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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1차 벤더 ‘갑질’ 누가 감독해야 하나

현대차 정점 다단계 하도급 구조…“최종수익 얻는 현대차가 해야” 

기사입력2018-03-26 10:11
김종보 객원 기자 (jongbokim518@gmail.com) 다른기사보기

법률사무소 휴먼 김종보 변호사
언론 보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의 2017년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66.1%. 한때 80%를 넘던 시절에 비하면 떨어진 수치라지만, 단일 기업집단이 이처럼 한 국가의 자동차시장을 20여년 가까이 독점하는 예는 없다. 일본 토요타도 50%를 넘지 않는다.

 

독점적 지위 덕분일까. 현대차 매출은 2013873076억원에서 2017963761억원으로, 기아차 매출은 2013475979억원에서 2017535357억원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의 기술개발, 시장개척, 생산, 판매 노력은 응당 인정돼야 한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성과는 오로지 현대차그룹의 노력에만 있지는 않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현대기아차가 최정점에 선 자동차공급시장은 철저히 피라미드식 하도급 구조로 이뤄져 있다. 주요 1차 협력사(1차 벤더)는 별다른 경쟁 없이 영역을 나눠 자동차 부품을 현대기아차에 납품한다. ‘무슨 차 트랜스미션은 누구, 무슨 차 시트는 누구, 무슨 차 도어는 누구’, 이런 식이다.

 

결국 주요 1차 벤더들은 최종수요자인 현대차·기아차에 대해 독점적 공급자의 지위를 갖는다. 연매출 1조원이 넘는 회사들도 많다. 대표적인 1차 벤더는 한온시스템(2017년 매출 24487억원), 화신(2017년 매출 1669억원), 서연이화(2017년 매출 9280억원), 다스(2016년 매출 12726억원), 대유에이피(2017년 매출 2088억원), 금문산업(2016년 매출 1561억원) 등이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공정위로부터 하도급법 위반으로 행정조치를 당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한온시스템=한온시스템은 2차 하청업체들에게 자동차 부품 등을 제조위탁한 후, 제품 수령일 60일이 지나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면서 초과 기간에 대한 지연이자 29677만원을 지급하지 않았고, 하도급 대금을 어음 대체 결제수단인 외상 매출채권 담보대출로 지급하면서 어음 대체 결제수수료 2071만원을 지급하지 않았다. 이에 공정위는 2016621일 시정명령과 과징금 9300만원을 부과했다.

 

화신=화신은 경쟁입찰 종료 후 2차 하청업체들에게 추가로 금액인하를 요구해 최저가 입찰금액보다 낮은 금액으로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공정위는 2017719일 시정명령과 과징금 39200만원을 부과했고, 검찰에 고발했다.

 

공정위가 아무리 시정명령 내리고 과징금을 때린들, 현대차그룹이 “앞으로 갑질하는 벤더에게는 일감을 안준다”고 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서연이화=서연이화는 현대차에 납품할 부품의 생산을 2차 하청업체인 태광공업과 태광정밀에 맡기면서 단가 인하에 관한 협력사 확인서를 강제로 요구했다고 한다. 협력사 확인서는 4~5년의 납품기간 중에 2년차부터 4년차까지 매년 3~6%씩 일률적으로 제품 단가를 깎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 서연이화는 경쟁입찰을 통해 태광을 부품공급업체로 선정한 뒤에도 추가협상을 통해 최초 낙찰가보다 15~20% 적게 하도급 대금을 결정했다. 현재 공정위 조사가 진행중이다.

 

다스=다스는 3차 하청업체들로부터 생산 부품을 납품받은 뒤 단가를 6개월 뒤, 길면 2년 뒤에 정하는 행태를 반복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3차 하청업체는 가공비 상승으로 제품단가 20% 인상을 요구했으나, 오히려 정상가격 대비 80%로 납품했던 적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기술을 탈취하거나 기업을 빼앗는 경우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공정위에 신고가 돼 있다.

 

대유에이피=대유에이피는 2차 하청업체인 유은산업에게 가죽 핸들커버 신제품을 주문하면서 임시단가로 위탁한 뒤 차후 납품단가를 확정하기로 했다. 이후 유은산업이 원재료 가격·임금 상승 등의 이유로 단가 인상을 수차례 요청했으나 대유에이피는 임시단가로 최종단가를 확정했다. 그 외 다수의 법위반 혐의가 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조사 중이다.

 

금문산업=금문산업은 2차 하청업체에게 자동자 부품을 제조위탁하고 부품을 받았지만, 부당하게 하도급 대금을 감액하거나 지급하지 않았다. 공정위는 20161024일 미지급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라는 시정명령을 하고, 과징금 9900만원을 부과했다.

 

현대차그룹은 1차 벤더들에게 쉽게 갑질을 하지 못한다.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 알려져 있지 않은 1차 벤더들은 2차 벤더들에게, 2차 벤더들은 3차 벤더들에게 갑질 하기 쉽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업체는 영세하고,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 목숨줄이 상위 벤더에게 달려 있으니 공공기관에 신고라도 했다간 공장 문을 닫을 판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아래로 내려갈수록 안좋은 것은 당연지사. 회사가 돈이 없으니 월급도 많이 줄 수 없다. 오히려 더욱 쥐어짜기 딱 좋은 구조다.

 

아무리 공정위가 감독을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가 감독을 해야 할까. 나는 현대차그룹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최종적인 수익을 얻는 주체, 전체적인 생산과정을 통솔할 수 있는 주체가 현대차그룹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가 아무리 시정명령 내리고 과징금을 때린들, 현대차 그룹이 앞으로 갑질하는 벤더에게는 일감을 안준다고 하는 것만큼 효과적이지는 않을거다. 또한 자동차 생산을 위한 생태계가 공정해야 현대차그룹도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거다.

 

현대차그룹을 정점으로 하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그 사이에 벌어지는 불공정거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중소기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킨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다. 현대차 홈페이지에는 동반성장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표현이 있다.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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