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명령은 무시하고, 내용증명은 기 쓰고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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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지급명령은 무시하고, 내용증명은 기 쓰고 답변 법률문서이야기…꼭 답변이 ‘필요한, 필요없는’ 법률문서는

기사입력2018-03-21 10:16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사업이사

기업 혹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법률 강의를 자주 한다. 보통 적게는 7개, 많게는 20개 정도의 주제를 잡아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한다. 물론 강의 주제는 수강생이 누구냐에 따라 달라진다. 기업 법무담당자인 경우에는 당연히 실무위주의 강의를 하고, 일반인을 상대로 한 생활법률 강의인 경우에는 보다 재미있는 주제로 강의를 진행한다.

그런데 필자가 기업에서 전문 법률 강의를 할 때나 상식 위주의 생활법률 강의를 할 때, 공통적으로 들어가는 주제가 있다. 바로 ‘법률문서’를 받았을 때 대처하는 방법이다. 보통 법률문서라고 하면 지급명령, 소장 등 법원에서 보내는 문서에 한정해서 말하기도 하고, 내용증명, 통고서 등 각종 개인이 어떤 법률적 효력을 얻고자 보내는 문서를 포함해서 말하기도 한다.

여기서 법률문서는 발송자가 법원인지 개인인지 가리지 않고, 모든 법률적 효과를 내기 위한 문서를 말한다. 이 법률문서는 크게 ▲답변기한 내에 답변을 하지 않으면 일정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것, ▲답변기한이 정해져 있기는 하지만 이 기간이 지나도 답변이 가능한 것, ▲답변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로, 답변기한 내에 답변을 하지 않으면 일정한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문서에는 지급명령, 이행권고결정 등이 있다. 이런 문서들은 2주일 내에 답변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들어 예전에 돈을 빌렸던 채권자가 법원을 통해서 채무자에게 지급명령을 발송한다. 채무자는 이 지급명령을 받고, ‘자신은 이미 빌린 돈을 다 갚았으므로’ 별다른 신경을 안 쓰고 방치한다. 다 갚았으니,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채권자에 의해서 통장이 압류되고, 부동산이 경매에 들어가는 일이 발생한다. 이때 채무자는 놀라서, 억울하다며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지만 늦었다. 물론 ‘청구이의의 소’ 등으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압류를 해제하려면, 재판을 하거나 공탁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지급명령을 받은 채무자는 돈을 다 갚았다면, 증거를 첨부해서 이의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정말 다 갚은 게 맞으면, 법원에서 판단을 받으면 될 문제다.

꼭 답변을 해야 하는 지급명령이나 이행권고결정은 무시하면서, 내용증명 우편에는 기를 쓰고 답변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런데 지급명령이나 이행권고결정을 받고, 이 서류를 무시했다가 큰코 다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법인이나 사업체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일이다. 법인에서는 회사 계좌가 압류가 되면, 최악의 경우 회사가 지급불능의 상태가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로, ‘소장’이라는 법률문서가 있다.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 소송을 제기해 왔다는 문서다. 이 소장의 답변기간은 30일이다. 그런데 소장은 답변기간이 조금 지나도 답변서를 제출할 수 있다. 소장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으면, 변론 없이 판결이 선고될 수 있는데 이를 ‘무변론판결’이라고 한다. 심지어 이 무변론판결 기일이 잡힌 경우에도, 판결기일 전에 답변서를 제출하면, 선고기일이 취소되고 재판이 진행된다. 따라서 소장에 대해서는 충분한 검토 후에 답변서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 번째로, 내용증명 우편이라는 문서가 있다. 이 내용증명 우편은 계약해지, 각종 독촉, 최고 등을 하기 위해서 보내는 문서다. 법원을 통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우체국을 통해서 보낸다.

우리가 흔히 내용증명 우편을 받아 보면, 글의 서두에 ‘귀사의 일익 번창하심을 기원합니다’ 따위의 좋은 글귀로 시작해서, 아래로 내려갈수록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험악한 내용이 나온다. 그러면서 ‘○월○일까지 답변을 주시기 바란다’고 쓰여 있다.

이 내용증명 우편에 대해서는, 사실 답변을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잘못된 답변을 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다. 상대방이 내용증명 우편에 ‘답변기한’이라고 적어둔 것은, 그 사람이 임의로 정한 것일 뿐 원칙적으로 법적 효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필자가 만나본 사람들은 대부분 꼭 답변을 해야 하는 지급명령, 이행권고결정은 무시하면서도 이 내용증명 우편에는 기를 쓰고 답변을 한다.

물론 내용증명 우편도 꼭 답변을 해야 하는 것들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내용증명 우편에 대한 답변은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어 상대방을 떠보고, 경우에 따라 증거도 얻는 경우가 많다. 내용증명 우편에 대한 답변으로 상대방이 몰랐던 사실을 일부러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법률문서에 대처하는 방법은 개인, 법인, 큰 회사, 작은 회사를 가리지 않고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본인의 판단을 과신하다가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 법률문서의 잘못된 취급은, 회사를 망하게 할 수도 있다. 특히 기한이 정해진 법률문서의 경우, 누구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이 회사의 여러 부서를 떠돌다가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기업의 경우 이런 때를 대비해서, 법률문서와 관련된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 놓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