 진행한 마을 결혼식 <사진=대지를 위한 바느질>

 

예전에는 연예인이 결혼식을 했다고 하면 어느 호텔에서 열리고, 어느 브랜드의 웨딩드레스를 입었는지, 다이아몬드나 티아라의 가격은 얼마인지, 꽃장식은 외국 어느 플로리스트의 작품인지 등이 주요 관심사였죠. 일반인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대표는 최근 대지를 위한 바느질을 찾아오는 커플들은 의미있고 개성있는 결혼식을 원한다고 전한다. 이효리·이상순 커플이나 이나영·원빈 커플 등이 소규모의 친환경 결혼식을 한 것도 결혼문화를 바꾸는 의미있는 행동이었다는게 이 대표의 말이다. 개념있는 소비를 하려는 일반인의 동참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셀러브리티(유명인)의 행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의미있고 개성있는 친환경 작은결혼식 문화 정착이 꿈

 

디자인 작업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이경재 대표.<사진=대지를 위한 바느질>
디자인을 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이 대표의 요즘 고민은 디자인을 할 만큼 충분한 시간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디자인이 좋아서 시작한 일인데, 어느 순간 디자인은 못하고 다른 업무가 더 많아져 혼란스러울 때가 있었습니다. 제가 정말 원하는 디자인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시스템을 더 잘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죠. 지금 회사의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나중에는 제가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꼭 만들 생각입니다.

 

이 대표는 친환경 작은결혼식은 분명 의미있고 개성있는 결혼식이지만, 무엇보다 공감대가 형성돼야 행복한 결혼식이 될 것이라고 조언한다. 신랑이나 신부 한 쪽만 원해서 되는 것도 아니며,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의 동의를 얻어야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지를 위한 바느질은 이미 국내에서 친환경 작은결혼식의 대명사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 대표의 꿈은 친환경 작은결혼식 문화의 정착이다. 지방에서는 친환경 작은결혼식을 하고 싶어도 이를 진행할 업체를 찾기 어렵다. 이 대표는 지역에서도 친환경 작은결혼식을 할 수 있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다. 이 분야에 관심있는 청년들을 교육시켜 지방으로 확산하고, 친환경 작은결혼식이 한때의 유행이 아닌 일상적인 결혼식의 형태가 되도록 하는게 그의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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